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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터뷰]이하늬 "여자로서 사랑 못받은 우사장, 연민 느껴졌다"
엔터테인먼트| 2014-09-17 14:35
'엄친딸' 수식어와 예능프로그램에서 보여준 털털하면서 친숙한 이미지의 이하늬가 '타짜-신의 손'을 통해 180도 이미지 변신에 성공했다. 한국의 고전미가 담겨있던 그의 얼굴은 섹시하기도 했다가 천박하기도 했다가 사랑 앞에서 슬픔에 젖어든 '우사장'이 돼있었다.

지난 3일 개봉한 '타짜-신의 손'은 개봉 12일 만에 3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초고속 흥행 질주 중이다. 청소년관람불가등급임에도 개봉 2주차 식지 않은 열기를 보여주며 그야말로 '타짜-신의 손' 열풍이다.



이하늬는 최승현, 신세경, 유해진, 곽도원, 오정세, 박효주 등 이름만으로도 기대감을 불러오는 배우들과 함께 '타짜-신의 손' 촬영에 임했다. 그는 화투판의 꽃과 같은 존재인 우사장 역을 맡아 팔색조같은 매력을 스크린에 가득 담아냈다. 우사장은 섹시하게 대길을 유혹했다가, 상스럽게 욕을 내뱉기도 하고, 남자에게 버림받는 슬픈 여인이 된다. 미스코리아 출신에 서울대 국악과를 졸업한 이하늬의 수식어 '엄친딸'에 반하는 캐릭터다. 하지만 이하늬는 오히려 우사장 같은 캐릭터가 자신과 더 잘 어울리고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우사장 역할을 맡게되면서 '이제 나의 실제 모습을 보여주면 되겠구나'라는 생각을 했어요. 하하. 제가 뮤지컬에서 사람을 죽이고 욕으로 시작한 캐릭터를 맡았었어요. 그 작품을 하고 우사장을 연기하니 초연해진 부분이 있어요. 제가 지금까지 지적인 역할을 많이 맡았더라고요. 실제는 주변 사람들한테 늘 혼나는 스타일인데 연기로 누군가를 혼내야 하니까 연기를 할 때도 귀까지 빨개졌었어요. 그런걸 보완하고자 술집여자, 형사 등 거친 캐릭터 역할들의 대본을 많이 읽었어요."

영화를 본 관객들은 알겠지만 우사장은 꽤나 다양한 매력을 지니고 있다. 한 인물안에 이렇게 다양한 모습이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하늬는 상황과 감정에 시시각각 변화하는 우사장을 현실감 있게 그려냈다. 우사장은 대길(최승현 분), 미나(신세경 분)과 등을 지게 되지만 미워할 수 없는 악녀같은 인물이다. 이하늬는 그런 우사장에게 여자로서 연민을 느꼈다고.

"우사장이 다중적인 여자가 캐릭터가 형성되기까지의 전사를 많이 생각했어요. 여러가지 가면을 남자 앞에서 쓴다는 건 남자를 깊이 사랑했다가 버림받은 과거가 있을 것이라고 짐작했고요. 어떤 상처들이 계속 긁히고 긁혀서 이제는 상처를 아무렇지도 않게 여길 수 있도록 무딘여자가 된거죠. 백억대의 재산가지만 과부잖아요. 결혼도 사랑 때문에가 아니라 환경과 살아남기 위한 수단으로 하지 않았을까란 생각이 들었어요."

"돈도 중요하지만 여자는 기본적으로 사랑을 받을 때 행복해지잖아요. 진실한 사랑을 받은 지 오래된 그런 여자인 우사장이 같은 여자 입장에서 연민이 들더라고요. 호시절에 사랑한 남자나, 대길이를 다른 여자가 생겨서 가는걸 두 눈으로 보고, 상대방의 여자 앞에서 작아지는 모습을 들키는 것이 여자로서 제일 처참하잖아요."



이하늬는 147분의 긴 러닝타임 대비 지루할 틈 없는 속도감 있는 전개를 자랑하며 강형철 감독을 치켜세웠다. 이하늬 외에도 많은 관객들이 영화의 빠른 전개를 호평하기도 했다. 또한 많은 배우들을 아우르며 영화촬영을 마친 강형철 감독의 리더십에 칭찬을 쏟아냈다.

"처음에 러닝타임을 듣고 '진짜야?'라는 생각이 들정도로 화면 진행이 빠르더라고요. 평균으로 치면 2.3초당 화면이 바껴요. 강형철 감독님이 영상미로는 끝이 나는 분이잖아요. 시간을 딷질 수 없는 질 높은 영화죠."

"감독님은 정말 디테일하게 디렉션을 주세요. 자기가 원하는 신과 컷이 있을 때는 미친듯이 쪼개시고요. 배우가 연기할 땐 아무거나 할 수 있도록 현장을 열어주세요. 양날을 기게막히게 쓰시죠. 각색을 하신 분이니까 배우에게 원하는 모습을 이끌어내는데 탁월하신 것 같아요."



'타짜-신의 손'은 이하늬, 신세경의 노출신이 공개되면서도 많은 화제를 모은 바 있다. 후반부 우사장이 대길, 미나, 동식, 아귀와 함께 속옷만 입고 화투를 치는 장면이 많이 언급됐지만, 극 중반부 우사장이 팬티를 보여주며 대길을 유혹하는 신도 유머러스하며 파격적이다.

"우사장은 초연해야하는 캐릭터잖아요. 우사장이 아예 대놓고 '내 팬티를 봐라' 이런 성격이라 뻔뻔해질 수 밖에 없었어요. 사실 소주를 살짝 먹고 촬영했어요. 감독님도 미장센을 생각했겠지만 배우도 캐릭터가 가지는 얼굴을 생각하는데 취기가 오르지 않고서야 리얼리티가 안살 것 같더라고요. 그 취한 얼굴을 만들 자신이 없었어요. 그 얼굴은 소주 한 병 정도는 마셔야나오는 얼굴이거든요.(웃음) 완성된 장면은 의도대로 나온 것 같아요."

"노출신에 대해서도 많은 관심을 가져주시는데 저는 극에서 피사체로서의 역할을 해내야하는 것 뿐인것 같아요. 이미 하기로 했으면 해내야하는거죠. 여배우가 불편해하면 현장 자체가 불편해지잖아요. 아무리 불편해도 불편한 티 내지 않고 촬영해야 하는게 맞는 것 같아요."

이하늬는 많은 배우들과의 호흡 중에서도 곽도원과의 호흡을 단연 최고로 뽑았다. 그와 함께하는 모든 촬영이 배움이 됐고, 그가 앞으로 어떻게 후배들을 대해줘야할지 역시 자연스레 생각하게 됐다.

"곽도원 선배와는 크게 동선이 있던 것도 아니고 앉아서 주거니 받거니 하는 것이 많은데 그 호흡이 너무 좋았어요. 보통 '호흡이 어땠나요'란 질문을 묻잖아요. 그 호흡이 이걸 두고 이야기하는거구나를 느꼈지요. 현장에서 열려 있는 상태 그대로 촬영에 임하세요. 자기 캐릭터에 욕심 부리고 뭘 더 하려고 하면 앞에 있는 배우는 알거든요. 그런데 정말 하나도 안보태시더라고요. 그게 정말 놀라웠어요. 김윤석 선배와 곽도원 선배의 공통점이 바로 이 점이예요. 두 사람 모두 아귀와 장동식 그 자체였어요. 제게 많은 도움이 됐죠."

이하늬는 앞으로 진한 멜로 연기를 해보고싶다는 바람을 밝혔다. 30대가 된 이후 사랑을 접근하는 자세와 바라보는 시선, 이별을 대처하는 자세가 달라졌으리라. 이하늬가 이별의 아픔을 가득 담은 감성연기로 대중과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

"20대를 넘어가면서부터 진짜 사랑을 하면 영혼이 빠져나가는 그런 경험을 하게 되는 것 같아요. 국악을 오래해서 그런지 그런 아픔에 한의 정서가 담기는 것 같아요. 이별에 부분들을 깊은 감정을 담아 연기해보고 싶습니다."


유지윤 이슈팀기자 /jiyoon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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