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과수가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죽음을 파헤쳤다. DNA 검사도 했고, 지문확인도 했다. 시신 주변에 있던 소주병 등을 통해 사건현장도 파헤쳤다. 시신을 훼손하지 않고도 혈관의 분포와 장기 상태를 3차원으로 세밀하게 촬영할 수 있는 다중채널컴퓨터단층촬영(MDCT) 기법도 사용했다. 현대과학으로 가능한 모든 첨단장비와 기법을 동원했다. 결론은 나왔다. 유병언은 맞지만, 사인은 알 수 없다는 것이었다. 시신 부패 정도가 심해 사인을 밝히는 데 한계가 있었다는 것이다.
변사체가 발견된 이후 ‘유병언이 아닐 수도 있다’는 루머는 그치지 않았었다. 이를 의식해 국과수는 이례적으로 부검 결과를 공개했고, 브리핑까지 했다. 검경의 엉터리 수사로 인한 국민적 불신을 일부 해소하는 데는 성공했다. 국과수는 수고했다. 공도 들였다.
그렇지만 아쉬움은 남는다. 뭔가 명확하게 처리되지 못한 느낌 때문일까. 머리카락 한 올, 살 한 점에서 ‘죽음의 배경’까지 밝히는 CSI를 너무 많이 본 탓일까. CSI가 검사를 맡았다고 해도, 국과수 이상의 성과를 거두지 못했을 것이라고 믿는 게 정신건강 상 나을듯 싶다.
김영상 사회부장/ysk@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