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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리치] 빌리어네어 ‘8· 1 5 한일전’ 한국이 웃었다
뉴스종합| 2014-08-14 11:29
한국 10억弗 이상 자산가 한명 더 많아
범삼성家 8명 263억弗…부집중도 높아

일본 25명 총 자산 927억弗…한국 제압
대부분 자수성가…30대 젊은 부호도 3명


[특별취재팀]
15일은 69번째 광복절이다. 순식간에 관객 1000만을 돌파한 영화 ‘명랑’의 열풍이 보여주듯, 광복 예순아흔해가 지났지만 여전히 일본은 한국에게 ‘물리쳐야할 상대’로 인식되고 있다.

경제 산업적으로도 마찬가지다. 1990년대 까지만해도 세계 무대에서 일본기업의 독주를 부러운듯 바라봐야 했던 한국기업이지만, 2000년대 이후부터는 우리기업의 성장세가 일본을 압도하면서 판이 바뀌는 모양세다. 그렇다보니 수조원 재산을 가진 슈퍼리치 기업인의 숫자는 어느덧 우리가 일본을 넘어설만큼 늘었다. 한ㆍ일 양국의 빌리어네어들을 비교해봤다. 

※ ( )는 포브스 순위

▶숫자는 한국 ‘신승’, 재산 규모는 일본 ‘압승’=지난 10일 기준으로 포브스가 평가하는 한국과 일본의 빌리어네어는 각각 26명, 25명이다. 재산이 10억 달러(약 1조원) 이상 되는 슈퍼리치의 숫자에선 한국이 일본을 한 명 앞선다. 그만큼 한국경제의 덩치가 과거에 비해 커졌다는 의미다.

물론, 이것만 가지고 우리나라에 ‘초거부’가 더 많다고 단정하긴 어렵다. 이들 빌리어네어들의 자산을 모두 더해보면 한국이 680억 달러인 반면 일본이 927억 달러로 월등히 많다. 이들의 1인당 평균 자산을 비교해봐도 한국은 26.1억 달러인 반면 일본은 37.1억 달러다. 우리보다 11억 달러정도 더 높다.

일본 경제가 전만 못하고, 한국 기업들의 위상이 높아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일본 부자들이 우리보다는 더 가진게 많다고 해석할 수 있다. 이런 상황은 양국을 대표하는 슈퍼리치 ‘빅 3’간의 비교에서도 확인된다. 

※ ( )는 포브스 순위, 8월 10일 기준

포브스가 평가한 한국의 3대 부자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122억 달러),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72억 달러),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52억 달러)이다. 부동의 투톱인 이ㆍ정 회장 외에 서 회장이 순위에 포함된 것이 눈에 띈다.

반면 일본의 3대 부자는 손정의(孫正義ㆍ166억 달러) 소프트뱅크 회장, 야나이 타다시(柳井 正ㆍ158억 달러) 패스트 리테일링 그룹 회장, 미키타니 히로시(三木谷浩史ㆍ77억달러) 라쿠텐 회장 등이다.

한국에서 가장 부자인 이건희 회장도 손정의 회장은 물론 일본 2위인 야나이 회장에 비해 재산이 35억 달러 이상 적다. 야나이 회장은 글로벌 SPA브랜드 유니클로를 보유한 패스트 리테일링 그룹의 회장이다.

세계 최대의 스마트폰ㆍ전자기기 업체의 총수인 이 회장의 재산이 일본 최대 통신사 총수인 손 회장이나 글로벌 ‘빅 3’ 수준의 패스트브랜드를 이끄는 야나이 회장에 비해 적은 것은 얼핏보면 의외일 수 있다.

차이는 지분율에서 나온다. 손 회장이나 야나이 회장은 여전히 회사 지분의 상당수를 손에 쥐고 있는 반면, 이 회장이 보유한 삼성의 지분율은 현저히 낮은 한자릿 수에 그친다. 회사의 가치나 브랜드 파워는 삼성전자가 소프트뱅크ㆍ유니클로를 크게 웃돌지만 주주로써의 회사에 대한 영향력은 손 회장이나 야나이 회장이 이 회장을 앞선다는 의미다. 

※ ( )는 포브스 순위, 8월 10일 기준

▶ ‘한계와 가능성’ 공존 … 일본의 슈퍼리치들=25명의 일본 슈퍼리치들의 면면을 살펴 보면 일본 경제의 한계와 가능성이 동시에 엿보인다. 우선 전반적으로 우리보다 더 노령화돼 있다. 톱 25명 가운데 70대 이상이 11명이다. 파칭코 제조사인 산쿄(SANKYO)의 쿠니오 부스지마(毒島 邦雄) 회장이나 세븐&아이 홀딩스의 이토 마사토시(伊藤 雅俊) 회장 등 90세 내외의 고령 슈퍼리치들도 적지 않다. 한국은 70대 이상이 5명에 그친다.

반면 젊은 부호의 숫자도 우리보다 더 많다. 한국은 이서현 제일모직 사장이 올해 마흔으로 가장 젊지만, 일본은 모바일 게임사인 코로프라(Colopl)의 바바 나루아츠(馬場功淳) 사장이 36세(78년생)으로 가장 젊다. 모바일게임사 그리(Gree)의 다나카 요시카츠(田中良和) 회장, 세계 최대 온라인 의류쇼핑몰인 조조타운(Zozo Town)의 마에자와 유사쿠(前澤友作) 대표 등 30대 슈퍼리치가 세명이나 된다. 모두 모바일 시대의 흐름속에서 아이디어와 도전으로 자수성가했다.

업종면에서도 우리와는 차이가 난다. 일본 슈퍼리치들은 유통, 의류, 파칭코, 게임, 가구, 전자상거래, 주류, 소비자금융 등 ‘소비재형 내수 산업’에 집중돼 있다. 토요타, 소니, 혼다 등으로 대변되던 일본 대표 수출기업의 수장들은 순위에 못들었다. 일본의 수출기업들이 후퇴하고 내수중심으로 경제의 무게중심이 이동했다는 의미다.

하지만 그속에서도 톱2인 손회장과 야나이 회장 만큼은 별개다. 두사람은 공격적인 행보로 불황의 와중에도 재산을 계속 불리고 있다.

손 회장은 공격적인 M&A와 해외시장 공략, 혁신산업을 읽는 통찰력 등을 기반으로 영향력을 높여왔다. 지난해 미국 3위의 이통사 스피린트넥스텔을 인수한 데 이어, 독일의 T-모바일 인수도 추진중이다. 최근에는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알리바바의 상장을 앞두고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지난 2000년에 알리바바에 2000만 달러를 투자했는데, 알리바바가 십여년만에 상장하면서 그 가치가 무려 578억달러로 증가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알리바바의 상장을 앞두고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지난 2000년에 알리바바에 2000만 달러를 투자했는데, 알리바바가 십여년만에 상장하면서 그 가치가 무려 578억달러로 증가했기 때문이다. 야나이 회장은 2020년까지 ‘연매출 5조엔의 세계 최대 패션 브랜드’를 목표로 해외시장 공략에 더 힘쓰는 모습이다. 유럽과 미국, 동북아 등 잘사는 나라에만 집중하는 다른 SPA 브랜드들과 달리 동남아, 중남미, 아프리카 등 저소득 국가 공략에도 적극성을 보이면서 실적을 매년 끌어 올리고 있다. 


▶창업자수는 일본↑, 부의 집중도는 한국↑=양국이 비교되는 또 하나의 포인트는 창업자의 수다. 일본은 25명 가운데 20명이 창업자인 반면 한국은 26명 중 창업자로 볼 수 있는 슈퍼리치는 6명 뿐이다. 일본의 창업자들이 고령에도 여전히 경영일선에 나서고 있는 반면, 한국은 2, 3세로의 세대교체가 더 빨리 이뤄진 것으로 볼 수 있다. 단적으로 일본은 톱3가 모두 창업자인 반면, 한국은 톱 3가 모두 2세 경영인이다.

이같은 흐름은 ‘학력’으로도 이어진다. 한국의 슈퍼리치들은 전원이 대졸자이지만, 일본은 고졸이나 대학 중퇴, 전문대 졸업자도 심심치 않게 찿아볼 수 있다. 한국의 2세, 3세 경영인들이 어린 나이부터 황태자 수업을 받다보니 상대적으로 더 고학력으로 ‘길러진’ 것으로 보인다.

특정 가문에 대한 ‘부의 집중도’도 상대적으로 우리가 높다. 

한국의 경우 이건희 회장을 비롯해 26위 이내에 삼성가 인물만 5명이 포함돼 있다. 이들 5명의 재산의 합은 215억 달러다. 여기에 한뿌리에서 나온 이재현 CJ그룹 회장(20억 달러), 이명희 신세계 그룹 회장(16억 달러), 정용진 신세계 그룹 부회장(12억 달러) 등 ‘범 삼성가’ 인물들을 더할 경우 총 8명에, 재산 총액이 263억 달러로 늘어난다. 전체의 3분의 1이 넘는 액수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72억 달러)과 정의선 부회장(46억 달러) 부자, 정몽준 현대중공업 최대주주(12억 달러) 등 ‘범 현대가’와 구본무 LG그룹 회장(18억 달러)과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13억 달러) 등 ‘범 LG가’ 등 한 가문 출신들이 복수로 랭크인 된 것을 감안하면 더욱 추세가 명확해진다.

반면 일본의 경우 25위 이내에 가족관계에 있는 인물들은 두 커플 뿐이다. 1위 손정의 회장과 24위인 손태조 겅호 온라인(Gungho) 회장이 형제다. 모리 아키라 ‘모리 트러스트’사 회장과, 모리 요시코 ‘모리 빌딩컴퍼니’ 회장은 서로 시동생과 형수의 관계다.

여성 슈퍼리치의 숫자는 한국이 앞선다. 한국은 5명인 반면 일본은 모리 요시코 회장 단 1명 뿐이다. 일본의 재계가 여성에게 유독 폐쇄적임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하지만 한국이나 일본이나 여성 빌리어네어들은 모두 누군가의 부인이거나 딸인 ‘상속녀’들이다.

sw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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