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문화
스와질랜드 성인 셋 중 한명은 에이즈 환자
뉴스종합| 2014-09-28 14:26
[헤럴드경제=천예선 기자]아프리카 남부 스와질랜드는 ‘에이즈 왕국’으로 불린다. 성인 3명 중 1명은 후천성면역결핍증후군(HIV) 즉, 에이즈 감염자다.

2011년 스와질랜드 정부 통계에 따르면, 성인(18~49세)의 에이즈 감염률은 31%로 집계됐다. 특히 30~34세 여성 감염률은 54%로, 35~39세 남성 47%보다 높았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일본국제협력기구(JICA) 현지 관계자를 인용해 “일부다처제 등 고유 풍습이 스와질랜드 에이즈 예방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최근 보도했다. 
스와질랜드 리드댄스 축제에서 갈대를 든 젊은 여성들이 춤을 추며 행진하고 있다. [출처:아사히신문]

▶리드댄스, 에이즈 온상(?)=지난 8월 스와질랜드 수도 음바바네에서는 ‘리드댄스’ 축제가 열렸다. 1940년 시작된 이 축제에는 전국에서 모여든 미혼 여성과 소녀들이 ‘리드’라는 2~3m 길이의 갈대를 들고 왕궁까지 춤을 추며 행진한다. 참가 인원만 8만명에 이른다.

전통 치장을 한 반라(半裸)의 여성들은 왕궁에 도착하면 갈대를 헌상하고 근처 초원으로 옮겨 국왕 음스와티 3세(46) 앞에서 춤을 춘다.

스와질랜드 여성들이 리드댄스에 열광하는 것은 음스와티 국왕이 매년 이 축제에서 새로운 왕비를 공개 선택했기 때문이다. 일부다처제인 스와질랜드 국왕의 아내는 14명으로 알려졌다.

왕비에 간택되면 부유한 생활을 보장받는다. 리드댄스에 참가한 노시미로 와이트론(19)는 “내년에라도 왕비로 선택되고 싶다”고 말했다. 
스와질랜드 국왕 음스와티 3세(왼쪽 맨앞)가 리드댄스에 참여한 여성들을 바라보고 있다. [출처:아사히신문]

문제는 리드댄스가 에이즈 감염의 온상이라는 것이다. 현지 비정부단체(NGO) ‘니체’의 공동창업자 레이몬드 모우는 “미혼 여성이 모이는 리드댄스는 HIV 감염 위험이 매우 높지만, 축제에 참여하는 여성은 숫처녀가 조건이고 콘돔 배포도 꺼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스와질랜드 정부의 노력도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국왕과 정부는 피임기구 사용과 붙특정 다수와의 성관계 자제를 호소하고 있지만 “매년 리드댄스에서 젊은 왕비를 간택하는 국왕의 발언은 설득력이 없다”고 레이몬드는 말했다.

실제로 음스와티 국왕의 여성편력은 악명 높다. 6번째 왕비인 안젤라 들라미니는 지난 2012년 국왕의 정신적ㆍ육체적 학대에 못이겨 왕실을 떠나기도 했다.

아사히신문은 “일부다처제를 허용하는 스와질랜드에서는 피임이나 HIV검사를 경시하는 풍조가 있다”며 “남존여비 사상이 강해 강간과 가정폭력이 끊이지 않는다”고 전했다.
스와질랜드 리드댄스에 참여한 반라의 10대 소녀는 “왕비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출처:아사히신문]

▶에이즈 감염자 ‘왕따신세’=에이즈 감염자에 대한 사회적 시선은 싸늘하다.

22세에 에이즈 판정을 받은 란기레 도라미니(36)는 “스와질랜드 여성은 아이를 많이 낳는 것이 요구된다”며 “에이즈에 감염되면 아이를 낳을 수 없다는 인식이 퍼져 따돌림을 당한다”고 말했다.

도라미니는 에이즈 감염 전 1명, 감염 후 2명의 자녀를 낳았다. 다행히 모자감염은 면했지만 그는 “아이들에게 자신이 에이즈에 걸린 사실을 말하지 않는다”고 털어놨다. 아이들이 나중에 학교나 직장에서 따돌림이나 차별을 받을까 걱정되기 때문이다.

도라미니는 “스와질랜드는 소국(小國)이어서 자손을 늘려 국가와 민족을 지키는데 일부다처제나 리드댄스 같은 문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그것이 에이스 감염을 확대시키고 편견으로 이어진다면 문화를 바꿔지 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cheon@heraldcorp.com



☞스와질랜드: 남아프리카공화국와 모잠비크에 둘러싸인 내륙국으로 1968년 영연방에서 독립했다. 인구는 125만명이고 아프리카 유일 입헌군주국으로 일부다처제를 허용한다. 전통 문화와 풍습으로 ‘최후의 아프리카 고(古) 왕국으로 일컬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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