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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리치-랭킹] 억만장자 아시안게임...한국은 없다?
뉴스종합| 2014-09-19 11:01
[특별취재팀] “하나되어 빛나는 아시아의 미래를 만들어 나가자”

2014 인천 아시안게임 조직위원회가 밝힌 이번 대회 슬로건 ‘평화의 숨결, 아시아의 미래’의 일부다.

하지만 아름다운 슬로건과는 달리 그 안에는 국가 간 대리전이 된 대형 스포츠이벤트의 현실이 숨어 있다. 한국은 ‘메달 종합 순위 2위’라는 목표를 내걸었다. 스포츠에선 ‘경쟁’ㆍ‘승리’란 단어가 어김없이 들어간다. 선수들은 이겨야 하고 메달을 따야 한다. 한국은 아시아 스포츠에서 OCA(아시아올림픽평의회) 회원 40개국 이상과 겨뤄 승리한 강자(强者)로 자평해왔다. 일본ㆍ중국과 함께 ‘3강 체제’를 기정사실화 한 분위기다.

그럼 한국인은 이 ‘3강’에 어울리는 재력(財力)을 쌓아 잘 살고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아니다. 특히 자산 1조원(약 10억 달러)이 넘는 부호들의 재력 총합에서 한국(6위)은 5위권 밖으로 밀려있다. 하지만 인도는 지난 60여년 간 아시안게임에서 한국이 딴 전체 메달(1829개ㆍ3위)의 3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수준(545개ㆍ4위)이지만, 빌리어네어 수는 정확히 갑절이다. 그리고 이들 자산총액은 3배 이상 앞섰다. 말레이시아(억만장자 자산총액 566억 달러ㆍ7위), 싱가포르(559억달러ㆍ8위)는 빌리어네어 1인당 평균자산에서 한국(25억5000만달러)보다 각각 1.7배, 1.5배 많다. 인도네시아도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선 메달 총 수 26개로 14위지만, 슈퍼리치 1인당 평균 자산은 한국보다 2억달러 가까이 많다. 아시아 부자 경쟁에서 한국이 주류를 자처하면 안 되는 이유다.


슈퍼리치가 많은 게 무조건 좋은 건 아닐 수도 있다. 극명한 빈부차이를 나타내는 의미로도 읽힌다. 그러나 다양한 분야에서 최고를 달리는 부자들이 많고 새 부호가 계속 나와 순위도 유동적이라면, 부자를 만들어낸 경제 생태계가 그만큼 건전하다는 증거로 해석될 수 있다. 하지만 이 부분에서 한국 부호는 사실상 ‘명함’ 내밀기도 부끄러운 수준이다.

헤럴드경제가 OCA 45개 회원국 순자산 보유액 10억달러 이상인 아시아 억만장자(포브스 11∼14일 집계 기준) 418명을 분석한 결과, 각 종목 1∼5위 억만장자 국적은 인도(13명), 중국(8명), 홍콩(6명), 일본(4명)의 순이었다.

각 부문 자산총액 1위에 오른 슈퍼리치 9명 중 6명은 자수성가로 부를 일궜다. 국적은 일본(2명)ㆍ홍콩(2명)ㆍ사우디아라비아(1명)ㆍ 인도(1명)였다. 

한국 부자의 보유자산 총액은 9개 산업분야 대부분에서 아시아 5위권에도 들지 못했다. 그나마 순위권에 턱걸이 한 한국 부자 중 자수성가 출신도 전무하다. 자수성가가 아닌 슈퍼리치 중 한국에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자산액이 ITㆍ하드웨어 분야에서 유일하게 1위를 찍었을 뿐이다.

각 분야에서 한국 부호들이 맥을 못 춘 이유는 무엇일까. 이들이 손에 쥔 자산 규모가 그들이 경영하는 기업 실적과 일치하지 않기 때문일 수도 있다. ‘백화점 식’으로 불리는 한국 대기업집단 특유의 지배구조를 원인으로 보기도 한다. 기업은 물론 사회 전체의 혁신이 없으면 ‘코리아 슈퍼리치’의 국제적 입지와 미래의 창(窓)도 점점 좁아질 수 있다.

factis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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