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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X파일]물건너간 내부출신 KB금융 회장 선임
뉴스종합| 2014-10-09 16:28
[헤럴드경제=신소연 기자] KB금융은 지금 차기 회장 선출 작업을 진행하느라 눈코 뜰 새 없습니다. 임영록 전 KB금융 회장이 불명예 퇴진하자 그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서인데요. 외부 출신인 임 전 회장이 그와 마찬가지로 KB에 뿌리가 없는 이건호 전 국민은행장과 마찰이 생겨 발생한 이른바 ‘KB 사태’로 사퇴한 만큼 이번에는 내부 출신 인사가 회장이 돼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하지만 내부출신 인사가 회장이 돼야 한다는 KB 조직 내부의 바람은 이미 물 건너 간 것 같습니다. KB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는 최근 1차 후보 9명을 공개했는데요. 이중 아직 사퇴의사를 밝히지 않은 7명 중 사실상 KB의 내부인사라고 할만한 사람을 꼽기 어려운 탓입니다.

그렇다고 KB의 타이틀을 달았던 인사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닙니다. 황영기 전 KB금융 회장과 김기홍 전 국민은행 수석부행장, 윤종규 전 지주 부사장, 지동현 전 국민카드 부사장 등이 내부 인사로 분류되는 사람들입니다. 하지만 이들의 이력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과연 내부인사라고 분류할 만 한지 의문이 듭니다.

우선 황 전 회장을 봅시다. 그는 삼성물산으로 입사해 삼성증권 대표이사, 우리금융지주 회장, 우리은행장 등을 거친 대표적인 금융통입니다. KB에서도 2008년 7월부터 2009년 9월까지 회장직을 수행했습니다. 황 전 회장의 직전 직위는 KB금융 회장이었지만, 사실 KB 조직에 몸담았던 것은 1년 2개월여에 불과합니다.

김기홍 전 부행장도 마찬가지입니다. 김 전 부행장은 금감원 부원장 출신으로, 2001년 금감원에서 나와 충북대 국제경영학과 교수로 재직했습니다. KB와 인연은 2003년 사외이사직을 수락하면서 시작됐고, 그후 1년 여간 수석부행장직을 수행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김 전 부행장 역시 지난 2006년 이후 은행을 떠나 현 은행 사정을 잘 알기는 어려울 수 있습니다.

지동현 전 국민카드 부사장은 금융연구원 출신으로 조흥은행 부행장과 LG카드 부사장을 하다가 2006년 KB경영연구소장으로 발탁되면서 KB금융과 연을 맺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지 전 부사장은 공교롭게도 금융연구원→조흥은행 부행장→KB금융 등 그 이력이 이 전 행장과 비슷합니다. KB금융 회추위 입장에서는 KB금융 사태의 망령이 되살아나며 꺼려질 수도 있는 상황입니다.

국민은행 노조가 지원하는 것으로 알려진 윤종규 전 부사장도 행시출신으로 삼일회계법인 부대표까지 지낸 후 KB의 최고재무책임자(CFO)로 스카우트된 인사입니다. 즉 이미 사퇴한 김옥찬 전 부행장처럼 국민은행에 입사해 여기서만 경력을 쌓아온 인사는 아닌것입니다. 노조는 KB금융에서 임기 2년을 1번 이상 연임한 인사에 대해 내부인사로 인정하겠다고 했지만, 사실 이것이 어불성설이라는 점은 전 금융권이 모두 동의하는 바입니다.

이처럼 내부인사로 분류된 인사들마저도 KB금융에서 5년 이상 몸담은 적이 없다는 점은 이들 중 누가 회장이 되더라도 사실 전임 회장들과 다를 바 없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만큼 내부에서 경력을 쌓은 임원 중에서는 아직도 회장이 될만한 인사를 찾을 수 없었다는 방증이기도 합니다.

KB의 부실한 인재풀은 결국 인사철마다 의례적으로 벌어지는 파벌 싸움이 원인이라는 지적이 있습니다. 상대 파벌을 견제하는 과정에서 능력 있는 인재들이 밀리다 보니 결국 KB 전체 조직을 이끌 수 있는 무게감 있는 회장감을 키워내지 못했다는 비판입니다. 오랜 파벌싸움는 결국 내부인사 회장을 뽑고 싶어도 뽑을 수 없는 지금과 같은 어려운 상황의 원인이 되어버렸습니다.

carri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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