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
온도마케팅에 빠진 식음료업계
뉴스종합| 2014-08-19 09:22
[헤럴드경제=이정환 기자]‘밥은 봄처럼, 국은 여름처럼, 장은 가을처럼, 술은 겨울처럼’ 이란 옛 속담이 있다. 말 그대로 밥은 따뜻하게, 국은 뜨겁게, 장은 서늘하게, 술은 차갑게 먹어야 맛이 좋다는 말이다. 이처럼 음식의 참맛을 느끼려면 재료의 품질과 만드는 사람의 정성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바로 ‘적정 온도’다. 같은 음식이라도 온도에 따라 맛이 있고, 없고의 차이가 확연하기 때문이다. 특히 무엇보다 ‘맛’이 소비자들의 제품 구매에 큰 영향을 끼치는 식음료업계에서는 최근 ‘맛있는 온도’를 내세워 제품의 장점과 특성을 부각하는 마케팅에 집중하고 있다.

‘아사히 수퍼드라이 엑스트라 콜드 바’(이하 ‘엑스트라 콜드 바’) 팝업스토어는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영하 2도로 제공되는 특별한 수퍼드라이를 맛 볼 수 있는 곳이다. 롯데아사히주류가 서울 강남역과 부산 해운대 등 2곳에서 선보이는 이 곳에서는 수퍼드라이와 수퍼드라이-드라이 블랙을 특수 냉각시스템을 통한 영하의 온도(-2℃~0℃)로 추출해 기존 수퍼드라이보다 약 2배 더 부드러운 거품과 상쾌한 청량감을 맛 볼 수 있다. 이는 온도가 낮을 수록 맥주 거품의 크기가 미세해지고, 탄산 가스 함량이 높아지는 원리에 따른 것이다. 맥주 디스펜서 옆에는 실제 수퍼드라이의 온도(-2℃~0℃)를 확인할 수 있는 온도계가 비치 돼 있어 엑스트라 콜드 바의 특징을 시각적으로도 느낄 수 있다. 또 ‘엑스트라 콜드 바’에서는 이 영하의 수퍼드라이를 고객이 ‘맥주 마이스터’ 체험을 통해 더욱 생생하고 짜릿하게 만나볼 수 있도록 했다. 팝업스토어는 오는 9월까지 한시적으로 운영된다.


‘모스버거’는 햄버거에 들어가는 야채와 소스, 빵의 온도를 각각 다르게 관리해 최고의 맛을 위한 온도 관리에 힘쓰고 있다. 이른 바 ‘4°Cx80°Cx85°C’ 공식에 따라 각 식재료의 온도를 철저히 고집하는 것이다. 가장 신선한 야채 온도 4°C, 따뜻한 소스의 온도 80°C, 따뜻하고 부드러운 빵의 온도 85C°에 맞춰 모든 내용물이 한 데 모였을 때 가장 맛있는 모스버거를 제공하고 있다.

‘풀무원 사계절 김장김치’도 -2℃ 빙온숙성 공법으로 만들어 갓 담근 김치의 신선한 맛을 오래 즐길 수 있다. 유산균의 활성화를 돕고 김치 재료가 깊은 맛을 낼 수 있는 최적의 온도인 영하 2°C에서 120시간 이상 ‘빙온(섭씨 0°C에서 식품이 얼기 직전까지의 온도대)숙성’해 아삭하고 시원한 김치맛을 자랑한다.

고기는 익고 나서도 70℃가 유지돼야 부드러운 식감과 감칠맛 나는 육즙을 맛볼 수 있다. 지나치게 뜨겁거나 반대로 식어버리면 고기 본연의 맛을 느끼기 어려운 법이다. ‘놀부보쌈’은 70℃를 유지하기 위해 보쌈을 따뜻하게 한 후 옥돌에 올려 제공한다. 옥돌은 열전도율 및 열보존률이 높아 부드럽고 적당히 쫄깃한 보쌈의 맛을 처음부터 끝까지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다. 또 따뜻한 온도가 고기의 수분을 유지하게 한다. 


‘플로리다 내추럴’은 물을 한 방울도 넣지 않고 만든 100% 과일 착즙 프리미엄 주스로, 냉동과 해동을 거치는 다른 프리미엄 주스와 달리, 4℃ 이하 냉장 온도에서 유지해 고품질 주스의 신선한 맛과 향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기존 주스보다 약 3배 정도 가격이 비싸지만, 풍부한 맛과 높은 영양으로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 오렌지와 자몽 등 2종의 제품이 있다.

롯데아사히주류 신우복 마케팅 팀장은 “제품 선택에 있어 소비자들의 수준과 기대가 점차 높아지는만큼 ‘맛’ 하나를 설명하고 전달하는 데에도 단순히 ‘맛있다’가 아니라, 보다 효과적으로 부각할 수 있는 다양한 형태의 마케팅 기법들이 등장하고 있다”며 “특히 온도 과학은 맛에 대한 전문성을 소비자에게 자연스럽게 어필하고, 특정 온도로 제품의 장점을 손쉽게 전달할 수 있기 때문에 각광받고 있다”고 말했다.

atto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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