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경환 부총리와 만남 금리하향 공감대…‘한은 독립성’ 지키기 마지막 변수
전임 김중수 총재 당시 불거진 ‘엇박자’ 논란을 피해야 한다는 부담도 적지 않다. 7월 금융통화위원회가 열린 지난 10일에도 경기의 하방리스크가 커졌다며 기존 노선과는 달리 금리인하 시그널을 보내기 시작했다. 정책공조도 중요하지만 한은의 독립성도 무시할 수 없다. 비유하자면 끌려가느냐, 아니면 제 발로 걸어들어가느냐의 차이다. 기준금리를 내리더라도 한은이 주도했다는 인상을 심어줘야 중앙은행의 위상을 살릴 수 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도 이 부분을 신경써주는 모양새다.
7월 금통위 이후 이 총재의 공개 발언을 살펴보면 이런 고민이 서려있다. 이 총재는 하방리스크를 거론하며 금리인하를 시사한 지난 10일과는 달리 엿새만에 한 강연 자리에서 금리인하와 소비의 부정적 상관관계를 언급했다. 바로 다음날 최 부총리가 국회에서 금리인하를 우회적으로 언급하자 18일 이 총재는 기준금리는 금통위 결정사항이라며 선을 그었다.
우여곡절 끝에 두 사람의 만남이 21일 성사됐다. 만남 자체가 정책공조 가능성을 높였고, 회동 결과도 재정ㆍ통화정책의 조화를 이뤄간다는데 공감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다음달 기준금리 인하 관측이 쏟아지고 있다. 물론 최 부총리는 “기준금리는 한은의 고유 권한”이라는 말을 잊지 않았다. 이 총재는 22일 경제동향간담회에서는 “지금까지 나온 모든 것을 감안해서 판단하시라”고 짧게 답했다.
기준금리는 금통위원들의 표결로 결정되지만, 위원들의 성향상 이 총재의 결심만 선다면 인하에 큰 무리가 없다는 관측이다. 기재부 추천으로 들어온 정해방 위원이 이미 이달 금통위에서 인하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고, 하성근 위원도 대표적인 비둘기파(성장중시론자)라 장병화 한은 부총재까지 포함하면 인하 쪽이 과반을 넘게 된다.
서경원 기자/gil@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