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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터뷰]전혜빈, '이사돈'에서 진짜 배우가 되기까지
엔터테인먼트| 2014-10-06 17:51
2002년 '핫'하게 데뷔했다. 현재는 '배우'로 불리고 있지만, 당시엔 도약할 채비를 마친 걸그룹의 일원이었다. 그리고 이후 각종 예능프로그램을 통해 개성 넘치는 자신만의 매력으로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데 성공했다. 그때 그가 얻은 애칭은, '이사돈(24시간 돈다)'. 전성기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각종 TV프로그램에 모습을 비췄으나, 점차 흔적은 사라졌다. 시간이 조금 흘러 그는 어느새 배우의 옷을 입고 있었다. 작은 역할도 마다하지 않았던 그는 마침내 주연을 꿰찼으며, 시청자들에게 호평도 받았다. 그리고 또 한 번, 예능프로그램에서 보여준 '진짜'의 모습으로 사랑도 얻었다.

가수로 연예계에 입문해 배우로 성장한 전혜빈의 이야기다.


◆ '조선총잡이'로 얻은 깨달음

전혜빈은 지난 6월 25일 첫 방송을 시작해 9월 4일 대단원의 막을 내린 KBS2 드라마 '조선총잡이'(극본 이정우 한희정, 연출 김정민 차영훈)에서 최혜원 역을 맡아 열연했다. 보부상단의 수장 최원신(유오성 분)의 외동딸인 그는 강한 카리스마를 지닌 여인이다.

"양 옆에 대단한 작품들과 경쟁을 하게 됐는데, 더 많은 사랑을 받았다는 것과 물론 다른 작품도 그렇겠지만 마무리가 잘 되어서 기뻐요. 거기에 제가 일조했다는데 자부심도 크고요. 드라마를 통해 여러 가지 얻은 것이 많아요. 비단 일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소중한 동료들을 얻었고, 유오성 선배님에게도 큰 가르침을 얻었죠. 대단한 배우 옆에서 지켜보면서 연기 호흡을 맞출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저에게는 큰 공부였어요. 가장 큰 행복은 좋은 동료들을 만나 작품을 할 수 있었다는 거예요."

시청자들은 매회 그를 향한 호평을 쏟아냈다. 한결 힘을 뺀, 그리고 맞춤옷을 입은 듯 자연스러웠다는 것이 중론이다.

"'조선총잡이'를 통해서는 뭔가 제대로 보여드리고 싶다는 욕심에 계획도 세웠어요. 그래서 진짜 나름대로 준비를 많이 했죠. 연기 레슨도 처음으로 받아보고, 대본 리딩도 계속해보고, 목소리를 녹음해서 들어보기도 하고요. 제 분량의 촬영이 아닌데도 현장에 가서 돌아다녀 보면서 시간을 많이 할애했어요. 의상도 입어보고, 메이크업도 꼭 현장에서 받았어요. 분장 차 안에서요. 그리고 분장해주시는 분에게 오늘의 촬영 장면을 설명하고, 최대한 그에 맞게 메이크업을 받았죠."

"아마 다시 보시면 확실히 아실 거예요. 저의 얼굴은 매 장면마다 달라져요. 확실히 디테일을 신경 쓰고, 어떨 때는 화려하게 또 어떨 때는 거의 메이크업을 하지 않은 듯 말이죠. 그런 모든 것들이 조금은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까 생각해요."

역시 노력 없이는 결실을 맺을 수 없다.

"예쁘게 나오려고 하는 순간, 그런 생각을 하면 화면에도 고스란히 드러나는 것 같아요. 서서히 터득을 한 거예요. 더 예뻐 보이는 건 쉽죠. 하지만 극에 더 몰입하고, 시청자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건 어려워요. 이번에 처음으로 이렇게 작은 것들을 신경 쓰면서 깨닫게 된 것들이 많아요. 다음 작품 역시 그렇게 할 생각입니다."

"조금씩 '이렇게 하는 것이 연기를 하는 거구나'라는 감이 올 때가 있어요. 물론 아직까지는 답을 모르고 하는 연기, 또 애매모호한 것들이 더 많죠. 그런데 저도 오랜 시간 연기를 하다 보면 어느 순간 선배님들처럼 깊어지지 않을까요?"

전혜빈은 또 그렇게 한 걸음 더 성장했다.

"그동안은 철이 없는 딸이나 도도한 변호, 재벌 2세 등 주로 이런 역할들을 맡았어요. 맞는 옷은 아닌 것이 저는 목소리 톤이 굉장히 낮은 편이에요. 앙칼지고 깍쟁이 같은 모습을 표현하지는 못하죠. 연기니까 물론 최선을 다했지만, 맞지 않은 옷을 입고 있다는 느낌을 받기도 했어요. 새로운 캐릭터를 발견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늘 하죠. 이를테면, 방영 중인 '연애의 발견' 속 정유미 캐릭터도 꼭 한 번 해보고 싶어요."


◆ '이사돈'을 미워했을 그때

전혜빈의 배우로서의 도약, 순탄치만은 않았다. 아니, 매우 어려웠다고 해야 맞을 것이다.

"다른 이들이 꺼려하는 역할을 해야 연기적으로 뭔가를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았어요. 그래서 처음 연기를 시작했을 때는 할 수 있는 것이 한정돼 있는 것도 분명 있지만, 악역 역시 달갑게 받아들였죠. 남들이 하지 않으려고 하고, 작더라도 내 것으로 만들면 시청자들이 알아봐 주시지 않을까 하고요. '왕과 나'가 그래요. 인물 관계도를 보면 제가 맡은 역할은 정말 끝 중에 끝, 말단 조연이었어요. 그 작품을 통해 그런 것이 중요한 게 아니란 걸 절실하게 알게 됐죠."

데뷔 당시 굳혀진 이미지가 '어려움'에 큰 몫을 했다. 이젠 웃으면서 말할 수 있지만.

"사실 알고 보면 '이사돈'이란 애칭이 지금의 저를 있게 해준 건데 왜 그렇게 싫어했을까 싶어요. 흑역사도 아니고, 물론 그때 순간적으로 철없이 행동한 것은 아쉽기도 해요. 그런 것들에 대한 생각 자체가 없었어요, 당시에는. 활동을 하는 것이 그저 재미있었고, 그래서 했어요. 무대 위에서 하는 모든 일들이 행복이었죠."

"재미 있어서 일을 했지, 생계수단의 목적은 전혀 없었거든요. 이후 힘든 시기를 겪고 개인적으로도 힘들었던 시간을 보내고 나니까 앞으로 어떻게 하면 되겠다는 계획을 세우게 됐죠. 아프고 나니까 성숙해지더라고요."

한 차례 슬럼프 아닌 슬럼프를 겪었다. 모든 것이 리셋되는 순간이었다. 적막을 깨고 나온 전혜빈은 성장해 있었고, 발전할 준비가 돼 있는 상태였다. 모든 걸 받아들일 준비, 그 마음이 지금의 전혜빈을 있게 했다.

"모든 가지들을 잘라 냈어요. 워낙 욕심 있는 스타일이 아닌데다, 물욕이 없어요. 필요한 건 제 자신을 단단하게 만드는 것 뿐이었죠. 지난 시간을 보내고 가지를 치는 작업을 통해 단단하게"

"서른이 되면 끝날 것 같고, 청춘은 없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더라고요. 더 새로운 세계가 펼쳐져 있고, 20대의 고통받았던 만큼 그 시간 보다 더 값진 것들이 준비가 돼 있으니까 용기도 생겼고요."

작은 파도에도 금방 휩쓸릴 것 같은 여느 여성들과 전혜빈은 분명 달랐다.

"20대에 담금질을 당해서 앞으로 무엇이 와도 끄떡없을 것 같아요(웃음). 주변을 둘러보면 유독 연약한 친구들이 있어요. 평탄하게 잔잔하게 살아오다 보니까. 그런데 전 달라요. 매를 많이 맞은 20대였어요(웃음). 지금 둘 중 하나의 삶을 선택하라고 하더라도 전 지금의 제 삶을 택할 거예요"

새로운 눈을 뜨자, 앞날에 대한 기대가 더 커졌다.

"20대의 불안함은 지금 전혀 없어요. 앞으로 남은 시간이 많다는 걸 느낀 순간 여유가 생겼어요. 마음의 평안함을 찾았고, 조급증은 싹 사라졌죠. 천천히 하자고 페이스 조절을 하기도 하고요. 모든 일에 뿌듯하고 감사해요."


◆ 진짜 '나'를 보여줄 때

과거 예능프로그램을 통해 '이사돈'이란 애칭을 얻었다. 인기를 얻은 동시에 비난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그리고 한동안 전혜빈을 예능에서는 보기 힘들었다. 피했다면, 그 이유를 충분히 알 것 같기도 하다. 2014년, 그는 다시 예능에 모습을 드러냈고 이번엔 반응이 달랐다.

"'심장이 뛴다'는 마음이 많이 가는 프로그램이에요. 이미지 때문에 백만안티의 욕을 듣다가(웃음), 그때는 정말 그 이미지 때문에 하고 싶은 것 하나도 못했는데. '정글의 법칙'에 이어 '심장이 뛴다'를 통해 진실된 모습을 봐주신 것 같더라고요. 어떤 분들은 사과까지 해주셨어요. '오해를 하고 있었다'고요. 누명을 벗은 느낌이에요. 그래서인지, 두 프로그램이 제 인생에 가장 뚜렷한 전환점이 된 것 같아요. 평생 감사하면서, 잊지 않을 거예요. 안티에서 팬으로 돌아서준 네티즌들에게 앞으로 실망시켜드리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죠."

이제는 '배우'라는 타이틀이 전혀 어색하지 않다. '이사돈'이라는 과거 애칭도 안을 수 있게 됐고, 누명도 벗었다. 앞으로 나아갈, 더 승승장구할 일만 남았다.

그러다면, 여자 전혜빈의 삶은 어떨까.

"30대면, 결혼도 해야 할 것 같고 미래에 대한 계획도 세워야죠. 그렇지만 지금은 좀 아닌 것 같아요. 생각 같아서는 서른다섯에 하고 싶지만, 3년 밖에 남지 않았어요(웃음). 지금은 그냥 충분히 저를 위해서 즐기면서 여행도 많이 하고 작품 활동도 활발히 하고 싶어요. 먹고 싶은 것 먹고, 하고 싶은 것 하면서 얽매이지 않고 살아가다가 '이 때'다 싶으면 해야겠죠? 하하"

그래서 전혜빈은 영국 런던을 택했다.

"어학 연수 역시 그 계획의 일환이에요. 이제부터는 한 작품을 끝내면 한 달씩 여러 나라에 가서 지내다 올 생각입니다. 최근에 결정한 거예요. 여행 계획을 세워놓고 또 차근차근 지금의 이 삶을 살아가고 싶어요."

20년 후의 자신의 모습을 그리며, 또 한 번 힘을 내는 전혜빈.

"20년 후는 제가 52살이네요(웃음). 한 아이의 엄마, 또 누군가에게 선생님이란 소리를 들을 수도 있을 것 같네요. '선생님' 소리를 들으면 살짝 충격을 받을 것 같기도 하지만, 후배들이 제가 유오성, 채시라 선배님을 우러러보는 것처럼 그렇게 저를 봐주면 참 좋을 것 같아요. 존중, 존경받는 느낌을 받았으면 해요. 그게 꿈이자 목표입니다."


김하진 이슈팀기자 /hajin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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