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경제
고강도 러 제재 임박…푸틴은 “끄떡없다” · 유럽기업은 ‘부메랑’ 걱정
뉴스종합| 2014-07-29 11:18
러, 美닭고기·유럽과일 금수 맞불
유럽 금융·산업계는 ‘살얼음판’


말레이시아 여객기(편명 MH17) 격추사건을 둘러싼 서방권의 러시아 신규 제재가 윤곽을 드러냈다. 금명간 발표될 서방의 대러제재에는 금융제재와 무기거래, 에너지 첨단기술 규제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러시아 측은 “자국 방위산업은 끄떡없다”며 배짱을 부리는 반면, 서방 기업들은 오히려 추가제재의 ‘부메랑’을 맞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러시아는 ‘맞불’ 카드=서방권의 추가제재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맞불’ 전략을 폈다. 러시아 관영통신 리아노보스티는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의 방위산업은 완전한 자급자족 수준에 있다면서 정치적 리스크에 안정적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러시아와의 군수거래를 금지하는 서방제재를 염두에 둔 발언으로 풀이된다.

또 블룸버그통신은 “더 강한 제재에 직면한 러시아 정부는 29일(현지시간) 미국산 닭고기 등 가금류와 유럽산 과일의 수입을 전면 금지하겠다고 발표했다”고 전했다. 이와 별도로 러시아 식품안전청은 미국 대형 프랜차이즈 맥도날드의 치즈 위생에 관한 조사를 벌이겠다고 밝혔다.

반면 서방 금융ㆍ산업계는 대러제재로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특히 러시아와 밀접한 관계인 유럽 은행들은 충격이 불가피하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지난 3월말 기준 대출과 채권 인수 등 유럽의 대러시아 여신규모는 올해 3월말 기준 1546억달러로, 러시아 전체 여신규모의 4분 3에 달했다.

국가별로는 프랑스가 473억달러로 가장 많았고 이탈리아 258억달러, 독일 174억달러가 뒤를 이었다. MH17기 격추로 198명이 희생된 네덜란드는 166억달러, 영국은 159억달러를 러시아에 빌려줬다. 미국과 일본의 대러 여신규모 역시 각각 272억달러, 195억달러에 달했다.

산업계도 울상이다. 가디언은 “네덜란드 다국적 기업 로얄더치셸과 영국 석유기업 BP, 항공기 제작사 보잉, 제계 2위 소비용품 제조업체 유니레버, 패스트푸드점 맥도날드 등이 서방 제재로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로열더치셸은 러시아의 석유ㆍ가스 채굴사업에 깊숙이 간여하고 있다. 이미 사할린-2구역의 석유ㆍ가스전 개발에 나선 상태다.

BP는 에너지 기술 수출 금지될 경우 북극해 시추는 물거품이 될 공산이 크다. 또 1992년 러시아에 진출한 유니레버는 소비급감을 우려하고 있다.

▶EU, 고강도 대러제재 본격시동=영국 일간 가디언은 28일(현지시간) “EU 28개 회원국이 29일 브뤼셀에 모여 신규제재를 논의한다”며 “늦어도 48시간 안에 대러 제재가 가동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신규 제재안에는 러시아 금융기관의 신규 채권과 주식 발행 금지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러시아의 자금조달 손실액은 60억파운드(약 10조4493억원)로 추산됐다.

영국 총리실은 이번 신규 제재로 인해 “런던 금융가 ‘시티’는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위기확산과 298명의 생명을 앗아간 여객기에 탄 승객이 나일수 있다는 사실을 주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EU는 심해시추, 북극해 개발, 셰일오일 추출 등 에너지 탐사 기술에 제재를 가할 예정이다. 러시아 에너지 개발 사업의 가치는 1억1900만파운드(2072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번 제재에 러시아 자금줄인 푸틴의 ‘친구들’에 대한 자산동결과 여행금지는 포함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텔레그래프는 전했다.

천예선 기자/che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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