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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리치-라이프] 나홀로 휴식…섬 통째 사버린 부호들
뉴스종합| 2014-07-17 11:28
[특별취재팀] ‘바캉스(vacance)’는 프랑스어로 어떤 것으로부터 자유로워진다는 뜻을 지녔다. 익숙한 일상에서 벗어나 자유로움을 찾는 것이 휴가의 의미다. 특히 얼굴이 알려진 유명인들은 남보다 한적한 곳을 찾는다. 재계 부호도 다를 바 없다.

특히 해외 부호에 비해 먹고 입는 것에 대해 노출을 꺼리는 국내 부호는 그야말로 ‘아무도 모르는’ 휴가가 목표다. 휴가시즌이면 공식적으로는 대체로 가족과 함께 보내거나 경영 구상이나 독서를 한다고 밝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국내 부호들은 하와이 같은 섬을 주로 찾는다. 아예 잘 알려지지 않는 무인도를 사들이는 경우도 있다. 여러 이목으로부터 벗어나 그들만의 시간을 보내는 국내 부호들의 휴가처를 알아봤다. 

하와이 오하우 섬 카할라 호텔

▶여름엔 하와이, 겨울엔 훗카이도…재계 즐겨찾는 ‘쉴 곳’=지난 1월 정대선 현대비에스앤씨 사장은 부인 노현정 전 아나운서, 두 아들과 함께 미국 하와이로 떠났다. 노 전 아나운서와 두 아들은 3개월 전인 지난해 11월에도 하와이서 목격됐고 6~8월에도 이 곳에 머물렀다. 이들이 이처럼 하와이를 자주 찾는 이유는 두 아들의 언어 교육과 밀접하다. 작년에는 하와이 오하우 섬 카할라에 있는 카톨릭계 사립학교 ‘스타 오브 더 씨(Star of the sea)’의 여름학교(summer school)를 다녔다.

카할라는 오하우에서도 조용하고 한적한 지역으로, 정대선 사장 부부처럼 어린 자녀가 있는 국내 부호들이 자녀를 여름학교 수업에 보낸 후 휴양을 즐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 배우 이영애씨가 결혼을 한 곳으로 알려진 카할라 호텔 앤 리조트는, 존슨 대통령 이후 모든 미국 대통령이 다녀갔을 정도로 최고급 리조트다.

하와이에 별장을 새로 짓고 있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도 부인 홍라희 씨와 함께 이 곳에서 지내곤 한다. 이 회장이 주로 묵는 방은 하루 숙박비가 1000만원이 넘는 ‘임페리얼 스위트’로, 이 회장의 건강이 악화되기 전에는 홍라희 씨가 하와이의 명품 브랜드 매장에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처럼 하와이는 재계가 가장 즐겨찾는 ‘쉼터’ 가운데 하나다. 남의 시선을 피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어린 자녀 교육도 챙길 수 있다. 또 호흡기 관련 질환이 잘 걸리는 고령의 재계 부호에게는 겨울철 건강관리에도 좋다. 하와이의 별장이나 콘도를 구입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 70대 이상 고령 부호들은 별장까지는 아니더라도 하와이에 콘도를 구입해 겨울동안 지내는 것이 새삼스럽지 않다.

가까운 일본도 즐겨 찾는 ‘쉴 곳’이다. 재계에서 소문난 스포츠맨인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과 그의 매형인 신성재 현대하이스코 사장은 겨울이면 일본 훗카이도의 최고급 스키장에서 시간을 보낸다고 전해진다. 두 사람은 과거 스키선수를 지냈을 정도로 뛰어난 스키 실력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역시 가장 마음 편한 곳은 ‘집’이다. 종종 계열사의 호텔이나 리조트 등에서 재계 부호들을 마주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올 초 설 연휴 기간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부부는 부산 해운대 SSG푸드마켓에 들러 휴일을 즐겼다. 이전에도 이들 부부는 종종 센텀시티 매장이나 여주 아울렛 등에서 쇼핑객들에게 목격되기도 했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도 국내에선 계열사 리조트인 제주도 해비치 호텔에 간혹 모습을 보이곤 한다. 해비치는 누나인 정윤이 씨(신성재 현대하이스코 사장 부인)가 전무로 있는 곳이다. 


▶아무도 없는 곳 원해...무인도 통째로 사들여=아무도 없는 곳에서 마음껏 쉬는 것은 한번쯤이면 꿈꾸는 일. 재계 부호들 중에는 아예 무인도를 사들이는 이들도 눈에 띈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지난 2006년 12월 전남 여수시 인근 무인도인 ‘모개도’를 샀다. 모개도는 경사가 완만한 산과 하얀 백사장이 있는 해안가로 이뤄진 평범한 작은 섬이다. 하지만 이 섬의 진짜 가치는 다른 곳에 있다. 하늘에서 섬을 본 모습이 영락없이 ‘하트(♡)’모양이다. 모개도의 면적은 축구 경기장의 절반 크기보다 작은 3만508m²(약 9230평)로, 섬의 개별공시지가는 올해 1월 기준 1㎡당 1710원(총 5200만원)이다.

이 회장은 2006년 당시 여수시 소라면 사곡리 궁항마을 해안 끝 쪽 임야와 모개도 등 6만2700㎡(1만9000평)를 7억원 정도에 매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매입 당시 모개도의 개별공시지가는 1㎡당 902원(총 2800만원)이었다. 이 회장이 모개도를 구매한 것은 섬의 아름다운 경관에 반했기 때문이라는 것과 풍수지리상 명당의 입지를 갖고 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분분하다.

고 문선명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통일교) 총재가 이끌었던 통일교 재단은 제주시 인근 ‘지귀도’를 소유하고 있다. 지귀도는 서귀포 남동쪽 위미항에서 5㎞정도 떨어진 무인도로 면적은 8만5984㎡(약 2만6000평)이다. 지귀도의 개별공시지가는 올해 1월 기준 1㎡당 4110원(총 3억5300만원)이다.

이 섬은 주로 낚시꾼과 잠수사들이 찾는다. 돌돔과 벵에돔, 다금바리, 국제적 멸종위기종인 섬개개비 등이 서식해 낚시꾼들의 명소로 알려져 있다. 특히 이 섬 전역에는 야생 토끼가 많은데, 문 총재가 이 섬에서 사냥을 하기 위해 일부러 토끼를 푼 것이라는 얘기가 낚시꾼들 사이에 전해지고 있다. 실제 과거에는 낚시 도중 총성이 들리기도 했다고 한다. 이 섬의 현재 소유주는 세계기독교통일신령협회다.

이재현 CJ그룹 회장 일가는 상당히 큰 면적(172만6912㎡ㆍ52만2400평)의 인천 굴업도를 소유하고 있다. 이 회장 외 친족 2명이 100% 주식을 소유한 씨앤아이레저산업을 설립한 후 2006년 굴업도의 전체부지 중 98.5%를 매입했다. 이 섬의 개별공시지가는 올해 1월 기준 1㎡당 2690원(총46억원)이다.

굴업도는 자연환경이 잘 보존돼 희귀 동식물이 많아 한국의 갈라파고스로 불린다. 검은머리물떼새, 먹구렁이, 왕은점표범나비, 이팝나무군락지 등 멸종위기 동식물이 다수 서식하고 있다. 이 회장은 통째로 사들인 굴업도를 휴양지로 개발할 계획이다. 일각에서는 이 회장 일가가 휴양지로 사용할 레저단지를 조성하려는 게 아니냐는 추측도 있다.

yjsu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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