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경제
황금, 인도 ‘코끼리 경제’를 춤추게 하다
뉴스종합| 2014-10-01 11:20
[헤럴드경제=천예선 기자]‘황금에 좌우되는 인도 경제’

인도 경제가 꿈틀거리고 있다. 미국을 방문 중인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만나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공고히했다. 이날 모디 총리가 미국에서 광폭 ‘투자 외교’를 이어가는 동안, 라구람 라잔 인도중앙은행 총재는 5년 만에 처음으로 물가상승률이 8%를 하회하자 금리를 동결했다.

지난해 취약 5개국로 지목됐던 인도의 코끼리 경제가 다시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그 핵심에는 ‘황금’이 자리한다. 금 수입 규제로 최대 골칫거리였던 경상수지 적자를 대폭 완화했다. 지난 2분기 경제성장률도 5.7%로 2년새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금 밀수를 비롯한 부작용도 속출했다. 황금에 좌지우지 되는 인도 경제를 들여다봤다.

금 소비대국인 인도 귀금속 가게가 10월 말 디왈리 축제를 앞두고 성수기를 맞고 있다. [출처:니혼게이자이신문]

▶민간 황금시장 1조 달러= 인도는 중국에 이은 세계 최대 금 소비국이다. 민간이 보유한 금만 2만t에 달한다. 시가로 1조 달러(1055조원)이고 인도 국내총생산(GDP)의 절반, 시가총액의 절반에 해당하는 규모다.

인도인들의 황금사랑은 빈민가에서도 확인된다. 뭄바이 국제공항에서 차로 10분 거리인 아시아 최대 슬램가에는 보석상이 즐비하다. 신부 예물용 금 목걸이 등이 빼곡히 진열돼 있다. 문제는 이들 모두가 모조품이라는 것.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비싼 금을 살 수 없는 저소득층이 모조품으로라도 금을 두르고 싶어하는 욕망을 드러낸다”고 전했다.

그러나 보석상 주인은 지난해부터 이어지는 매출하락에 울상이다. 정부가 금 수입 관세를 올리면서 금 수요가 줄었기 때문이다. 2012년 2%였던 금 수입관세는 10%까지 올랐다.

인도 정부가 금 수입을 제한한 것은 막대한 경상수지 적자를 줄이고 루피화 가치 급락을 막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실제로 소비주도 경제인 인도는 금 수입이 늘어나면서 GDP 대비 경상수지 적자가 크게 늘었다. 금은 원유에 이어 인도 최대 수입품으로 경상수지 적자의 주범으로 지목됐다. 2006년 1%였던 경상적자는 2012년 4.7%까지 상승했다.

경상적자 증가는 루피아화 가치 하락으로 이어져 지난해 5월 ‘버냉키 쇼크(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언급)’이후 올해 8월까지 달러 대비 30% 평가절하됐다.

금 수입관세 인상 효과는 곧바로 나타났다. 2012년 1079t이었던 금 수입은 지난해 825t으로 급감했다. 경상수지 적자는 2013년 GDP의 2%까지 감소하다 지난 2분기 1.7%로 떨어졌다. 

인도 경상수지 적자 추이. 금 수입관세를 2%→10%로 인상하면서 경상수지 적자폭이 완화됐다. [출처:니혼게이자이신문]

▶금 밀수만 급팽창=그러나 세계금협회(WGC)의 뭄바이 사무소 뷔핀 샤마는 “금수입관세 인상이 매우 비생산적”이라고 비판했다. 그만큼 금 밀수가 늘었기 때문이다. 지난해에만 금 150~200t이 인도로 ‘몰래’ 들어왔을 것으로 추산됐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전체 금 수입은 크게 줄지 않았다는 의미다.

금 밀반입은 이달 말 인도 3대 명절이자 추석 격인 디왈리 축제를 앞두고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디왈리는 금 최대 성수기로, 금 수요가 이 기간 중 한 달 60t으로 증가한다.

금 밀수는 업계 전반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 밀수품이 늘면서 정품을 취급하는 업체는 타격을 입었고, 50만개 보석상에서 일하는 보석 장인들의 고용도 위협받고 있다. 또 밀수는 돈세탁을 비롯한 불법자금의 온상이 됐다.

이에 따라 인도 정부는 수입 제한 완화를 검토 중이다. 인위적으로 금 수입을 금지해 경상수지 적자를 줄이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금 수입 제한이 완화될 경우 인도는 다시 경상수지 적자가 커져 금융위기 덫에 빠질 수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우려했다.

인도 금 수입액 추이. [출처:니혼게이자이신문]

▶모디 ‘국가대개조’ 실현될까=지난 5월 출범한 모디 정부는 최근 12억 인구의 ‘국가대개조’ 구상을 발표했다. ‘경제회생’을 내세워 앞으로 3∼4년 내 7∼8% 성장률을 달성하겠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경쟁력 있는 제조업 육성을 위한 ‘메이크 인 인디아(Make in India)’ 캠페인도 천명했다. 모디 정부는 “현재 GDP의 15% 수준인 인도 제조업 비중을 5년 내 25%까지 끌어올려 일자리 12만5000개를 창출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투자외교’ 보폭도 넓혔다. 모디 총리는 일본, 중국, 미국을 잇달아 방문해 ‘기업하기 좋은 인도’를 만들겠다며 적극적인 투자를 호소하고 있다.

그러나 워싱턴포스트의 파리드 자카리아 칼럼니스트는 “모디 정부의 중요한 구조개혁 실행 속도가 느리다”며 “보조금 문제나 무역정책, 노동시장 규제 등의 후속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지적했다.

/che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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