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반
전시실마다 ‘골라 보는 재미’…광주비엔날레 이 작품만은 꼭
라이프| 2014-09-06 16:07
[헤럴드경제=김아미 기자] 세계 문화예술인들의 축제인 광주 비엔날레가 지난 4일 개막했다.

전세계 38개국에서 온 103개 작가 팀이 5개 대형 전시관에 ‘터전을 불태워라’라는 주제로 413개 작품을 선보이는 이번 비엔날레에서는 역동성 넘치는 사운드, 움직임, 퍼포먼스 등이 다양하게 등장한다.

많고 많은 작품들 중에서 각 전시장별로 꼭 챙겨봐야 할 의미있는 작품들을 추려봤다.


▶1전시실, 후마 물지의 ‘분실물 취급소’=파키스탄 출신 후마 물지(Huma Muljiㆍ44)는 오늘날 파키스탄의 가정에서 국가에 이르기까지 잔혹하게 자행되는 폭력의 경험을 다루고 있다. 박제된 새와 동물 파편들을 사용해 상실과 노스탤지어, 시간의 흐름을 이야기 한다.

박제에 대한 관심의 연장선상에서 만들어진 설치 작품 ‘분실물 취급소’는 버팔로 가죽을 뒤집어 쓴 인간의 형상에 가까운 동물이 힘을 잃고 뒤틀린 모양으로 바닥에 누워 있다. 정권의 폭압속에서 사람들이 잇달아 실종되고 훗날 사체로 발견되는 일들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파키스탄의 현실을 고발하고 있다. 


▶2전시실, 홍영인의 ‘침묵하는 북’=서울 출생으로 영국 런던에서 거주하며 활동하고 있는 홍영인(42)의 ‘침묵하는 북’은 면 위에 새긴 노란색 모노크롬의 자수 이미지를 통해 운동장을 행진하면서 연주하는 학생들을 묘사했다. 작가 자신이 ‘간접 증인’이 돼 마주친 집단 시위, 종교 의식 등의 사회 현상들을 다루고 있는 ‘침묵하는 북’은 현재 진행중인 연작으로, 1974년 ‘내셔널 지오그래픽’ 잡지에 출판된 북한의 퍼레이드 이미지를 차용한 이 작품은 국가 권력의 위선을 풍자하고 있다. 


▶3전시실, 우르스 피셔의 방=스위스 취리히 출생으로 미국 뉴욕, 로스앤젤레스, 독일 베를린 등에서 거주하며 활동하고 있는 우르스 피셔(Urs Fischerㆍ41)는 자신의 뉴욕 아파트를 1 대 1 크기로 재창조한 공간을 설치했다. 실내 공간을 복제한 포토리얼리즘적 벽지가 사방에 덮여 있는데 이것들이 책, 가구, 가정용품 등 실제 소유물을 쌓아놓은 듯 환영적인 환경을 만들어냈다. 퍼포먼스적 요소와 팝아트적 요소가 어우러진 그의 대형 설치 작품은 공간과 규모, 실내와 실외, 재현과 실재 사이의 관계를 재정의하며, 다른 참여 작가들의 퍼포먼스와 설치를 위한 무대로써도 활용됐다.


▶4전시실, 세실리아 벵골레아&프랑수아 세뇨의 ‘실피데스’=파리에서 활동하는 듀오 아티스트 세실라이 벵골레아(Cecilia Bengoleaㆍ37)와 프랑수아 세뇨(François Chaignaudㆍ31)의 작품 ‘실피데스(Sylphidesㆍ공기의 요정)’에는 댄서들이 등장해 신화 속 공기의 요정인 실피를 연기한다.

검은 라텍스 백을 뒤집어 쓴 무용수가 바닥에 누워 있으면 또 다른 무용수가 공기를 주입한다. 시체나 태아가 들어 있을 것 같은 이 검은 장막에 호흡을 불어넣으면 생명을 얻게 되는 과정을 연출한다다. 이어 리드미컬한 자메이카 음악에 클래식 포앵트(Pointe) 댄스가 이어진다. 무용수이자 안무 연출가인 벵골레아와 파리무용예술학교를 졸업한 세뇨는 고품을 통해 죽음을 은유적으로 다루며 인간의 몸, 소멸과 환생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한편 광주비엔날레 재단은 이번 비엔날레의 주제에 부합하고 실험정신이 뛰어난 이 작가팀을 ‘눈(Noon) 예술상’ 수상자로 선정하기도 했다. 퍼포먼스는 9월 3일 오후 5시~7시, 9월 4일 3시~5시, 9월 5일 11시~13시에 이어 전시기간 중 주1회 펼쳐진다.

amig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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