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말레이시아 여객기 피격사건에 대한 국제사회의 조사가 시작됐지만 현장을 장악한 우크라이나 반군의 감시와 증거훼손 등으로 인해 진상규명에 난항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제사회는 객관적 조사를 강조하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현장접근조차 쉽지 않은 형편이다.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조사단원 30명은 18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州) 여객기 추락현장을 방문했지만 제대로 조사하지 못했다고 AP통신 등 외신이 보도했다.
토머스 그레밍거 OSCE 상임위원장은 “조사단이 기대했던 접근권을 갖지 못했다”며 “조사에 필요한 이동의 자유가 없다”고 말했다.
AP통신은 반군의 감시 때문에 OSCE 조사단이 부분적이고 피상적인 조사밖에 하지 못했으며 조사단에 속한 우크라이나인 2명이 길가의 기체 파편을 들여다보려 하자 반군이 공중에 경고사격을 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반군이 휴전을 제안하면서 조사단의 현장방문을 허용한다고 밝혔지만 국제사회의 여론을 의식한 제스처에 불과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와 함께 추락현장이 통제되지 않은 채 방치되면서 증거훼손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블랙박스가 반군 수중에 들어가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일각에선 여객기 추락 직후 반군이 결정적 증거가 될 만한 것들은 이미 수거했을 것이라는 관측마저 제기된다.
국제조사단이 현장에 접근해 미사일 잔해를 확보하고 러시아제 부크(Buk, 지대공미사일) 미사일로 최종 결론내린다고 하더라도 누가 발사했는지 가리는 것은 또 다른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부크 미사일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모두 배치하고 있기 때문에 부크 미사일로 결론난다고 해서 친러시아 반군 소행으로 단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사고 당시 위성사진 등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프랑스 항공전문가 제라드 펠제르는 “조사단의 목표는 미사일 잔해를 발견해 탄도를 확인하는 것이지만 위성사진이나 미사일 레이더기록을 먼저 확보하지 않는 한 발사주체를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블랙박스가 차질없이 회수돼 분석작업이 이뤄진다고 해도 여객기 조종사가 미사일을 인식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블랙박스에 별다른 기록이 남지 않았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아울러 131명의 전문가로 구성된 말레이시아 합동조사단도 19일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에 도착했다. 조사단은 현지 당국과 논의를 가진 뒤, 사고현장으로 출발할 예정이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전날 긴급회의를 열고 15개 이사국 만장일치로 말레이시아 여객기 격추사건에 대한 객관적 국제조사를 촉구하는 내용의 공동 성명을 채택했다.
안보리는 성명에서 “누가 항공기를 격추했는지 규명하기 위해 객관적이고 충분하며 철저한 국제조사가 이뤄져야 한다”면서 관련국에 국제조사단 현장접근과 자유로운 조사를 보장하라고 촉구했다.
한편 승무원 15명을 포함한 사고기 탑승자 298명 가운데 네덜란드가 189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말레이시아 29명, 호주 27명, 인도네시아 12명, 영국 9명, 독일과 벨기에가 각각 4명, 필리핀과 베트남이 각각 3명, 그리고 미국, 캐나다, 뉴질랜드가 각각 1명으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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