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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리치-랭킹]“그많던 재산 어디로 갔나”...사업실패로 재산날린 왕년의 ‘글로벌 갑부7인’
뉴스종합| 2014-10-04 09:24
[특별취재팀 = 윤현종 기자] 로또 당첨금의 수백ㆍ수천 배에 달하는 큰 돈을 번다는 건 누구에겐 별 것 아닌듯 보이지만, 99%를 넘는 절대다수에겐 그저 ‘하늘의 별’이다. 지구촌 인구 70억명 중 10억달러(1조원)이상을 번 이가 2300여명에 불과한 이유다. 굳이 비율로 따지자면 전 인류의 0.00003%정도다. 

그러나 이들이 천문학적인 희소성을 가졌다 해서 마냥 ‘따라해야 할’ 모델은 결코 아닌듯 하다. 과한 욕망으로 판단을 그르치거나 범죄행각에 빠진 자는 결국 나락에 떨어진다. 여기, 남부럽잖은 부(富)를 누리다 한순간에 재산 수천억원 이상을 날려버린 사람들이 있다. 사업이나 투자 실패, 사기 등 ‘쪽박’을 찬 이유도 다양하다. 현명하지 못한 방법이나 꼼수를 써 돈만 좇는 일부 부자들은 반면교사를 삼아도 좋을 듯하다.
 
   1. 션 퀸(Sean Quinn)
션 퀸은 한때 60억 달러의 부를 누린 아일랜드의 자수성가 사업가다. 그는 현지 재계에 미친 영향력 때문에 ‘마이티(Mightyㆍ힘센) 퀸’으로도 불렸다. 1975년 100파운드(18만원가량)를 빌려 광산업을 시작한 퀸은 아일랜드 경기 호황과 맞물려 호텔ㆍ부동산ㆍ보험 등으로 사업을 키웠다. 14개국에 70여 회사를 거느렸고, 전용 제트기까지 소유했다.
하지만 그릇된 판단이 퀸을 ‘알거지’로 내몰았다. 그는 2007년 앵글로 아이리시(이하 앵글로) 은행 파생상품에 투자했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은행 주가는 곤두박질쳤다. 결국 이 은행은 정부 구제금융을 받아 국유화됐다. 퀸은 앵글로 은행의 주가가 내려가는 기간에도 이곳에서 받은 대출로 투자를 늘리다 빚(28억 유로 규모)만 졌다.
2011년 영국령 북아일랜드 법원을 통해 파산 절차를 밟을 당시 퀸은 “1만1000유로(1500만원 가량)와 구식 벤츠 자동차, 땅 약간이 남았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후 거액의 은닉 재산을 빼돌려 재기를 노리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된 바 있다.
  

션 퀸


   2.앨런 스탠포드(Allen Stanford)
미국 텍사스 주에서 나고 자란 스탠포드는 휴짓조각이 된 부동산을 사들여 시장 반등을 기다렸다 비싼 값에 되파는 방식으로 억만장자가 됐다. 1980년 대 초 텍사스산 원유 가격에 거품이 끼어 자산시장이 살아난 환경을 틈탔다. 그의 순자산은 최고 22억 달러까지 치솟았다.
그는 도박같은 수법으로 번 돈을 더 큰 ‘도박판’에 넣었다. 폰지사기(다단계식으로 운영되는 사기성 투자)에 손을 댄 것. 스탠포드는 시장평균보다 금리를 더 쳐주는 방식으로 투자자 3만여명을 모았다. 하지만 투자자에 돌아간 이자는 사실 그들이 넣은 원금이었다.
결국 그는 희대의 사기꾼으로 낙인찍혔다. 스탠포드의 투자회사는 폰지 사기의 거대한 허브 역할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손실 규모는 70억 달러 이상이었다. 한 크리켓 구단에 수백만 달러를 후원해 ‘스포츠 기부왕’으로도 불렸던 스탠포드는 현재 110년 형을 선고받고 수감 중이다.

수감 중 재소자들에게 얻어맞아 다친 앨런 스탠포드.

3. 알베르토 빌라르(Alberto Vilar)
미국의 투자자이자 ‘예술 기부자’로 유명했던 알베르토 빌라르는 그의 전공(경제학 석사)을 살려 1981년 아르메린도(Armerindo)라는 투자회사를 차린다. 한 때 순자산 10억달러를 찍으며 빌리어네어 반열에 오르기도 했다.
빌라르는 오페라 하우스 건립, 클래식 음악, 발레 등 예술분야에 거액을 기부한 것으로도 이름을 날렸다. 기부 규모는 2억5000만달러를 넘겼다.
그러나 빌라르 또한 사기꾼이었다. 그는 2005년 고객의 투자금 500만달러를 개인 목적으로 사용했다는 혐의를 받아 체포됐다, 이후 투자회사를 이용해 돈세탁을 일삼고, 각종 조작과 눈속임 투자자문 등을 통해 주식사기를 주도했다는 사실이 속속 드러났다.
결국 빌라르의 예술사랑이 이같은 사기행각을 덮기 위한 눈속임이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2005년 이후 많은 예술 관련기관ㆍ단체들은 기부자 목록에서 그를 지웠다. 빌라르는 결국 2010년 9년형을 선고 받았다. 올 5월 형량은 1년 더 늘었다.

알베르토 빌라르

4. 패트리샤 클루그(Patricia Kluge)
패트리샤 클루그는 한때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이혼녀였다. 밸리댄서와 누드모델로 활동하며 사교계에서 이름을 얻은 그는 지난 1990년 미국의 언론재벌 존 클루그와 결혼생활을 끝내며 거액의 위자료를 받았다.
그가 위자료로 정확히 얼마를 받았는지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다만 버지니아주에 있는 방 45개짜리 집(에버말 하우스)과 1214만㎡규모(구 367만2500여평)의 토지 등의 가치를 매겨 10억 달러 상당으로 추정된 바 있다.
그가 나락으로 떨어진 가장 큰 이유는 사업실패였다. 클루그는 세번 째 남편과 함께 거액의 재산을 기반으로 포도주 사업을 시작했지만 2011년 결국 파산했다. 사업이 망하기 전 그는 ‘파티 등을 자제하고 사업을 일으키겠다’고 다짐한다. 소더비 경매를 위해 자신이 수집해온 고가구 등을 팔아 1520만달러를 만들고, 모든 보석류까지 내다팔았다. 하지만 회사의 침몰을 막진 못했다.
당시 클루그가 제출한 파산보호 신청서에 따르면 남은 재산은 제로. 빚은 5000만달러에 달했다.

패트리샤 클루그

5. 비요르골푸르 구드문드손(Bjorgolfur Gudmundsson)
아이슬란드 최고갑부였던 비요르골푸르 구드문드손은 한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웨스트햄의 구단주였다. 아이슬란드 제 2은행이었던 랜즈방키까지 갖고 있었다.
그는 아이슬란드의 ‘금융거품’을 배경으로 급성장한 부호였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조국의 파산 위기와 함께 그의 부도 일순간 사라졌기 때문이다.
지난 수십년 간 제대로 된 펀더멘탈 없이 고금리 정책을 유지해 온 아이슬란드에 신용경색이 닥치면서 구드문드손도 나락으로 떨어졌다. 랜즈방키는 국가 소유가 됐고 3000만 파운드에 달하는 빚만 떠앉게 됐다.
급기야 그는 2009년엔 법원에 파산신고를 했고 웨스트햄 구단도 매물로 내놓았다. 2008년 3월 포브스 조사에서 자산액 11억달러로 빌리어네어에 포함된 구드문드손은 같은 해 12월 ‘자산액 제로’의 알거지가 되고 말았다.

비요르골푸르 구드문드손

6. 마노 바르가바(Manoj Bhargava)
한때 인도 빌리어네어에 이름을 올렸던 바르가바는 닥치는대로 열심히 일 해 돈을 모았다. 이후 플라스틱 회사를 차려 2000만 달러를 손에 넣었고, 그가 세운 음료회사 리빙에센셜스(Living Essentials)는 ‘5시간 에너지(5-Hour-Energy)’ 드링크제품을 출시해 큰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세심히 봐야 하는 음료사업의 특성을 헤아리지 못한 게 그의 발목을 잡았다. 에너지드링크가 심장마비를 유발하는 등 인체에 미치는 심각성이 드러나면서 바르가바의 사업도 내리막을 달렸다. 그의 음료회사 기업가치는 여전히 8억 달러 정도지만, 매출과 주가가 큰 폭으로 떨어지면서 빌리어네어 대열에선 탈락했다.

마노 바르가바

     7.빈스 맥마흔(Vince McMahon)
  프로레슬러로도 활약했던 빈스 맥마흔은 미국 프로레슬링WWE(World Wrestling Entertainment) 리그의 오너로 성장하며 억만장자 반열에 올랐다. 올 초 WWE의 주가가 89%까지 치솟으면서 맥마흔의 순자산은 16억달러가 됐다.
그러나 NBC 유니버설 텔레비전과 중계권 재계약을 ‘엉망으로’ 맺었다는 사실이 알려진 뒤 그는 막대한 손실을 입는다. 당연히 빌리어네어 리스트에서도 빠졌다.
방송 중계권은 프로레슬링 단체에서 수익을 확보하는 가장 핵심적인 수단이다. 맥마흔의 WWE는 NBC 유니버설과 협상하며 계약금을 25%정도 올렸다. 그러나 이는 WWE 투자자들 기대치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 그들은 교섭에서 계약금이 최소 2∼3배 정도 인상될 것으로 믿고 있었다.
결국 5월 들어 단 이틀 사이 맥마흔의 순자산은 7억5000만달러나 줄었다. WWE의 주가는 전날의 절반 수준까지 떨어졌다. 사업상의 작은 실수 하나로 수천억원이 사라졌다.
 
빈스 맥마흔

factis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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