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경영인
[슈퍼리치-인사이드] 이서현 제일모직 사장, YG와 손잡고 ‘노나곤’ 만든 속뜻이?
뉴스종합| 2014-09-18 10:20
[특별취재팀=김현일 기자] “뉴욕 파슨스 디자인스쿨 재학생의 40%가 한국인인데 글로벌 디자이너 브랜드가 없다는 게 속상하다”

지난 2011년 이서현 제일모직 사장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주관한 패션정책 간담회에서 한국 패션 산업에 대한 안타까움을 이같이 드러냈다. 파슨스 디자인스쿨은 디자인 분야의 명문 학교로, 이 사장 역시 파슨스에서 현대 패션디자인을 전공했다. 그의 말대로 파슨스 출신의 한국 디자이너들은 꾸준히 늘고 있지만 세계 패션시장에서 토종 브랜드의 활약은 여전히 미진하다. 
이서현 제일모직 사장이 글로벌 시장을 겨냥해 내놓은 SPA 브랜드 ‘에잇세컨즈’와 ‘노나곤’

최근 제일모직이 연예기획사 YG엔터테인먼트와 손잡고 신규 브랜드 ‘노나곤’을 만든 것 역시 이러한 현실과 무관하지 않다. YG엔터테인먼트에 소속된 가수 빅뱅, 2NE1 등은 현재 아시아 뿐만 아니라 유럽, 북미 지역에서도 높은 인기를 모으고 있다. 이 사장은 이들의 인지도와 YG의 젊은 감각을 활용해 노나곤을 글로벌 브랜드로 키우겠다는 계획이다. 실제로 빅뱅의 태양과 2NE1의 씨엘이 직접 노나곤의 모델로 나섰고, 올해 이탈리아 밀라노(10꼬르소꼬모 본점), 중국 상하이, 홍콩(편집매장 I.T) 등에 팝업스토어를 개설해 브랜드를 소개할 예정이다. 이미 지난 12일 압구정 갤러리아백화점에 문을 연 노나곤 팝업스토어에선 지 3일 만에 전 상품이 매진을 기록할 정도로 제일모직과 YG엔터테인먼트의 결합에 벌써부터 관심이 뜨겁다. 

지난 12일 서울 압구정 갤러리아백화점에 문을 연 노나곤 팝업스토어

이서현 사장은 노나곤에 앞서 지난 2012년 ‘에잇세컨즈’를 선보인 바 있다. 제일모직 60년 역사상 첫 SPA 브랜드였다. 이 사장은 에잇세컨즈를 내놓을 때부터 세계 시장을 겨냥했다. 지난 해 국내에서 매출 1300억원을 기록한 에잇세컨즈는 중국, 일본 등 아시아 시장을 거쳐 유럽과 미국 진출을 준비 중이다. 

지난 2011년 문화체육관광부의 패션정책 간담회에 참석한 이서현 제일모직 사장

에잇세컨즈가 2014 인천아시안게임 유니폼 제작에 참여한 것에도 글로벌 패션 브랜드를 꿈꾸는 이 사장의 의지가 담겨 있다. 2006 도하아시안게임, 2012 여수 세계박람회, 2012 런던올림픽 등 그간 국제 행사에서 유니폼 제작은 제일모직의 ‘빈폴’이 담당했다. 그러나 이번 인천아시안게임에 에잇세컨즈가 처음으로 전면에 나선 것이다. 이 사장은 에잇세컨즈의 해외 진출을 앞두고 국제적으로 브랜드를 홍보할 기회를 얻게 된 셈이다. 

노나곤 모델로 나선 YG엔터테인먼트 소속 빅뱅의 태양(왼쪽)과 2NE1의 씨엘(오른쪽)

게다가 이 사장의 바람대로 노나곤이 글로벌 브랜드로 자리잡으면 에잇세컨즈의 해외 진출에도 한층 더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결국 노나곤의 성공 여부가 이 사장이 추진하는 ‘토종 브랜드의 글로벌화 전략’의 성패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세계 시장에서 부진한 국내 패션 브랜드에 대해 그간 안타까움을 표해왔던 이서현 사장이 YG와의 만남으로 웃을 수 있을 지 주목된다.

joze@heraldcorp.com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