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10월 들어 지난 6일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7823억원을 한꺼번에 팔아치웠다. 불과 3거래일 만에 9월 한달 순매도액(6225억원)을 넘어섰다.
지난 2일 외국인이 순매도한 3858억원은 올해 3월 14일(4773억원 순매도) 이후 가장 큰 규모다.
외국인의 이 같은 변심의 원인은 단연 환율이다. 달러화 강세 국면에서는 코스피가 움직이지 않더라도 외국인 투자자들은 손해를 보기 때문이다.
조병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현재 진행 중인 달러 강세의 요인은 미국과 유로존 등 주요국의 통화 정책 차이와 미국의 경기 회복세까지 반영한 것”이라며 “이런 흐름은 단기적으로 마무리 될 이슈는 아니다”고 분석했다.
원화를 뛰어넘는 엔저 현상도 빼놓을 수 없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투자전략실장은 “미국과 일본의 통화정책이 차별화됨에 따라 달러 강세ㆍ엔화 약세 기조가 상당 기간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며 “엔ㆍ달러 환율의 전고점이 달러당 130엔대이므로 중장기적으로 그 정도까지 갈 수도 있다고 본다”고 관측했다.
환율 악재가 고정변수로 굳어진 상황에서 정부 역할이 주목받고 있다. 기업의 배당 확대와 가계소득 증대라는 ‘초이노믹스 효과’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진 지난 7월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4조691억원을 순매수한 바 있다.
송동헌 동부증권 연구원은 “공격적인 경기부양책을 연달아 발표했던 한국은 정책효과의 강도가 점차 약해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기존 상황에서 대외 환경의 변화가 많지않은 10월 증시에서는 정부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송 연구원은 향후 주목할 정부 정책으로 ▷엔저 대응책 ▷증시 활성화 정책 ▷소비의 실질적인 부양책 등 3가지를 꼽았다.
당장 오는 15일 열리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기준금리 인하 여부에 시장은 집중한다. 금융투자업계는 엔화 약세와 경기침체 대응을 위해 기준금리의 인하 가능성을 점치지만 외환시장 변동성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인하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이달 중 발표 예정인 정부의 ‘주식시장 활성화 대책’도 중요 변수로 꼽힌다.
고승희 SK증권 연구원은 “정부가 내년 상반기 중 가격제한폭을 기존 15%에서 30%까지 확대키로 하는 등 증시 활성화를 위한 의지는 강하다”며 “정부 정책에 대한 기대감은 증권주의 상승 모멘텀으로 다시 작용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부처간 이견을 보이는 증권거래세 인하 여부도 시장에서 주목하는 정책이다. 금융위원회는 증권거래세 인하 카드가 침체된 증시를 살리는 강력한 유인책이 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기획재정부 측에서는 세수 부족 등을 이유로 반대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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