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문화
말레이기 피격 한달…‘누가? 왜?’ 끝모를 논란
뉴스종합| 2014-08-18 11:27
우크라이나 상공에서 말레이시아 항공 여객기(편명 MH17)가 피격돼 298명의 민간인이 희생된지 한 달이 지났지만 진상규명 작업은 갈수록 미궁으로 빠져들고 있다.

지난달 17일 사고이후 한 달 간 국제사회는 말레이기 격추 배후로 지목된 러시아에 고강도 제재를 가하는 등 이른바 ‘응징’에 착수했다.

그러나 국제조사단의 현장조사가 원활히 이루어지지 않은데다 블랙박스 등에서 특별한 단서가 발견되지 않아 사고 원인 규명에 난항이 거듭되고 있다.

9월 초 첫 보고서를 발표할 예정인 국제조사단 일부에서는 “사건이 정치적으로 이용돼 유족에 대한 배려와 진상규명은 뒷전”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고조되고 있다.

▶현장조사 일주일만에 올스톱=호주, 네덜란드, 말레이시아 전문가들과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사찰단 요원 등 약 120명으로 구성된 국제조사단은 지난 1일 현장에 투입된 이후 일주일만에 치안악화를 이유로 철수했다. 우크라이나 정부군과 친러반군과의 교전으로 현장 접근 자체가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수습된 시신은 227구다. 이중 지난 14일 현재 127구의 신원이 확인됐다. 남은 70여명의 시신과 유품 회수는 지난 8일로 전면 중단된 상태다. 조사단은 2차 수색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결정되지 않았다.

OSCE 사찰단의 알렉산더 허그 부단장은 “계획했던 활동은 거의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며 현장조사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수색이 재개된다고 해도 약 20㎢에 달하는 광범위한 지역에서 시신이나 유품 수색을 완료하는 데는 수 주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됐다.

마르크 뤼테 네덜란드 총리는 “우리는 여전히 희생자의 시신과 유품 수습, 추락 원인 수색을 완수할 필요가 있다”며 현장조사 재개를 촉구했다.

▶러시아 소행 객관적 증거 없어=러시아가 말레이기 추락에 개입했다는 객관적인 증거도 나오지 않고 있다. 사고 직후 우크라이나 정부는 친러 반군이 지대공 미사일 부크로 격추했다고 단정지었고, 유럽과 미국 등 서방은 친러파가 간여했다는 의혹을 기정사실화했다. 그러나 러시아는 오히려 우크라이나 정부군에 의한 범행 가능성을 언급하며 쌍방간 공방이 가열됐다.

여기에 지난달 말 미 정보당국이 “친러파에 의한 오발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부크 미사일이 러시아에서 반입됐다는 직접적인 증거는 없다”고 밝혀 사건은 더욱 오리무중으로 빠져들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18일 “내달 초 발표될 국제조사단 보고서에서 친러파의 범행이 농후하다고 결론 짓더라도 러시아가 받아들일 가능성은 없다”고 전망했다.

보고서에는 블랙박스, 항공통제관제 데이터, 정보수집 위성 영상 분석결과, 현지 조사단의 분석 등이 포함될 예정이다.

그러나 블랙박스 비행기록장치와 음성녹음장치 해독 결과 특별한 단서가 발견되지 않았고, 사고현장에서 부크 미사일 파편도 발견되지 않아 보고서 내용이 충실할 지는 미지수다.

▶네덜란드선 추모 지속=가장 큰 희생자(193명)가 발생한 네덜란드에서는 사고발생 한 달이 지났지만 희생자를 애도하는 시민 주최 집회와 추도식이 계속되고 있다. 

사고기 시신 신원확인 작업 중인 군기지가 있는 네덜란드 남동부 힐베르쉼 시에서는 지난 17일 희생자 수와 같은 298마리의 비둘기가 하늘로 날려졌고, 흰옷을 입은 시민 약 1200명이 교외에서 추모식이 열리는 교회까지 500m를 행진했다. 

힐베르쉼 군기지에는 법의학자 100여명이 시신확인 작업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희생자의 치아 기록과 지문을 바탕으로 127명의 신원을 확인했다. 

이중 86명은 네덜란드인이었고, 41명은 다른 10개국 희생자들이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법의학팀이 추가로 회수된 527개 신체 일부를 조사하고 있다”고 전했다. 신원확인 작업은 DNA에 의존하겠지만 이는 정확성이 떨어질 것이라고 WSJ는 덧붙였다. 

천예선 기자/che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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