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정치
홍콩 민주화 위기…제2의 이집트ㆍ우크라 사태?
뉴스종합| 2014-10-06 10:52
[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 ‘우산혁명의 성공은 홍콩 정부에 달렸다(?)’

2017년 홍콩 행정장관 선거안에 반발해 도심을 점거한 시위대와 홍콩 정부가 각자의 입장을 굽히지 않으며 팽팽히 맞서고 있는 가운데, 홍콩 정부가 강경대응으로 일관할 경우 렁춘잉(梁振英) 행정장관이 실각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정부가 섣불리 시위대를 무력 진압했다가는 되레 스마트폰과 소셜미디어로 무장한 시민들의 분노를 촉발해 정부의 정당성까지 뒤흔들 수 있기 때문이라고 5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은 전했다.


누구나 트위터나 페이스북을 이용하는 소셜미디어 시대엔 시위대를 초기에 진압하려고 과도한 공권력을 사용하면 그 장면이 금세 인터넷에 확산돼 역풍을 맞기 십상이다. 정부의 진정성에 금이 가는 것은 물론이고 자칫 권력이 무너질 수도 있다.

이 같은 시위 진압의 ‘딜레마’를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가 2011년 이집트 ‘카이로의 봄’과 2013년 우크라이나 ‘마이단 시위’다.

북아프리카와 중동으로 확산하며 이른바 ‘아랍의 봄’을 불러온 이집트 시민혁명은 2011년 1월 카이로 타흐리르 광장에서 시작됐다. ‘현대판 파라오’로 군림했던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의 독재에 반대하기 위해 비무장 상태로 거리에 나온 시위대를 곤봉과 최루탄으로 무자비하게 진압하는 경찰의 모습이 순식간에 인터넷으로 알려졌다. 이에 분노한 시민들은 대대적 시위를 벌였고, 무장봉기 18일 만에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은 30년의 집권체제에 마침표를 찍어야 했다. 


지난해에는 정부의 강경 시위 진압에 반발한 우크라이나 국민들이 빅토르 야누코비치 전 대통령을 축출하는 일이 벌어졌다.

지난 11월 야누코비치 대통령이 유럽연합(EU)과의 무역협정 서명을 거부한 데 대해 항의하기 위해 수도 키예프 마이단 독립광장에 수백명이 모인 것이 발단이었다. 야누코비치 대통령이 테러 및 소요 진압을 목적으로 창설한 특수부대 ‘베르쿠트’를 투입하며 강경 대응한 것이다. 올 2월에는 시위대와 경찰 간 충돌로 100명 이상이 숨지는 최악의 유혈 사태까지 벌어졌다. 결국 광장의 민심은 정권 심판론으로 뒤바뀌었고 야누코비치 대통령은 자리에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이에 대해 워싱턴 소재 비정부 조직인 경찰간부 연구 포럼(PERF)의 척 웩슬러 소장은 “무력 진압은 더이상 통하지 않는다. 홍콩 시위대를 위협하는 것은 부작용만 불러올 수 있다”면서 “사태를 진정시키기 위한 보다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홍콩 8개 대학의 학자 80명도 5일 성명서를 배포하고 “폭력 진압은 현재의 교착상태를 단순 지속시킬 뿐 아니라 더 큰 대가를 가져올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정부는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조치로 학생들의 호소에 답하라”고 촉구했다.

/sparkli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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