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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전에 권력투쟁까지…이라크 정부 종파 내분 촉발
뉴스종합| 2014-08-12 10:50
[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이슬람 수니파 반군 ‘이슬람국가’(IS)의 공격으로 수세에 몰린 이라크 정부가 엎친데 덮친격으로 권력투쟁의 혼란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푸아르 마숨 이라크 신임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간) 오후 하이데르 알 아바디(62ㆍ사진) 제1국회 부의장을 총리로 지명하면서 이라크 정부 내 종파 내분이 촉발될 위기에 처했다. 국내외의 거센 반발에도 불구하고 3선 연임에 대한 의지를 불태웠던 누리 알 말리키 총리는 강력 반발하며 뜻을 굽히지 않고 있어 시아파 내분에 대한 우려에 불을 지피고 있다.

▶새총리 아바디는 누구?=이번에 총리로 공식 지명된 아바디 부의장은 말리키 총리와 같은 시아파 계열 이슬람다와당 소속이다. 1967년 입당해 활동하다가 1981년 영국 맨체스터대에서 공학박사 학위를 받은 이후 레바논에서 망명 생활을 하며 지도자 격으로 올라섰다.

2003년 미국 침공으로 사담 후세인의 수니파 정권이 무너지자 이라크로 돌아와 임시정부에서 통신부 장관을 역임하며 정치에 본격 입문했다. 국회 재정위원회 의장, 총리 정치고문 등을 지냈다.

말리키 총리의 동지이자 최대 라이벌로 꼽히는 그는 이란에 대해선 생각을 달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11일 파이낸셜타임스(FT)는 아바디 부의장이 시아파 맹주를 자처하는 이란이 이라크 내에서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데 대해 불만을 갖고 있다고 분석했다. 때문에 이란을 견제하는 미국 정부뿐 아니라 이라크 내 수니파의 지지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됐다.

정계에서 아바디 부의장은 소통에 뛰어난 협상가로 통한다. 가디언에 따르면 그는 평소 “리더십의 열쇠는 관용”이란 말을 즐겨 쓸 정도로 온건 성향으로 평가된다. 자이드 알 알리 전 유엔 이라크 고문관은 FT에 “하이데르는 국회에서 거의 모든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맺어왔다”면서 “향후 내각 구성에서 이 같은 역량이 잘 발휘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지도자로서의 카리스마와 능력은 부족하다는 평가다. 당론을 만들고 이끌어가기보다는 ‘전달자’에 가깝다는 게 주변의 평이다. 그의 한 측근은 FT에 “서글서글한 성격이지만 관리자로서의 능력은 형편없다”고 말했다.


▶美ㆍ시아파對말리키=아바디 부의장의 총리 지명안은 미국과 시아파 다수의 지지를 받고 있는 만큼 전망이 밝다. 특히 시아파 정치세력 연합체인 ‘국민연대’에서 말리키 총리의 ‘법치연합’ 외에 성직자들이 이끌고 있는 ‘알무와틴 연합’과 ‘알아흐라르 블록’ 모두 아바디 부의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그러나 연임을 노리고 있는 말리키 총리는 아바디 부의장의 공식 지명안을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말리키 총리가 내세우는 가장 큰 무기는 헌법이다. 이라크 헌법에 따르면 대통령은 취임 후 15일 안에 원내 최대 정파에 총리 지명을 요청해야 한다. 법치연합이 지난 4월 30일 총선에서 전체 328석 가운데 92석을 차지, 최다 의석을 확보한 만큼 자신이 지명권을 갖고 있다는 게 말리키 총리의 주장이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말리키 총리는 이날 밤 국영방송을 통해 내보낸 성명에서 지명안이 “법적으로 가치 없는(legally worthless) 것”이라며 “우리(법치연합)가 원내 최대 정파인만큼 정부 구성권을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말리키의 사위이자 국회의원인 후세인 알 말리키는 로이터 통신에 “우리는 연방법원에 이에 반대하는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말해 법적 싸움을 펼칠 것임을 시사했다.


▶시아파 내분…무력충돌할까=말리키 총리가 최후의 수단으로 무력 도발이라는 카드를 꺼내들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그는 10일 정부청사와 대통령 거처가 몰려있는 바그다드 ‘그린존’에 병력을 집중 배치시키며 이 같은 우려를 촉발시켰다.

IHS컨트리리스크의 메다 알 로와스 중동 선임 애널리스트는 “말리키는 안보기관들에 대한 통제력을 강화하고 있다”면서 “자체적으로 무장조직을 갖고 있는 그의 경쟁상대들이 무력으로 말리키를 제거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바그다드에서 시아파 간 내분이 벌어질 위험성도 높아지고 있다”면서 바스라, 나자프, 카발라 등 남부지역으로 내전이 확산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설사 무력충돌까진 가지 않더라도 말리키 총리가 자신의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해 최대한 위험을 감수할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미국 전략정보 분석업체 ‘스트랫포’의 중동 책임자 캄란 보카리는 AP통신에 “말리키는 3선 연임하기 매우 어려운 것을 알고 이판사판의 게임을 벌이려 한다”면서 “새 정부에서 공식 총리가 아니더라도 자신의 영향력을 지속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점쳤다.

sparkli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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