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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 행복은 없고 성공만 있다?
부동산| 2014-09-02 11:21
“귀농 성공사례를 더 많이 들려주세요.”

최근 서울 강남에서 열린 귀농귀촌박람회 토크쇼에서 한 방청객이 주문한 말이다. 이런 저런 설명보다는 어떻게 해야 성공할 수 있는지 그 비법을 듣길 원했다.

하지만 귀농귀촌박람회는 물론이고 정부와 지자체, 그리고 민간에서 국고 지원을 받아 실시하는 각종 귀농교육프로그램은 이미 성공 방법론 일색이다. 이를 보고 듣고 배운 귀농인들은 새로운 인생2막의 장(場)에서 또다시 무한경쟁 속으로 뛰어든다.

귀촌 또한 크게 다르지 않다. 연금이나 이자, 월세 소득이 있어 영농활동을 하지 않아도 되는 순수 귀촌은 사실 그리 많지 않다. 상당수는 펜션이나 오토캠핑장, 음식점, 전원카페, 관광·체험시설 등을 운영하거나, 가공식품 제조-판매에 진출해 무한경쟁을 벌이고 있다.

더구나 요즘은 6차 산업(1차 생산, 2차 가공, 3차 서비스의 융·복함)이 농업, 농촌의 화두로 떠오르면서 귀농-귀촌 간 영역 경계가 허물어지고, 그 결과 더욱 치열한 서바이벌 게임이 전개되고 있다.

이런 무한경쟁을 뚫고 쟁취한 ‘성공 귀농ㆍ귀촌’의 잣대는 결국 돈이다. 얼마 전 강원도의 한 체험농장을 견학할 기회가 있었다. 이 농장은 농산물을 직접 생산-가공-판매하고 다양한 체험까지 할 수 있는 6차 산업의 성공모델로 잘 알려진 곳이다.

이 성공한 체험농장의 경영전략은 돈, 그것도 ‘더 비싸게’였다. 소소한 체험거리도 공짜는 없다. 심지어 다른 농장의 상품을 팔아주고 판매가의 20%를 수수료로 챙긴다고 했다. ‘성공했다’는 다른 농장들의 경영전략도 여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최근 가짜와 부정비리로 얼룩진 ‘유기농’파문에서 보듯, 이처럼 돈만을 추구하는 성공전략이 결국에는 도시고객의 외면을 자초하는 부메랑이 되지는 않을까 우려스럽다.

매스컴에서 앞 다퉈 소개하는 것과는 달리, 이런 성공사례는 고작 2~4%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많은 귀농·귀촌인들은 성공을 위해 인생1막 못지않은 치열한 전장(?) 속으로 자기 자신을 내몬다.

하지만 주변을 보면, 비록 이런 성공과는 거리가 멀지만 욕심을 내려놓고 자연이 주는 축복에 감사하며 살아가는 이들도 꽤 있다. 성공 보다는 행복을 좇는 사람들이다.

베이비부머(1955~1963년생 721만 여명)를 필두로 한 귀농·귀촌행렬은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지난 한해만 무려 3만2424가구에 달했다).

인생2막의 새로운 삶의 터전으로 전원을 택한 이들은 곧이어 ‘성공이냐’, ‘행복이냐’의 갈림길에 서게 된다. 선택은 자유다. 그러나 예비 귀농·귀촌인들에게 “성공사례보다는 행복사례를 더 많이 찾아가 보고 듣고 배우라”고 말하고 싶다. 정부와 지자체의 귀농·귀촌정책 또한 성공일변도에서 벗어나 궤도수정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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