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경제
美교외지역 불평등 ‘곪은 상처’ 터져
뉴스종합| 2014-08-18 11:27
퍼거슨 빈곤율 14년간 급상승…흑백갈등 보다 소득격차 문제


10대 흑인 청년의 총격 사망 사건으로 촉발된 미국 미주리주 퍼거슨시의 흑인 소요사태는 오랫동안 곪아온 미국 교외지역의 경제 불평등 문제가 수면 위로 표출된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특히 미국 전체 빈곤층 4600만명 가운데 절반 이상이 교외 지역에 살고 있고, 이 가운데 빈곤선 미만의 소득을 버는 취약계층이 1650만명에 달하는 등 미국에서 교외지역의 경제 불평등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17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은 “퍼거슨 사태는 흑백차별 뿐 아니라 도심과 교외지역 간 불평등에 대한 적대감을 드러내는 사건”이라며 “교외지역의 빈곤 문제가 빠르게 심각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미주리주 최대 도시 세인트루이스 외곽에 위치한 소도시인 퍼거슨은 지난 14년 간 급상승한 빈곤율로 골머리를 앓았다.

미국 인구통계국에 따르면 퍼거슨의 빈곤율은 2000년 10.2%에서 2012년 22%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또 주민 4명 중 1명은 가구당 2만3492달러인 연방 빈곤선(가구원 4명 기준)에 못 미치는 소득으로 살아가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 같은 퍼거슨시의 빈곤 문제는 가파르게 성장하는 미주리주 경제와 뚜렷한 대조를 이룬다.

미주리주의 주민 중간소득이 2012년 4만7333달러인 반면 퍼거슨은 3만7517달러에 불과해 큰 격차를 보였다. 2000년 조사때만 해도 엇비슷했던 소득 수준이 최근 12년 새 대폭 벌어진 것이다.

인근 세인트루이스시가 미국 도시 중 16번째로 빠르게 성장한 것과는 딴판이다.

콜린 고든 아이오와대 교수는 “20세기 후반 소요사태는 주로 인종차별 때문에 발생했지만 이젠 소득 격차가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고 설명하면서 흑백 갈등보다 소득에 방점을 찍었다.

문제는 퍼거슨의 도심ㆍ교외 경제 불균형 현상이 미국 전역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콜로라도주만 보더라도 도심인 콜로라도스프링스시 외곽 지역에 사는 인구 35%가 빈곤선 아래에서 허덕이는 저소득층이다. 때문에 알자지라도 “퍼거슨의 경제ㆍ사회적 불평등은 전국에서 발생하고 있는 문제의 축소판”이라고 지적했다.

브루킹스연구소의 최신 보고서에 의하면 미국 교외지역의 빈곤 인구는 2000년 40만7316명에서 2008~2012년 97만2379명으로 늘어 139%의 증가세를 나타냈다. 반면 도심지역의 빈곤층 증가율은 같은 기간 50%를 기록하는 데 그쳤다.

이에 따라 미국 전체 빈곤층 4600만명 가운데 절반 이상이 현재 교외 지역에 살고 있다고 보고서는 추산했다. 그 중 빈곤선 미만의 소득을 버는 취약계층도 1650만명에 이른다.

링컨 킬리언 노스웨스턴대 교수는 “교외지역의 빈곤율 증가로 퍼거슨을 뒤흔든 시위 같은 사회 불안이 일어날 위험이 커지고 있다”면서 “교외지역의 범죄율이 더 높아지는 추세”라고 우려했다. 


강승연 기자/sparkli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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