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경제
글로벌 투자금 썰물…신흥 시장, 强달러 위협에 속앓이
뉴스종합| 2014-09-30 11:14
‘역(逆) 캐리트레이드’가 신흥시장을 강타하고 있다.

1971년 브레트우즈 체제 붕괴 이후 최장기간 진행되고 있는 달러 강세 영향으로 신흥국에 유입됐던 달러 캐리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있다.

캐리 트레이드란 저금리 국가에서 자금을 빌려 이를 환전한 후 고금리 국가의 자산에 투자해 수익을 올리는 거래를 말한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30일 “미국의 출구전략과 조기 금리인상 우려로 투자자들이 자금회수에 나서면서 신흥시장이 ‘역 달러 캐리트레이드’ 위협에 직면했다”고 경고했다. 신문은 “투자자들이 외환시장에서의 손실이 금리 차로 벌어들이는 수익을 넘어선다면 발빠르게 철수할 것”이라며 “캐리자금을 회수하기 시작하면 신흥국 경제는 더욱 악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강달러에 신흥국 통화 폭락=올들어 달러는 기축통화로서 위상을 톡톡히 보여주고 있다.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9월 둘째주까지 10주 연속 랠리를 이어갔다. 앨런 러스킨 도이체방크 애널리스트는 1973년 도입된 달러인덱스의 최장기 랠리 기록은 9주라며 사실상 최장기 랠리 기록이라고 전했다. JP모간 신흥시장 통화지수는 11년 만에 달러대비 최저점을 기록했다.

강달러는 신흥국 통화가치를 줄줄이 떨어뜨렸다. 지난 두달 새 러시아 루블화는 11.1%, 브라질 헤알 9.1%, 터키 리라 8.3%, 남아프리카공화국 랜드 6.9% 각각 평가절하됐다. 이밖에 헝가리(6.7%)와 폴란드(6.4%), 인도네시아(4.9%), 말레이시아(3.2%) 통화도 각각 하락했다.

FT는 캐리트레이드를 무력화시키는 역풍의 원인으로 ▷미국 경제 회복 ▷달러매력 상승 ▷연방준비제도(Fed)의 10월 양적완화 종료 전망, 곧 돈줄 죄기를 꼽았다. 여기에 유럽중앙은행(ECB)가 양적완화 등 비둘기파적인 통화정책을 표방하면서 유로화 대비 달러 강세는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됐다.
씨티은행의 루이스 코스타 환전략가는 “캐리트레이드 전략은 결국 균열을 보이고 있다”며 “시장은 유동성으로 넘쳐났고 저금리가 오랫동안 유지됐지만 이제는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신흥시장 직격탄=글로벌 투자금의 신흥시장 엑소더스는 이미 가시화하고 있다. 신흥국 통화채권금리를 따르는 JP모간 GBI-EM지수는 지난 26일 올 최고점에서 6% 하락했다. 평균 수익률은 6.69%로 지난 7월 연저점인 6.45%보다 올랐다. 채권 수익률이 올랐다는 것은 그만큼 채권 가치가 떨어졌다는 의미다.

신흥국 채권 발행도 줄었다. 신흥시장의 월평균 채권발행액은 220억달러에 그쳐 지난해 월평균 620억달러의 3분의 1 수준에 머물렀다.

FT는 “캐리트레이드 자금 유입에 의존해 온 일부 신흥국 경제 취약성을 노출시켰다”고 지적했다.

천예선 기자/che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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