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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랩] 美 방송 지각변동의 '열쇠'는 CNN
뉴스종합| 2014-07-17 10:48
[헤럴드경제=한지숙 기자]미국 미디어 업계에 지각변동이 일고 있다. 진앙지는 타임워너다.

CNN, HBO, 카툰네트워크 등 세계적인 케이블방송 채널을 보유한 타임워너가 최근 경쟁사인 루퍼트 머독(83)의 21세기폭스로부터 800억달러(82조3600억원)에 매각 제안을 받고 거절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자 파장은 오히려 커지고 있다.

인수합병(M&A) 불발설에도 불구, 시장에서는 성사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기 때문이다. 머독의 끈덕진 성격 상 타임워너 인수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란 점도 작용하고 있다. 

루퍼트 머독

M&A가 성사되면 24시간 뉴스채널인 CNN의 거취가 최대 관심사다. 만일 머독이 타임워너를 인수하면, CNN은 재매각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16일(현지시간) 소식통을 인용해 “(합병에서)폭스뉴스와 CNN의 결합이 가장 큰 장애물이 될 것”이라며 “규제당국의 (독점)우려를 누그러뜨리기 위해 폭스는 CNN을 매각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에선 미디어간, 통신간 합병은 연방통신위원회(FCC)의 승인을 얻어야한다. 그런데 21세기폭스와 타임워너는 영화, 방송 부문에서 사업 영역이 겹친다. 폭스TV와 폭스뉴스 등 21세기폭스의 케이블 뉴스 채널은 CNN과 경쟁관계다. 또 영화사 21세기폭스는 워너브라더스와 업계 수위를 다툰다. 둘의 결합은 시장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지배적 사업자의 출현을 의미한다. 사회 여론 형성에 영향을 주는 뉴스채널의 결합을 FCC가 그대로 좌시할 리 없다.

시장에선 벌써부터 CNN을 누가 인수할 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비즈니스위크는 “족히 60억달러를 벌어들이는 CNN은 수익성이 좋기 때문에 여러 인수자가 나설 가능성이 높다”면서 CNN의 차기 주인으로 디즈니, 야후, CBS를 후보군에 올렸다. FT는 여기에 소니를 보탰다.

비즈니스위크 분석에 따르면 이들은 저마다 CNN에 군침을 흘릴만한 이유가 있다.

디즈니는 지상파 ABC를 보유하고 있다. ABC 뉴스와 CNN을 통합운영할 경우 비용이 절감되고, 지방파와 케이블간 시너지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디즈니는 또 산하 24시간 스포츠채널 ESPN을 통해 종일 방송을 운영해 본 풍부한 인력도 보유하고 있다.

섬너 레드스톤

또 다른 미디어재벌 섬너 레드스톤(91)의 지상파TV CBS도 강력한 후보다. 레드스톤이 최대주주로 있는 방송통신사 비아콤은 음악채널 MTV를 갖고 있어, CBS-CNN-MTV를 묶어 대형방송사로 도약할 수 있다. 비즈니스위크는 “타임워너와 CNN에 대한 M&A는 각각 83세, 91세인 머독과 레드스톤의 생애 마지막 ‘빅 딜’이 될 것이다”고 썼다.

미디어 영역 확대를 호시탐탐 노리는 인터넷기업 야후와 구글도 인수 후보로 거론된다.

마리사 메이어 최고경영자(CEO)는 야후를 미디어기업으로 탈바꿈시키기 위해 최근까지 TV, 인쇄매체 출신 인력을 보강해 왔다. 케이티 쿠릭 전 CBS 앵커 영입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야후는 CNN 인수를 통해 하룻밤 만에 ‘미디어 야후’ 꿈을 이룰 수 있다. 글로벌 뉴스사이트인 CNN닷컴과 야후의 시너지도 가능하다.

야후는 자금 동원능력에서 단연 앞선다. 전자상거래 알리바바 주식을 약 4분의 1 보유한 야후는 한달내 예정인 알리바바 기업공개(IPO)를 통해 투자금을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 경우 야후 순자산은 150억달러로 늘게 된다.

이밖에 세계 인수합병(M&A) 시장에서 풍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자동차, 드론까지 전방위적으로 손을 뻗고 있는 구글도 CNN의 주인이 되지 말란 법이 없다. IT 분야에서 래리 페이지 구글 CEO의 경쟁자인 제프 베조스 아마존 CEO는 지난해 미국 3대 일간지 워싱턴포스트의 주인이 됐다. 인터넷과 신문, 방송의 결합 분위기는 무르익을대로 익었다.

존 멀론

여기에 다큐멘터리채널 디스커버리와 케이블TV방송통신사 차터커뮤니이션을 보유한 존 멀론(73)까지 가세할 수 있다. 그는 지난해 차터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삼키려던 타임워너케이블을 컴캐스트에 뺏긴 전력이 있다. CNN 인수가 설욕전이 될 수 있다.

만일 멀론까지 가세할 경우 타임워너와 CNN 인수전은 머독-레드스톤-멀론 등 옛 80-90년대를 호령하던 미디어 재벌들이 마지막 저력을 과시할 수 있는 한판 승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jshan@heraldcorp.com

<주요 미디어 소유주의 방송, 신문 소유 현황>


* 루퍼트 머독 - 폭스뉴스, 폭스TV(21세기폭스 산하), 월스트리트저널, 더타임스(뉴스코프 산하)

* 디즈니家 - ABC, ESPN(월트디즈니 산하)

* 섬너 레드스톤 - CBS, MTV(비아콤 산하)

* 브라이언 로버츠家 - NBC, E!, 골프채널(컴캐스트 산하)

* 존 멀론 - 디스커버리, 차터커뮤니케이션

* 제프 베조스 - 워싱턴포스트

* 옥즈 설즈버거家 - 뉴욕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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