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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랩] ℓ당 휘발유값 서울 1,893원 최고…대구 1,769원 최저
뉴스종합| 2014-10-08 11:04
3년9개월만에 1,700원대로 떨어져
중국·유로존 경기침체 심화
국제 유가 하락 지속 전망

가계부담 덜고 기업에도 호재 불구
장기적 경기침체로 악영향 우려


전국 주유소 휘발유 판매가격이 리터당 1700원대로 떨어졌다. 2010년 12월 이후 3년9개월만이다. 올 들어 꾸준히 하락세를 이어온 휘발유 가격은 7월4일부터 하루도 빠짐없이 떨어졌다. 이라크 핵 위기가 불거진 2012년 4월 리터당 2062원에 비하면 250원 넘게 가격이 하락한 셈이다. 휘발유 가격을 지역별로 보면 서울시가 리터당 1893원(10월 첫째주 기준)으로 가장 비싸고, 충남(1809원), 경기ㆍ강원ㆍ세종(1805원)이 그 뒤를 잇는다. 휘발유 가격이 가장 싼 광역지자체는 대구시로 리터당 1769원이고, 제주(1774원), 경북ㆍ울산(1782원),전북ㆍ광주(1785원)도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다.

▶국제 유가 하락 또 하락… “휘발유값 더 떨어질 것”= 국내 기름값 하락은 미국 달러화 강세로 인한 원화 환율 상승 요인 외에도 국제 유가 자체가 올 들어 꾸준히 떨어진데 따른 것이다. 석유 수급 요인과 지정학적 원인에 따라 당분간 추가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

8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7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전날보다 1.49달러(1.7%) 떨어진 배럴당 88.85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지난해 4월 22일 후 가장 낮은 가격이다.

런던 ICE선물시장에서 북해산 브렌트유도 배럴당 92달러 이하로 다시 밀려나 전날보다 96센트(1.03%) 떨어진 91.83에서 거래되고 있다. 브렌유는 지난해 6월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가 이라크로 진격하기 시작한 6월 배럴당 116달러까지 치솟았다가 꾸준히 하락해 지금까지 21%가량 떨어졌다.

이같은 국제 유가 하락은 원유 생산량 증가로 공급은 늘어난 반면 세계 경기 침체로 수요는 점점 줄고 있기 때문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OPEC의 9월중 일일 원유 생산량은 전달보다 81만 배럴 늘어난 3096만배럴을 기록했다. 이는 최근 2년간 가장 많은 양이다.

반면 석유 소비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전 세계 석유 소비량을 좌우하는 중국 경기가 좀처럼 되살아나지 않는데다가, 이탈리아 정부가 올해 경제성장률을 마이너스로 수정해 발표하는 등 유로존 경기침체가 심화되고 있다. 석유공사 관계자는 “리비아 원유 생산이 점차 회복세를 보이고 있고, 사우디아라비아가 연말까지 현재 원유 생산량 수준을 유지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국제 유가 하락세도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가계 부담 덜어…경기 침체 여파는 우려= 기름값 하락은 인구 2.5명당 자동차 1대를 보유한 우리 국민들에게는 반가운 일이다. 휘발유 가격이 내려갈수록 소비자들의 가계 부담이 줄어들고, 이 돈을 외식, 교육, 여행 등에 사용해 내수 경기가 살아날 수 있다.

대부분의 기업들에게도 유가 하락은 호재다. 중간재인 원유 가격이 떨어질수록 경기 전반이 활성화하는데 도움이 된다. 특히 석유화학업계는 원재료 가격이 떨어져 원가 부담이 줄어든다. 기업들의 제품 생산가격이 하락하면 소비자 물가도 내려가 경제 선순환 구조가 형성될 수 있다.

그러나 유가 하락이 언제까지나 반가운 일만은 아니다. 국제 유가가 떨어진다는 것은 그만큼 세계 경기가 침체돼 있다는 신호이기 때문이다. 제조원가와 제품가격 하락세는 전 세계적인 경기침체, 공급과잉 속에서 결국 기업의 수익성 저하로 이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기업의 수익 악화는 장기적으로 가계 지갑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정유사들도 울상이다. 정유사들은 원유를 수입해 석유제품으로 정제해 수출, 또는 국내 판매한다. 이 과정에서 통상 2~3개월이 소요되는데 그 사이 국제유가가 하락하면 원유를 비싼 가격에 들여와 현재 하락한 수준의 가격에 석유제품을 팔아야해서 수익이 떨어진다.

그렇다면 나라 곳간에 미치는 영향은 어떨까. 현재 우리나라는 유류세에 종량제를 적용해 유가 등락폭에 관계 없이 보통휘발유 1리터당 교통세는 529원, 교육세는 교통세의 15%, 주행세는 교통세의 26% 등으로 고정돼 있다. 다만 최종 가격의 10% 선인 부과세가 유가 등락에 소폭 영향을 받아 시기별로 세금 총액이 조금씩 달라지게 된다. 따라서 유가가 내려갈 수록 전체 휘발유 가격에서 차지하는 세금 비중은 점점 올라가게 되는 구조다.

김윤희 기자/wor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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