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정치
푸틴, 우크라 ‘우회침공’ 시작됐나…서방, 전전긍긍
뉴스종합| 2014-08-12 10:51
[헤럴드경제=문영규 기자]러시아가 분쟁이 지속되고 있는 우크라이나 동부지역에 대한 인도주의적 지원에 나설 것을 밝히면서, 서방 각국이 ‘인도주의’를 표방한 ‘우회침공’이 될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러시아의 군사적 개입 우려가 높아져가는 가운데, 우크라이나 사태를 둘러싸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취한 일련의 행위들은 모두 민족주의자(nationalist)들을 달래기 위한 정치적 행동으로 분석되고 있다.

▶러시아 ‘구호 호송대’ 파견=11일(현지시간) 푸틴 대통령은 침략을 위한 구실로 인도주의적 원조를 이용하지 말라는 서방의 긴급한 경고에도 불구하고 우크라이나 동부지역에 ‘구호 호송대’(aid convoy)를 파견한다고 밝혔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크렘린 웹사이트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분쟁지역에 긴급히 인도주의적 원조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국제적십자사(IRC)와 함께 우크라이나에서 활동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크림지역을 방문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사진=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개인 홈페이지]

영국 BBC방송은 미국, 유럽을 비롯한 서방이 러시아의 개입에 반대했지만, 러시아가 IRC가 주도하는 구호활동에 참가하는 것에 동의했다는 IRC의 성명을 전하면서 러시아의 개입을 기정사실화 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대통령실 대변인은 “호송대에 군 병력은 포함되지 않을 것”이라며 서방을 진정시켰다.

IRC에 따르면 지난 4월 중순부터 우크라이나 정부군과 친러시아 분리주의 반군 간 전투가 벌어지며 1500명이 사망했다. 주민 수천 명이 물과 전기, 의약품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이에 대한 지원이 이뤄질 예정이다.

▶‘인도주의’에 이은 ‘우회침공’ 본색 드러날까…=러시아의 진정 노력에도 서방의 우려는 가시지 않고 있다. IRC 성명 발표 전, 아네르스 포그 라스무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사무총장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국경 인근 수만 명의 병력을 물리지 않고 있다며 우크라이나 동부지역 군사적 “개입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보고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그는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가 인도주의적 작전으로 속이면서 내러티브(시나리오)나 (개입)구실을 발전시킬 것으로 보고 있다”며 “증강된 군사력은 우크라이나 내 불법적인 군사작전 수행에도 쓰일 수 있을 것”이라며 우려했다.

유럽연합(EU) 역시 조제 마누엘 바호주 집행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의 전화통화 이후 “바호주 위원장이 인도주의 지원을 포함한 어떤 명목하에서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일방적인 군사행동을 취하는 것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전달했다”는 성명을 발표하며 러시아의 군사적 개입 반대 입장을 명확히했다.

특히 나토는 러시아어를 사용하면서 우크라이나 동부와 남부 지역에서 ‘새로운 러시아’란 구호아래 투쟁하고 있는 반군을 구하는데 구호임무를 이용할까 우려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나토는 러시아군 규모를 2만 명 가량으로 보고 있으며 이는 침공을 개시하기 충분한 병력으로 평가하고 있다.

NYT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군의 규모가 점점 늘어나 병력 4만5000명, 전차 160대, 장갑차 1360대, 화포 390문, 차량화된 지대지 로켓 150대, 전투기 192대와 헬리콥터 137대가 국경에 배치돼있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고 전했다.

라스무센 사무총장은 “만약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더 개입한다면 국제사회가 광범위하고 깊고 강력한 경제제재를 통해 러시아를 더 고립시시키면서 결단력있게 반응할 것을 의심치 않는다”며 추가제재를 통한 압박을 강조했다.

▶민족주의에 편승한 푸틴, 권력유지에 이용당하는 우크라이나=우크라이나 국경지역 군사력 증강, 크림반도 합병, 서방제재에 대한 대응 등 우크라이나 사태를 둘러싸고 러시아가 취한 일련의 행동들은 푸틴 대통령이 민족주의자들을 달래고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조치라는 주장도 나왔다.

빌 브로우더 헤르미티지 캐피털 매니지먼트 최고경영자(CEO)는 CN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그(푸틴)은 민족주의라는 판도라의 상자를 열었으며 이제 사람들은 더욱 민족주의 성향을 띠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브로우더는 푸틴 정권에 대해 가장 비판적이었던 인사 중 하나였으며 지난 2005년 러시아에서 추방당한 이력도 있다. 그는 푸틴 대통령이 크림반도를 합병하면서 권력을 공고히하려고 노력하는 중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푸틴이 하려는 것은 천천히 기어들어갈 수 있도록 충분히 타당한 (침공)부인근거를 마련하는 것으로, 때가 되면 그는 벌써 거기있고 우리는 반응할 수조차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방국가들 역시 지난 3월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합병한 이후 국영매체들을 통해 민족주의 캠페인을 통해 러시아인들의 열망을 부추기고 있으며 이제 반군의 패배가 가까워오자 병력을 보낼 수 있게 됐다고 보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ygm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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