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인 예가 2000년대 중후반 펀드 열풍을 몰고 온 중국펀드다. 중국의 급성장에 기대 너나 할 것 없이 운용사마다 중국 관련 펀드를 홍보하기 바빴지만 곧이어 터진 글로벌금융위기에 수익률은 곤두박질쳤다.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중국본토에 투자하는 58개의 주요 펀드의 5년 수익률은 지난 14일 현재 -17.91%로 아직도 그때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반면 최근 3개월 수익률은 11%에 달한다. 펀드 열풍 초기에 정석처럼 받아들여진 ‘장기투자’보다 상황을 봐서 짧게 넣다 빼는 순발력이 현명한 선택인 셈이다.
펀드가 단기 유행을 좇게 된 건 그만큼 자산운용사들이 찍어내 듯 펀드를 양산해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롱숏펀드가 월등한 성과를 내며 투자자들의 발길이 이어지자 운용사들은 저마다 롱숏펀드 열풍에 가세했다. 이 과정에서 스타펀드매니저의 이동이 금융투자업계의 이슈가 되기도 했다.
일부 자산운용사의 경우 불과 2~3개월 안에 뚝딱 롱숏펀드란 이름을 내건 펀드를 출시하기도 했다. 심지어 헤지펀드 운용 경험이 없는 매니저가 롱숏펀드를 담당하는 경우도 있다. 한 외국계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펀드 하나를 출시하려면 시장 동향과 향후 전망, 운용사의 고유 철학 등을 토대로 내부 검토에서부터 최종 출시까지 아무리 빨라도 6개월은 걸린다”고 말했다.
유행에 따라 펀드가 만들어지다보니 설정액이 10억원에도 못 미치는 ‘자투리 펀드’가 난무하는 것도 고쳐지지 않는 문제다. 지난 7월말 현재 전체 공모형펀드 3408개 가운데 10억원 미만 펀드는 975개(28.61%)에 달한다. 10억~100억원 사이 펀드(1206개) 다음으로 많다. 2011년말에 비해 전체 공모펀드 개수는 1.70% 줄었지만 10억원 자투리 펀드는 오히려 6.21% 늘었고 전체 펀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13%포인트 높아졌다.
반면 설정액 5000억원 이상 대형 펀드는 같은 기간 95개에서 91개로 줄었다. 대체로 10억원 이하 펀드는 펀드로서 제대로된 투자철학을 구현하기 힘들 뿐더러 분산투자 효과도 누리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펀드 성과를 비교할 때 최소 10억원 이상 펀드로 대상을 규정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펀드 규모에 상관없이 운용에 필요한 비용은 비슷하다. 즉 자투리 펀드는 ‘고비용-저수익’의 기형적인 운용 형태를 가질 수밖에 없다. 2011년 금융당국이 50억원 이하의 소규모 펀드를 정리하겠다고 나섰지만 원금 손실을 본 투자자들의 반발과 운용사의 소극적인 태도에 별다른 진척이 없다.
펀드매니저들의 전문성과 책임의식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작년말 기준 국내 54개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 608명의 평균 근무 기간은 4년 10개월로 나타났다. 이는 외국계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가 평균 6~7년 이상 근무하는 것에 비해 짧다. 운용의 지속성과 수익률 관리에 허점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
한 중소형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는 “자본시장의 꽃이자 얼굴이란 영광은 옛말”이라며 “전문성보다는 회사 지시를 따르거나 자리 보전에 안주하는 평범한 회사원이 된 기분”이라고 토로했다. 눈이 휘둥그레지는 고액 연봉은 일부 스타 매니저에게 국한된 ‘남의 얘기’라고 잘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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