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반
전통예술에 열광하는 신세대
라이프| 2014-09-26 11:27
국립국악관현악단의 ‘좋은 밤 콘서트 야호’가 공연된 지난 23일 밤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60여명의 국악관현악단 단원들이 마지막 곡 ‘삼바레인’을 연주하자 극장을 가득 메운 1200여명의 관객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우리의 장단가락으로 연주되는 삼바리듬에 맞춰 박수를 치고 리듬을 타며 열광적인 분위기를 연출했다. 마치 록 콘서트장에 온 것 같은 이런 장면은 이날 콘서트 뿐 아니라 국립극장에서 선보이는 여러 공연에서 심심찮게 만날 수 있다.

국립극장에는 소위 비인기 장르라고 하는 전통장르를 기반으로 하는 국립창극단, 국립무용단, 국립국악관현악단의 3개 전속단체가 있다. 약 10개월의 시즌 기간 동안 3개 전속단체가 지속적으로 작품들을 무대에 올리고, 비시즌 기간인 7월 한 달간은 도심 속 우리음악 축제인 여우樂(여기 우리 음악이 있다) 페스티벌을 진행한다. 연중 전통을 바탕으로 한 공연들이 국립극장 무대를 채우고 있는 것이다.

전통장르 공연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은 대부분 비슷하다. 보존하고 지켜야 하는 귀중한 우리의 것이라는 당위성에 공감하지만, 정작 공연 한번 보러 오시라는 말을 건네면 주춤하는 경우가 많다. 전통장르라고 하면 왠지 고루하고 지루한 옛날 것, 나와는 거리가 먼 어딘가 유물처럼 존재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여전히 전통공연을 판소리나 부채춤 정도로 인식하고, 내가 아닌 외국인이나 전통에 깊은 조예를 지닌 특별한 사람들이 즐기는 것으로 여기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실제 국립극장을 찾는 관객들, 특히 젊은 관객들에게 전통 공연들은 훨씬 다이내믹하게 수용되고 있다. 전통과 현대라는 이분법적 구분이 아니라 대중음악 콘서트나 뮤지컬처럼 그저 작품이 좋고 재미있어서 공연을 보는데, 그 공연이 창극이고 국악관현악이고 우리 춤일 뿐이라는 것이다.

지난 6월 초연한 창극 ‘변강쇠 점 찍고 옹녀’의 커튼콜은 스타가 출연하는 뮤지컬만큼이나 열광적이고, 2013~2014 국립극장 레퍼토리 시즌작이었던 고전 ‘단테의 신곡’과 창극 ‘메디아’의 커튼콜은 우리 소리가 더해져 전해오는 작품의 묵직한 깊이에 감동으로 가득 찬 박수가 터져 나온다.

국립무용단의 ‘회오리’, ‘토너먼트’ 공연에선 해외 관계자들조차 감탄을 금치 못하는 정과 동이 결합된 에너지에 감동하고, 여우락페스티벌에선 여느 음악 축제에서처럼 국악을 온몸으로 느끼고 즐긴다. ‘우리 것은 좋은 것’이라는 당위가 아니라 그저 ‘좋은 것이어서’ 우리 것에 열광한다.

이렇듯 공연 자체를 즐기는 젊은 관객들을 만나다보면, 우리가 먼저 전통이라는 벽을 세우고 움츠러들어 있었던 것은 아닌가 하는 반성을 하게 된다. 지금 전통예술은 박물관의 유물처럼 그대로 머물러 있지 않다. 여타 장르 공연처럼 변화하는 관객과 함께 움직이고 발전하며 오늘의 관객들과 역동적으로 만나고 있다.

전통에 대한 고정관념과 무게에서 한없이 자유로운, 전통공연의 다양하고 역동적 현재를 오롯이 받아들이고 열광하는 신세대 관객들에게서 전통예술의 미래와 희망을 발견하게 된다면 지나친 낙관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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