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정치
스코틀랜드 독립투표에 초조한 미국 왜?
뉴스종합| 2014-09-18 11:06
[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미국이 최우방 영국이 분열될 위기를 맞아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군사ㆍ경제 등 양국 협력의 두 축이 모두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겉으론 중립을 지키고 있으면서도 영국이 ‘통합된’ 파트너로 남았으면 한다며 초조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17일(현지시간) CNN 방송은 미국이 18일 열리는 스코틀랜드 독립투표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면서 독립안이 최종 가결될 경우 미국에 미치는 파장에 대해 분석했다.

무엇보다 가장 우려되는 문제는 미국의 안보 구상이다.

영국은 미국의 최대 동맹국이자 미국 주도의 서방집단안보체제인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를 구성하는 핵심국가다. 또 유럽에서 유일하게 핵 억지력을 갖고 있다. 때문에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로 러시아와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영국의 필요성은 더할 나위 없이 크다.

탄도미사일로 무장한 영국의 뱅가드급 핵잠수함의 모습. 영국 핵잠수함 해군 기지는 모두 스코틀랜드에 위치하고 있어, 스코틀랜드가 독립할 경우 향후 영국의 핵방어 체제 재편과 안정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우려된다. [자료=CNN 방송 캡쳐]

때문에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6월 유럽 순방 당시 “영국과 강하고 통합된(united) 파트너로 남고 싶다”고 언급하는 등 스코틀랜드 독립에 대한 우려를 내비쳐왔다. 지난 4~5일 웨일스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의 중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와 골프 회동을 갖고 나토 동맹을 재활성화하자고 당부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특히 영국의 모든 핵무기가 스코틀랜드 서부 해안에 위치한 해군기지에 보관 중이라는 점은 독립을 불안케 하는 요인이다.

뿐만 아니라 영국의 핵 개발ㆍ운용체제인 트라이던트 핵프로그램에도 제동이 걸리게 된다. 현재 영국은 이 계획에 따라 미국으로부터 임차한 탄도미사일을 탑재한 4정의 뱅가드급 핵잠수함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독립운동을 주도하는 스코틀랜드국민당(SNP)은 핵무기에 대해 반대 입장이어서 영국의 핵방어 시스템에 차질이 불가피하다. 독립 스코틀랜드가 나토에 재가입해 미국에 힘을 실어주려면 28개 모든 회원국의 동의가 필요할 뿐 아니라 국방비로 국내총생산(GDP)의 2%를 지출해야 해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제레미 샤피로 브루킹스연구소 연구원은 “러시아로부터의 위협이 부활하는 나토 역사상 중대 시점에 나토의 분열과 나약함을 보여주는 꼴”이라면서 “핵심 회원국의 분열은 미국으로선 원치 않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양국의 경제 협력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독립 스코틀랜드가 파운드화를 자국통화로 사용하기 어려운 가운데, 유로화나 자체 통화를 새로 만들어 안착하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다. 또 스코틀랜드왕립은행(RBS)과 로이드는 스코틀랜드가 독립하면 본사를 런던으로 이전하겠다고 경고한 바 있어 영국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전례없이 커질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월가를 비롯해 세계 금융시장도 크게 요동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sparkli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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