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 내부 분위기는
삼성 관계자는 “경영판단은 합리적 기준에서 이뤄져야하는 게 아니겠느냐”면서 “분명 효용가치가 큰 자산이지만 무리하면서까지 가격 경쟁을 하는 것은 회사와 주주를 위해 옳은 판단이 아닐 수 있다”고 말했다.
자산가치와 경제적 효용을 냉정하게 따져 입찰가를 정했지만, 현대차그룹이 합리적 선을 넘는 가격을 적어내다보니 어쩔 수 없었다는 입장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입찰 패배로 삼성이 잃을 것은 없다. 삼성전자가 단독으로 응찰했지만 현대차그룹과 달리 별도의 이사회를 거치지 않았다. 이사회내 사내이사로 구성되는 경영위원회의 논의만 거쳤을 뿐이다. 자기자본의 0.1%를 넘는 제3자와의 부동산 거래는 경영위원회의 의결이 필요하다는 이사회 규정 때문이다. 경영위원회에는 이재용 부회장도 참석하지 않는다. 결국 기술적으로 이번 입찰은 전문경영인들을 중심으로 사옥 마련을 위해 일상적으로 업무를 추진하다 여의치 않게 된 것에 불과하다.
디만 협소한 사무공간 문제는 계속 남게 됐다. 지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서초사옥이지만 최근 몇 년새 사세가 확장되면서 사무공간이 협소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수원과 기흥 등으로 뿔뿔히 흩어진 전자 계열사들이 적지 않다. 현대차그룹이 양재동 사옥이 협소하다하지만 삼성의 사무공간 문제도 그 못지 않게 심각하다.
아울러 새 사옥마련을 위해 수 조원의 지출의사를 밝인 만큼 최근 실적부진과 주가하락에 따른 주주들의 배당확대 목소리가 더 높아질가능성도 커졌다.
홍길용 기자/kyho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