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유효구인배율, 1992년 이후 최고
-저출산ㆍ고령화 원인…“한국도 인력 부족 상황 올 것”
[헤럴드경제=박수진 기자] 저출산과 고령화의 여파로 일본이 1992년 이후 최대 구인난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아베노믹스에 따른 경기 회복으로 인력 수요가 늘어나는 반면 생산가능인구는 역대 최저 수준을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일본의 현재 상황이 저출산ㆍ고령화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한 한국의 미래가 될 수 있다며 국내에서도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 이후 상황을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28일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5월 일본의 유효구인배율은 1.09배로 7개월째 1.0배를 웃돌고 있다. 1992년 6월(1.10배) 이후 22년 만에 최고치다.
유효구인배율은 전국 공공 직업안내소에 접수된 구직자 수에서 구인 수를 나눈 값으로, 1을 넘어서면 일할 사람을 찾는 기업이 구직자보다 많다는 뜻이다.
일본의 유효구인배율은 2009년 이후 꾸준히 증가했다. 아베노믹스의 영향이 본격화 된 올 해는 상반기에만 1.04배에서 1.09배로 급증했다. 같은 기간 실업률은3.7%에서 3.5%로 떨어졌다. 1997년 8월(3.4%)이후 최저치다.
인력 부족의 핵심 원인은 저출산과 고령화다. 일본의 생산가능인구(14~65세)의 비율은 1996년 69.5%를 정점으로 떨어지기 시작해 지난 해에는 62%까지 하락했다.
인력 부족 문제가 인력 쟁탈전으로 확대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오사카상공회의소가 최근 오사카 소재 387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를 한 결과 전체의 90% 이상이 인력부족에 따른 사업차질을 우려하고 있다고 답했다.
실제로 도요타자동차는 인력부족으로 10여년 만에 중간부품회사에 근로자 지원을 요청했고, 일본의 유명 규동 체인점인 스키야는 전국 2000여개 점포 중 123곳을 폐점하거나 영업시간을 단축했다.
일본 기업들은 임시방편으로 비정규직 채용을 확대해 인력 부족 문제에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의 비정규직 고용자수는 지난 해 1분기 65만명에서 올 해 분기 100만명으로 늘었다.
하지만 일본 내부에서는 “저임금 비정규직의 비즈니스 모델은 지속 불가능하다”는 자조가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일부 기업들은 비정규직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한편 훈련 프로그램을 강화해 숙련 인력을 양성하는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연구원은 이같은 일본의 상황이 한국의 미래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생산성이 최고조에 달하는 핵심노동인력(30~49세)은 이미 2006년부터 감소 추세고, 지난 해 생산직 취업자 중 50대 이상의 비중(48.3%)이 청년층(15~29세)보다 6배 가까이 많은 상황이다.
박기임 무협 국제무역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우리나라도 저출산·고령화 문제가 머지 않아 인력 부족 상황을 낳을 것”이라며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하는 향후 10년 이내에 산업 현장에서 숙련 단절을 막기 위한 중소기업 기능전수 시스템 등을 구축하는 방안이 시급하다”고 조언했다.
sjp10@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