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분쟁
美 지상군 없는 반쪽전쟁, IS만 웃는다
뉴스종합| 2014-10-02 10:55
[헤럴드경제=문영규 기자]“실탄 90발과 M16 소총을 들고갔는데, 총알이 금방 소진돼 퇴각을 명령했다.”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에 대한 미국과 국제연합전선의 공습지원이 이어지고 있지만 이들을 완전히 섬멸할 지상군이 없어 전황은 진전이 없고, IS는 여전히 이라크 북서부를 장악하며 활개치고 있다.

1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이 IS척결에 지산군 파병을 않는다면 오합지졸인 이라크군을 재무장하고 훈련시키는 일이 급선무”라며 “56개 여단 중 절반이 점검대상이어서 시간이 걸릴수록 IS에 부와 대원모집 시간만 벌어주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세계 최강의 전력을 자랑하는 미국이 지상군을 파병해 IS를 격퇴하지 않는다면 이라크군이 그 역할을 해야하는데, 지금으로선 오합지졸 수준에 머무른 이라크 정부군을 강한 군대로 육성하는 것이 미국에겐가장 시급한 과제다.

이라크 보안군 3여단. [사진=위키피디아]

▶강군육성, 시간과의 싸움=이라크 정부도 강군육성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 FT에 따르면 하이데르 알 아바디 이라크 총리는 정부군이 ‘완전히 붕괴된’ 수준에 이른 것으로 파악하고 군 재건의 필요성을 크게 느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바디 총리는 18개 주 정부와의 협조를 통한 군 재건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한 논의도 있었다. 종교지도자들의 요청에 시아파 자원입대자들이 중심이 된 지원자들이 군 지원부대에 입대했고 3개월 과정의 재훈련 프로그램도 돌입했다. 정부가 계획한 지원부대는 이란의 혁명수비대를 모방해 만들었다.

군 관계자들 입장에서는 군 재건 문제는 시간과의 싸움이 되고 있다. IS가 세력을 더 키우기 전에 군의 재건, 재무장, 개혁, 재창조란 숙제를 해결해야 하기 때문이다.

2006~2010년 이라크 내무장관을 지낸 자와드 볼라니는 FT에 “싸우면서 군을 재건하는 것은 동시에 할 수 없다”며 “군을 개혁할 시간이 필요하다. 국제사회의 지원이 매우 중요하며 테러리즘의 위협 아래선 군을 재건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M1A1 에이브람스 전차 기동훈련 중인 이라크군. [사진=위키피디아]

미국의 공습은 애초부터 이라크 지상군 지원을 목표로 한 것이다. 니콜라이 믈라데노프 이라크 유엔특사는 “군 개조가 시급히 필요하다”며 “많은 지원도 필요하지만 이라크군 스스로의 의지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왜 싸우는가’에 대해 스스로 묻고 답할 수 있을만큼의 정신무장도 요구된다는 것이다.

▶사클라위야의 악몽, 이라크군의 현실=지난 여름, IS는 이라크군이 수비하고 있던 사클라위야 지역을 급습했다. 이라크군 8사단 1여단 30대대는 IS가 점령한 사클라위야와 팔루자 사이에 위치한 사막 한가운데에 대대본부를 두고 안바르주와 바그다드, 요르단을 잇는 고속도로를 방어하며 IS를 기다리고 있었다.

부대는 사태 이후 오랜 기간 IS와 대치하고 있던 터라 남쪽으로 20㎞ 떨어진 사단본부에 보급품 부족을 호소하며 방어선 구축을 위해 무기와 지역사회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보고했다.

그러나 곧 IS는 며칠 간 박격포 사격을 진행하고 곧 이라크군에 대한 공세에 들어갔다. 자살폭탄 공격과 무장차량의 중화기 공격, 세갈래 방향에서 쏟아지는 일제사격이 90분 간 이어졌다. 공습 및 지원을 간절히 요청했으나 소용없었고 병사들은 차량을 버리고 사막으로 흩어져 도망치기 시작했다. 150명 이상이 사망하고 50명 이상이 포로로 붙잡혔다. 이라크군의 완벽한 패배였다.

퍼레이드에 참가한 이라크군 T-72 전차. [사진=위키피디아]

FT는 사클라위야 전투를 놓고 이라크군을 지원할 미 지상군 투입도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IS를 막기엔 이라크군의 전력이 아직은 역부족인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라크군 56개 여단 가운데 절반이 점검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으며 미 국방부는 보안군을 재구성하기까지 2~3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이라크군, 정신력부터 개조하라=이라크는 이란-이라크전, 걸프전, 이라크전 등을 겪으며 지난 35년 간 꾸준히 전쟁을 치러왔다. 그러나 그들에겐 ‘이기는 습관’이 없다. 군 조직에는 무능력이 만연해있다.

FT는 사클라위야 전투도 이라크군의 ‘무능력의 문화’를 보여주는 사례라며 일부 전문가들은 이라크군 장교들이 자신의 실수로부터 뭔가를 배우지 못하고 있고 상황대처 이전에 문제를 파악하는데도 실패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고 전했다.

경계를 서고 있는 이라크 5사단 2여단 4대대 소속 병사들. [사진=위키피디아]

군 수뇌부엔 무능력과 부패가, 사병조직엔 안이한 군율과 타락한 도덕성이 팽배하다고 꼬집었다. 사클라위야에서도 병사들은 미군이 지원한 험비를 타고 싸우는대신 자기 목숨만을 부지하려 부상자와 보급품, 군사기밀을 모두 팽개치고 상급부대로 도망치기에 바빴다는 것이다.

미국은 이라크에 M1A1 에이브람스 전차 140대, F-16 전투기 36대, 방공무기 24억달러어치를 지원했다. 이들 규모만으로 따지면 250억달러에 이른다. 그러나 미군이 두고 간 장비들은 이라크군의 무능력으로 아무 쓸모가 없는 상황이다. FT는 여전히 사클라위야 전투와 같은 재앙이 반복되고 있으며 일부 이라크인들은 이길 수 없는 싸움을 벌이고 있는 것이라고까지 평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ygm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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