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비트코인, 넌 누구냐?
뉴스종합| 2014-10-09 09:31
[헤럴드경제=서경원 기자]한국은행이 지난 7일 가상화폐인 비트코인(Bitcoin)이 당분간 광범위하게 사용될 가능성이 크지 않다며 종전의 부정적인 입장을 재확인했지만 이에 대한 관심은 국내에서도 지속되고 있다.

비트코인은 ‘사토시 나카모토’라는 가명의 프로그래머가 2009년 도입한 가상화폐로, 키프로스 금융위기 이후 투자 상품으로 주목받으면서 사용이 늘고 있다. 쉽게 설명해 싸이월드의 도토리, 네이버의 캐시, 카카오톡의 초코와 같이 실물 화폐는 아니지만 사이버상에서 물건을 사거나 서비스 이용료를 지불할 수 있는 통화수단이다.

하지만 비트코인은 실물화폐나 도토리, 캐시, 초코 등과 같이 발행처가 없다는 게 특징이다. 비트코인은 누구나 발행할 수 있고 누구나 사용할 수 있도록 돼 있다. 다만 비트코인 발행량은 2040년까지 2100만개로 제한돼 있다.


사이버상에서 가상화폐로 쓰이던 게 실생활에 도입되기 시작한 건 유대계 미국인 사업가 찰리 슈렘이 2012년 ‘비트인스턴스’라는 환전소를 개설하면서부터다. 이어 일본에 마운트콕스, 중국에 BTC차이나 등 비트코인 거래소가 문을 열면서 빠르게 확산됐다. 미국에선 한 얼리버드가 일주일 동안 비트코인으로 생활했다는 소식도 들린다.

시세 변동은 롤러코스터급이다. 실제 1비트코인(BTC)의 가격은 2011년초 0.05달러에서 작년 11월에는 1200달러까지 급등했으나 올해 9월에는 475달러 수준에 그치는 등 그동안 높은 가격 변동성을 보여왔다.

한은은 7일 국정감사에서 “비트코인은 저렴한 수수료, 사용 편리성 등 장점에도 높은 가격 변동성, 불법거래에 이용될 가능성 등 단점과 리스크도 있다”고 밝혔다.

특히 한은은 “(최근 가상화폐의 글로벌 중심지 역할을 할 의도를 보인 영국을 제외하면) 주요국 중 정부 차원에서 비트코인 생태계를 적극 육성하려는 움직임은 없다”면서 “한국은 비트코인을 육성하기 위한 별도의 대책은 없다”고 밝혔다.

한은 금융결제국 결제연구팀은 지난해 보고서를 통해 비트코인은 가격변동성과 취약한 보안성 등 한계 때문에 이론적인 성장 가능성을 실현하기 어렵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연구팀은 비트코인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취약한 보안성을 꼽았다. 연구팀은 “비트코인 사용자나 거래소에 대한 해킹이 늘어나는 가운데 별다른 대책은 마련되지 않고 있다”며 “금융서비스가 공인인증서 등 보안수단을 갖춘 것과 달리 비트코인은 사용자 보호장치가 없어 해킹에 취약하고, 중앙관리기관이 없어 피해를 복원할 방법도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 올해 비트코인 지갑서비스와 거래소를 대상으로 이뤄진 해킹에서 1000만달러 이상의 피해가 발생했다.

심한 가격 변동성은 보편적인 교환 매개로 활용될 가능성을 낮추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연구팀은 “투기적 거래로 비트코인 가치가 급변동하고 있다”며 “내재적 가치가 없기 때문에 17세기 네덜란드의 ‘튤립 버블’처럼 투기 수요에 쉽게 노출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gil@heraldcorp.com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