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문화
임금체불, 바퀴벌레 숙소…카타르월드컵 인권 사각지대
뉴스종합| 2014-07-29 11:06
[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 한국에서 ‘이주노동자의 퇴직금 출국 후 수령제도’가 논란인 가운데, 2022년 월드컵 개최를 준비하는 카타르에선 건설 이주 노동자들의 인권이 철저히 유린되고 있어 비판이 거세다. 임금체불은 예사고 허락 없이 숙소 밖에 나가지 못하는 등 사실상 ‘노예’나 다름없는 생활을 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28일(현지시간) 카타르 정부가 올해 경기장 5곳에 대한 건설 공사에 착수하면서, 연말까지 외국인 노동자 수십만명을 새로 고용한다는 계획이지만 노동자들의 인권에 대한 노력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면서 ‘현대판 노예’로 전락한 카타르월드컵 건설 노동자들의 열악한 고용 실태를 집중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도하의 랜드마크 ‘알비다’ 38층과 39층에 들어서는 월드컵 최고 조직위원회(SCDL) 사무국 건설사업에 투입된 이주노동자들은 13개월째 약속된 임금을 받지 못했다. 이 사업의 도급업자였던 ‘리 트레이딩’이 계약을 파기당하고 무너지면서다.

‘축구타워’로 불리는 카타르 도하 ‘알비다’ 내 월드컵 최고 조직위원회 사무국 건설에 투입됐던 한 건설노동자. 1년 넘게 임금을 받지 못하고 열악한 숙소에서 살고 있다. [자료=가디언]

250만파운드(약 43억5600만원)를 쏟아부어 이탈리아 수공예 가구로 꾸민 최고급 시설로 만들고 있지만 정작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에게 돌아가는 돈은 없다. 근로 계약상 정해진 임금은 하루 6파운드(약 1만원)지만 겨우 손에 쥐는 건 0.5파운드(약 871.13원)에 불과한 시급이다.

고된 일을 마치고 돌아오더라도 이들을 기다리는 건 바퀴벌레가 우글대는 좁고 더러운 방이다. 7명이 한 방에 들어가 낡아빠진 매트리스에 몸을 뉘어야 한다.

설상가상으로 숙소 밖을 나가는 것조차 여의치 않다. 증빙서류 없이는 외출이 금지돼 사실상 철창 없는 감옥 신세다. 지난해 11월 신분증명서를 남기지 않고 도산한 한 건설업체 때문에 경찰에 체포돼 투옥된 이주노동자들을 아는 이들은 지금의 노예 상태가 끝나지 않을까봐 불안에 떤다.

사막에 세워지는 월드컵 경기장 건설현장에 투입된 이주노동자들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가디언이 만난 한 사막 건설현장의 이주노동자 65명은 수개월째 임금이 체불됐다고 했다. 수도시설이 갖춰지지 않은 숙소에서 8명이 한 방을 쓴다. 더러운 물을 마시고, 냄새나는 재래식 화장실을 써야 한다. 한낮 온도가 50℃까지 올라가는 살인적 더위에도 불구하고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에어컨은 꿈도 꿀 수 없다.

이에 대해 샤란 버로 국제노동조합연맹(ITUC) 사무총장은 이주노동자들을 이렇게 취급하는 것은 ‘범죄’라면서 “충격적으로 기본권이 침해되고 있지만 카타르 정부는 실태가 밝혀지지 않는 한 관심도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카타르 월드컵경기장 건설 현장의 모습 [자료=가디언]

실제 카타르 정부는 월드컵 개최 준비 과정에서 노동자들의 열악한 작업환경과 노동착취로 많은 비판을 받아왔다.

카타르 정부에 따르면 지난 2012~2013년 인도, 네팔, 스리랑카 출신 건설노동자 214명이 추락, 교통사고 등으로 사망했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경우도 56명에 달한다. 올해도 사망자가 속출해 1~5월 사이 목숨을 잃은 네팔 출신 노동자는 87명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된다.

고용주에 이주노동자의 체류를 결정하는 전권을 주는 ‘카팔라 시스템’도 고질적 문제다. 이에 따르면 고용주의 동의 없이 직장을 바꾸거나 카타르를 떠날 수도 없어 노예계약으로 불린다.

이 같은 문제들이 지적되자 카타르 정부는 노동권 개선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나섰다.

압둘라 알 쿨라이피 노동장관은 “아직 해야할 일이 많은 것은 알지만 확실한 진전을 이루고 있는 중”이라면서 노동법을 개혁하겠다고 밝혔다.

sparkling@heraldcorp.com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