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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눈에 보는 교통…그것은 내 인생”
뉴스종합| 2014-09-03 11:45
지능형 교통정보 시스템 구축 기여
“스카우트 제의많지만 여기서 승부”


서울은 뉴욕, 런던, 도쿄 등 여느 메트로폴리탄(거대도시) 못잖게 교통체증에 몸살을 앓고 있다. 출퇴근 시간은 물론 평일과 주말할 것 없이 주요 도로는 주차장을 방불케 한다. 자가용을 피해 지하철이나 버스를 이용해도 복잡하기는 마찬가지다.

교통체증을 막을 수 없다면 피할 수는 있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 실시간 도로 상황을 반영하는 교통정보를 확인하고 덜 막힌 길로 우회하는 방법이다. 서울시가 제공하는 교통정보는 단 1분의 오차도 허락하지 않을 만큼 놀라운 정확도를 자랑한다. 이는 2001년 남산 1ㆍ3호 터널을 시작으로 서울 전역에 도입된 ‘지능형 교통시스템(ITS)’ 덕분이다. ITS는 2000년대 초 미국과 유럽 국가에서 막 적용하기 시작한 선진 교통시스템이었다. 이를 빠르게 간파하고 국내에 최초로 도입한 이가 이경순<사진> 서울시 교통정보센터장이다.

“예전에는 직원들이 일일이 교통상황을 체크하고 분석했다면 남산 1ㆍ3호터널은 정보 수집부터 제공까지 전 과정을 자동화로 구축한 우리나라 ITS의 효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금은 강변북로, 올림픽대로, 내부순환도로 등 도시고속도로는 물론 서울 도심 주요 도로에서 ITS가 적용된 교통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쉽게 생각해서 올림픽대로나 강변북로에서 볼 수 있는 ‘한남대교 9분’, ‘동호대교→반포대교 추돌사고’ 등의 전광판 안내가 그것이다. 특히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가 보급되고 애플리케이션이 개발되면서 ITS가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이 센터장은 ITS의 영역을 확대했다. 2004년부터 불법주정차 ‘무인’ 단속이 가능해지면서 ITS를 활용했다. 폐쇄회로카메라(CCTV)도 낯설었던 시절, 무인 카메라를 통해 5분 이상 정차 시 불법 주차로 자동 인식하는 아이디어부터 프로그램까지 이 센터장의 작품이다. 또 서울시청 신청사에 마련된 안전ㆍ충무ㆍ교통 시스템을 총괄하는 ‘안전통합센터’도 이 센터장의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이 센터장이 ITS 부문에 전문가가 될 수 있었던 것은 그의 특이한 경력 때문이다. 서울시에 몸 담기 전 그는 이름만 대면 알만한 대기업에서 잘 나가던 컴퓨터 프로그래머였다. 육아 문제로 민간기업을 그만두고 재기한 곳이 서울시다.

“‘정보처리기술사’ 자격증 획득이라는 개인적인 목표를 위해 공직생활을 시작했죠. 근데 제가 만든 데이터가 다음달 바로 교통정책에 반영되더라구요. 뭔가 보람된 일을 하고 있구나 생각하게 됐죠.”

이후 이 센터장은 정보처리기술사 자격증 뿐만 아니라 교통기술사 자격증과 ITS 전공 박사 학위까지 받았다. 여전히 민간기업에서 스카우트 제의가 들어온다. 이 센터장은 그러나 다른 꿈을 꾸고 있다.

“서울시의 ITS는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각국 고위 공무원이 서울을 방문할 때 빼놓지 않고 견학하는 코스입니다. 이 시스템이 서울시 브랜드로 전 세계에 수출되는 게 저의 소망입니다.”

최진성 기자/ip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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