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욕 지하경제의 요지경
대중적 사회학 연구서인 ‘플로팅 시티’(수디르 벤카테시 지음, 문희경 옮김, 어크로스)는 민속지학의 방법론으로 탐구한 뉴욕 지하경제의 보고서다. 저자가 바로 이 책의 첫 장면에서 등장하는 갤러리 모임의 일원, 인도계의 콜롬비아대 교수 수디르 벤카테시이다. 민속지학이란 특정 집단 내에 구성원들 속으로 직접 들어가 오랜 시간 동안 그들의 일상을 관찰하고, 대면 접촉하며, 심층 면접해 사회 현상과 구조를 분석하는 사회학이나 문화인류학의 연구방법론을 의미한다. 저자는 지난 1997년부터 10년간 뉴욕의 포르노숍과 매춘부, 마약상, 이민자, 사교계 명사, 상류사회 속으로 직접 뛰어들어 구성원들의 삶을 통해 뉴욕 지하경제의 ‘연결망’을 그려냈다. 남아시아이민자인 포르노비디오숍 운영자로부터 시작해 저자는 마치 한 점에서부터 그물을 짜 나가듯 뉴욕 지하 경제를 이루는 최하류층부터 최상류층까지의 거대한 구조와 그림을 완성해간다. 저자는 ‘섹스가 모든 것을 연결한다’고 말하며 성매매업을 뉴욕 지하 경제의 혈류로 진단한다. 노동자계층을 상대하는 거리의 매춘부에서 월스트리트의 전문직 종사자와 부호들을 맞는 호텔의 고급 콜걸이 있듯, 여기서도 ‘신분의 사다리’가 존재하며, 벽은 높고 위계는 엄격하다.
논문이 아닌 대중적 사회학서로서 이 책은 돈과 마약, 매춘, 폭력 등 범죄세계와 밑바닥의 삶, 화려한 성공과 부자의 일상까지 등장하는 한편의 느와르 영화나 소설처럼 개인들의 삶과 도시 사회의 그늘을 묘사하고 분석한다. 탁월한 분석 뿐 아니라 번번히 고꾸라지는 하류계층들의 삶을 보면서 ‘관찰하되 개입하지 않는다’는 사회학자로서 느끼는 고뇌와 번민 등 저자의 감성까지 녹아 있어 적지 않은 울림을 준다.
이형석 기자suk@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