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문화
일본도 ‘쓰레기집’ 골머리…고령화 ‘무기력’탓
뉴스종합| 2014-08-18 11:31
[헤럴드경제=천예선 기자]우리나라에서 최근 쓰레기에 뒤덮힌 포천 빌라 변사사건이 충격을 줬지만 이웃나라 일본에서는 비슷한 사건이 빈번히 발생해 해당 지방자치단체가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난 5월 도쿄 아다치 구의 한 저택에서는 3t가량의 쓰레기가 나와 세간을 놀라게 했다. 집주인은 60대 여성으로 30년전 남편과 사별하고 자녀가 독립한 이후 쓰레기를 모아두는 생활을 지속했다.

이 사건은 인근 주민들이 악취와 해충 피해를 호소하면서 불거졌다. 강제철거를 결정한 구청 측은 직원과 주민 12명이 포함된 작업팀을 구성해 반나절간 대대적 쓰레기 청소에 나섰다. 구청의 생활환경보전과는 집주인에게서 치매 징후가 발견되자 그의 아들을 찾아 철거를 결정했다. 철거작업을 지켜본 아들은 구청 측에 “고맙다”고 사례했다.

아다치 구청은 지난해 1월 ‘대책조례’를 마련해 쓰레기 강제철거와 철거비용을 최대 100만엔(약1000만원)까지 보조하고 있다. 전담부서를 두고 지난 3월 말까지 민원 233건 중 70%를 해결했지만 지금까지 강제철거를 한번도 없었다. 이번 60대 여성의 저택 쓰레기 처리가 첫번째 강제철거 사건으로 기록됐다. 

도쿄 아다치 구에서 문제가 된 ‘쓰레기집’ 주변. 집안에서 쓰레기 3t이 나와 충격을 줬다. [출처:니혼게이자이신문]

일본의 ‘쓰레기집’은 아다치 구만의 문제가 아니다. 일본 국토교통성이 2009년 전국조사를 실시한 결과, 250개 시정촌(일본 지자체 단위)에서 ‘쓰레기집’의 존재가 확인됐다.

이처럼 일본에 쓰레기집이 많은 이유는 고령화와 가족과의 이별 충격에서 오는 무기력, 이른바 ‘자기방임(self-neglect)’이 꼽혔다. 일본 내각부 경제사회종합연구소의 2011년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국에서 최대 1만2000명이 ‘자기방임’ 상태인 것으로 집계됐다.

일본 지자체는 대책을 고심하고 있지만 실상은 간단치가 않다. 우선 “쓰레기가 재산”이라고 주장하면 법적으로 가택출입이 불가능하다. 또 예산부담으로 조례 제정도 공회전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18일 “이다치 구의 조례에 관심을 갖는 지자체는 많지만, 비슷한 조례를 제정한 곳은 오사카 시 한곳 뿐”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5월 일본 유신회 등 야권 4당이 “쓰레기집 금지 법안’을 중의원 공동으로 제출했지만 심의만 계속될뿐 통과가능성은 낮다고 닛케이는 덧붙였다. 이 법안에는 지자체의 철거명령과 국가재정 지원을 포함돼 있다.

‘르포 쓰레기집에 사는 사람들’의 저자 키시 에미코(테이쿄대) 교수는 “고령화와 핵가족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는 일본에서 이 문제를 방치하면 노인고립과 주민피해가 심각해지는 것을 피할 수 없다”며 국가의 적극적인 참여를 촉구했다.

/che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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