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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랩] 福者 124위 탄생…교황 맞는 544만명 천주교 신자들
뉴스종합| 2014-08-11 11:04
프란치스코 교황 16일 124명에 시복식
신도 544만명, 아시아서 5번째로 많아
신부 4,865명…교단 지속적 성장세


[특별취재팀] 작년 3월 17일, 한 사제가 미사에서 이렇게 말했다. “자비로움은 세상을 덜 춥고 더 공정하게 만듭니다. 선함과 다정함을 두려워해선 안 됩니다”

이후 1년 4개월여. 사제는 자신의 말을 몸소 실천해왔다. 바로 프란치스코 교황이다. 교황(敎皇)이라는, 조금은 권위섞인 말로 번역하는 라틴어 파파(papa)는 사실 아버지를 부르는 애칭이다. 가난한 이를 위한 가난한 교회를 주창해 온 그는 그래서 ‘빈자(貧者)의 아버지’로도 불린다.

그런 그가 14일 한국에 온다. 교황의 자리에 오른 후 아시아 첫 방문지가 됐다. 한국은 신자가 8000만 명에 이르는 필리핀(아시아 국가 중 1위)처럼 천주교인이 압도적으로 많은 나라는 아니다.

하지만 숫자가 다는 아니다. ‘순교자의 땅’으로 불릴 만큼 한국 천주교는 오래 전부터 박해 속에 목숨을 바친 이가 적지 않았다. 그들 중 103명이 지난 1984년 방한한 당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선언에 따라 성인으로 추대됐다. 당시 이 장면을 보려고 100만명이 넘는 인파가 서울 여의도 광장과 주변 도로에 가득 모여 들었다. 


그로부터 꼭 30년이 지났다. 순교자의 땅을 재차 밟는 프란치스코 교황은 장소를 옮겨 이번에는 광화문광장에서 이 의식을 거행한다. 교황의 선포로 30년 전보다 21명 더 많은 124명의 복자(성인의 전 단계)가 탄생한다. 남자가 100명, 여자가 24명이다.

순교자 124명 중 한국 천주교의 첫 순교자 윤지충 등 86명은 1791년∼1827년에 순교했다. 1984년 성인으로 추대된 103명(1839∼1866년 순교자)보다 더 앞선 시대를 살다갔다. 한반도에서 천주교의 출발을 지켜본 이들이다. 이번 시복식은 죽음도 불사했던 그들의 신앙을 200여년 만에, 그것도 세계 가톨릭교회 최고 지도자가 직접 나서서 공식 인정하는 뜻깊은 자리다.

그렇게 순교자들이 뿌린 씨앗에서 꽃 피운 한국 천주교는 이후 교세를 키워 왔다.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가 1996년부터 발간하고있는 ‘한국천주교회 통계’에 따르면 국내 천주교 신자 수는 총 544만 명(2013년 기준)으로 매년 늘고 있다. 지난 1985년부터 10년마다 실시된 인구총조사를 봐도 천주교 신자 수는 불교나 개신교보다 그 증가세가 가파르다.


한국의 천주교 교계를 이끌고 있는 성직자 수도 늘고 있는 추세다. 18년 전 추기경의 자리엔 고 김수환 추기경 단 1명이 있었다. 현재는 정진석 추기경과 염수정 추기경 2명으로 늘었다. 신부 숫자도 1996년 2538명에서 2013년 현재 4865명으로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이처럼 한국 천주교 교단이 성장하는 가운데 방한하는 프란치스코 교황 역시 벌써부터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과거 두 차례나 한국을 찾아 국내 천주교 신장에 기여했던 요한 바오로 2세처럼, 이번에 그가 한국에서 보내게 될 5일 간의 여정 역시 천주교계에 새로운 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joz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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