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방이동 SK핸드볼경기장에서 열리는 이번 대회는 백종권 글로리MMA휘트니스 코치의 해설로 케이블채널 SBS스포츠에서 중계방송된다.
▶최홍만 대 카를로스 토요타, 4대6 카를로스 우세=최홍만(34)은 데뷔 첫해인 2005년부터 2007년까지 중후반 전성기를 누렸다. 이 때 당시의 최홍만과 지금의 최홍만은 근육량과 체중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체지방 10% 미만의 순근육질로 160kg이던 체중은 현재 약 40kg 가량 가벼워진 120kg 가량이다. 지방을 덜어낸 게 아니라 근육량이 준 것이라 파워 면에서 손해가 없을 수 없다. 선수 본인은 최근 대회사와 인터뷰에서 “감량으로 스피드를 얻었다”며 반대급부로 몸놀림이 빨라졌음을 강조한다.
상대로 정해진 카를로스 토요타(39)는 브라질인으로 191cm의 장신이다. 2m17cm의 신장인 최홍만보다는 확실히 작긴 하지만 최홍만의 턱까지는 올라오는 신장이다. 신장 차에 의한 이점이 극대화되지는 않는다. 브라질유술 블랙벨트이며 극진공수도도 수련한 만큼 스탠딩과 그라운드에서 고루 기본기를 갖추고 있다는 점이 최홍만을 크게 위협한다.
경기가 서서 진행될 경우 K-1에서 18전(12승6패)을 쌓은 최홍만이 신장 이점을 최대한 활용하면서 유리한 상황을 만들 수 있다. 하지만 그라운드에 돌입할 경우 19전(공식기록상 10전3승6패1무)의 카를로스에 비해 기술이 일천한 최홍만으로선 딱히 해볼 만한 수단이 없다. 이런 점에서 카를로스의 우세가 예상된다. 최홍만으로선 상대의 테이크다운 시도를 잘 막아내는 것이 관건이다. 스탠딩 타격이 야무지지 못하면 상대의 테이크다운 시도 횟수는 더 늘어나므로, 공격이 최선의 방어다.
격투기 전문가 천창욱 CMA코리아 대표는 “더블레그 테이크다운으로는 최홍만의 몸이 워낙 커 그립이 안 잡히므로 상대는 싱글레그 테이크다운을 시도하게 될 것”이라며 “이 때 상대에게 굳이 스프롤로 대응하지 말고 한쪽발을 내주더라도 씨름 베이스를 살려 중심유지를 하면서 펀치로 견제를 해도 거리가 충분히 닿으므로 상대가 섣불리 들이대지 못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임수정 대 라이카, 6대4 임수정 우세=임수정(29)도 어느덧 은퇴 시기를 고려하는 노장이다. 2007년 종합격투기 네오파이트 입식경기에서 인기몰이를 시작해 2008년과 2009년 K-1 MAX 한국대회와 칸(KHAN) 등 메이저 입식격투기대회까지 진출했다. 2010년 이후로는 단 두 차례 공식전을 치렀을 뿐이다. 그러나 오히려 지금이 체력이나 파워 면에서 비약적으로 강해졌을 것이란 기대어린 평가가 나온다. 크로스핏 선수로도 활약중인 때문이다.
상대는 일본 여자 프로복싱의 선구자로 불리는 라이카(38)다. 2002년 WIBA 페더급, 2006년 IFBA 슈퍼라이트급과 WIBA 라이트급을 거머쥐며 세계 3체급을 석권했다. 지난 해 말 새터민 출신 세계 챔프 최현미에게 도전했다 판정패 한 이후 은퇴하고 종합격투기와 입식격투기 전향을 선언했다. 이번이 그의 종합격투기 데뷔전이다.
임수정 역시 종합격투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대회 주최사 엔터원은 그라운드 경험이 일천한 이 둘의 경기가 느슨해지는 것을 막기 위해 그라운드 30초 제한의 특별룰을 도입했다. 레퍼리도 교착이 지속된다 싶으면 다른 경기보다 빨리 스탠딩 선언을 할 것으로 보인다.
임수정은 원체 정신력이 뛰어난 파이터다. 코뼈가 부러진 상태에서 경기를 지속해 판정승을 거둔 적도 있다. 맷집도 뛰어나 큰 것 한두 방을 허용하더라도 버텨낸다. 더욱이 킥이라고 하는 무기를 지닌 임수정이 펀치 중심일 라이카에게 로킥을 통해 체력을 깎고 거리싸움을 벌인다면 쉽게 지는 그림은 그려지지 않는다. 요컨대 뛰어난 내구성과 주요 공격기술상의 이점에서 임수정이 우세하다.
격투기 전문가인 김기태 다이도주쿠 쿠도(공도) 한국본부 대표는 “상대인 라이카가 올초 격투기 전향 후 얼마나 종합격투기 훈련을 해왔는지 알 수 없지만, 킥 캐치나 테이크다운 등만 조심한다면 체력전이나 파워 싸움에서 임수정이 경기 흐름을 끌고 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명현만 대 나카무라 유타, 5대5 백중세=명현만(29)은 자타공인 국내 헤비급 입식격투기 최강이다. 현역 최강일 뿐 아니라 역대 최강이다. 다소 느린 스피드와 스태미너에서 약간 문제가 있지만 190cm, 110kg의 거구답지 않은 유연성과 기술적인 완성도, 전략 수행 능력 등에서 명현만은 그런 평가를 들어 마땅하다. 다만 지난 해 레볼루션 1회대회에 이어 이번이 두번째 종합격투기 출전이며 적극적인 그라운드 수련을 충분히 해온 건 아니다.
그와 상대하는 나카무라 유타(32)는 2003년 입문해 판크라스와 글래디에이터를 주전장으로 30전(12승18패)이나 쌓은 베테랑이다. 유도를 베이스로, 와슈츠케이슈카이를 거쳤다. 다만 신장이 175cm에 불과하고 평소 체중도 80kg여서 무제한급으로 열리는 이번 경기에서 체격적 열세가 분명하다. 아무리 그래플링 기술이 뛰어나다지만 태클 대비 능력은 충분히 갖추고 올라올 명현만을 그라운드로 끌고 가는 자체가 힘에 부칠 수 있다. 오히려 막무가내식 태클 시도를 반복하다가는 펀치와 킥, 무릎 등 사정거리별 무기에 침몰할 수 있다.
대신 일단 그라운드 돌입이 이뤄지면 명현만은 탈출에 목숨을 걸어야 한다. 상대가 온전히 탑포지션을 차지하지 못하도록 견제하면서 빨리 일어서거나 심판의 스탠딩 선언을 이끌어내야 한다. 그라운드에서 오래 머무를수록 치명적이다. 지난 2005년 헤비급 입식격투기 강자 이면주가 오카미 유신에게 곧바로 그라운드로 끌려내려가 1라운드를 못 버티고 TKO패한 것을 상기해 볼 필요가 있다. 교묘한 하체 관절기를 눈 감고 코 베이듯 허용할 수 있다. 명현만이나 나카무라나 어느 쪽이든 다른 쪽을 절명시킬 수 있는 무기를 가졌다.
기자와 달리 명현만의 우세를 점친 김기태 대표는 “이 정도의 체격 차이는 큰 편이다. 명현만이 체격 차이로 그라운드 기술 차이를 어느 정도는 메울 수 있다”면서 “단, 와슈츠케이슈카이 출신이라면 십중팔구 초저공 발목태클을 노려올 텐데 이에 주의해야 하고, 기습적인 힐훅 등 하체관절기에 역습을 허용할 수 있으므로 마음을 놓지 않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태헌 대 아이언호스 타나카, 1대9 타나카 우세=입식격투기 수련기간 1년 안팎에 종합격투기 수련기간 6개월 미만의 김태헌(25)에게 아마추어 4전(전패)과 프로전적 3승2패 등 총 9전의 경력을 쌓은 ‘아이언호스’ 타나카 다이사쿠(39)는 넘기 어려운 벽이다. 일각에서는 이 매치에 대해 일방적 경기가 예상된다면서 김태헌에게 가혹한 매치메이킹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나 김태헌은 이를 알고 수락했다. 약한 선수를 상대로 손쉬운 승리를 거두기보다 벅찬 상대를 만나 패할지언정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만약 대회사가 데뷔전을 치르지 않은 무명 아마추어를 적당히 포장해 그의 상대로 붙여준다면 얼마든지 이기게 해 줄 수 있다. 하지만 김태헌 스스로 가시밭길을 선택했고, 대회사도 그 뜻을 존중해 이번 매치를 결정지었다.
격투기 전문가 이성호 BJJ스트림 대표(헤럴드스포츠 MMA 전문기자)는 “이 경기는 리그나 토너먼트가 아닌 일회성 매치로 이해한다. 아이돌 가수가 본업을 잠시 이탈해 진지하게 도전하는 모습을 그냥 즐기며 감상하면 된다”며 “이 경기에 굳이 승산을 따지거나 미스매치라거나 하는 지적은 이미 필요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천창욱 대표도 비슷한 의견이다. 천 대표는 “김태헌의 승패여부보다 김태헌이 어떤 기량으로 어느 정도의 투지를 보여줄지가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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