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문화
지구촌 뒤덮는 에볼라, 국제대응은 제자리 걸음
뉴스종합| 2014-10-10 10:54
[헤럴드경제=한지숙ㆍ문영규ㆍ강승연 기자]올 들어 4000명에 가까운 사망자를 낸 에볼라바이러스가 미국과 유럽까지 위협하며 세계인들의 공포심을 키우고 있지만 백신과 치료제 개발 등 인류의 대응은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

미국 내 에볼라 희생자인 토머스 에릭 던컨에겐 치료제 ‘브린시도포비르’를 투여했으나 숨졌고 효과적인 치료제로 알려졌던 맵바이오제약의 지맵(ZMapp)도 스페인의 미겔 파하레스 신부 등에게 접종됐으나 사망해 치료제의 효과도 입증되지 않은 상태다.

그나마 개발된 백신도 배포가 되지 않았고 각국 방역당국의 공항 방역 검사도 에볼라 확산을 막을 수 없다는 무용론까지 제기되면서 에볼라 공포는 전 세계를 뒤덮고 있다.

▶국제기구 대응 미숙, 백신 배포 안해=국제보건기구(WHO)는 캐나다로부터 에볼라 바이러스 백신을 기증받고도 두 달째 사용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에볼라 바이러스 환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면서 치료제 개발과 투여는 촌각을 다투는 일인데다, WHO는 서아프리카 발병국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원을 대대적으로 호소해 와 WHO가 백신 사용을 미루는 배경에 대해 의문이 제기된다.

9일(현지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캐나다 정부는 지난 8월12일에 ‘VSV-EBOV’로 불리는 실험용 에볼라 백신 1000명분을 WHO에 기증했다. 하지만 백신은 두 달째 캐나다 매니토바주(州) 주도 위니펙의 한 실험실에 고스란히 쌓여있다.

로나 앰브로즈 캐나다 보건장관은 ”WHO가 백신을 배포할 지 말지, 언제 배포할지를 결정하지 않았다”면서 “이 백신이 쓰일 수 있기를 희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방역 무용론, 공항 검색대 무사통과 가능해=항공편을 통한 에볼라 전파 우려가 커지면서 미국과 영국 정부가 공항 방역 검사를 강화키로 했지만, 이것만으로는 에볼라 감염자를 걸러내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9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에볼라 잠복 기간은 접촉 후 최대 21일이다. 만약 감염자가 고열, 구토 등 감염을 의심할 수 있는 증상이 나타나기 전이라면 공항 검색대를 무사통과할 수 있다는 얘기다.

증상을 보이지 않는 에볼라 감염자가 검역 당국에 입국 전 에볼라 환자와 접촉한 적이 없다고 신고할 수도 있다.

뿐만 아니라 지난 2003년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 사태처럼 체온 검사 직전 해열제를 복약해 감시망을 피해가는 감염자가 나타날 가능성도 무시하기 어렵다.

때문에 애니시 자 하버드 공중보건대 교수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에볼라 환자를 미국에 입국시키는 것을 100% 방지하는 것이 목적이라면, 이것(공항 방역검사)만으론 안 된다”고 우려했다.

로런스 고스틴 조지타운대 국제보건법 교수도 “에볼라처럼 잠복기가 며칠 간 지속돼 탐지하기 어려운 질병에 걸린 입국객을 완벽히 걸러낼 수 없다”면서 “공중 보건 응급 상황에서 입국객 검역에 의존하는 건 불완전한 대응책”이라고 지적했다.

[사진=NBC방송 캡처]

▶지지부진한 백신 개발, 양산까지 내년도 힘들어…=에볼라 백신 개발은 여전히 지지부진하다. 약품 개발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몬세프 슬라우이 글락소스미스클라인 연구개발(R&D) 분야 회장은 에볼라 백신 시험과 생산량 증가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12~18개월 내로 대량생산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지는 않고 있다고 밝혔다고 7일(현지시간) CNBC 방송이 전했다.

인간에게 백신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임상실험을 할 수 있는 많은 사람이 필요하다. 슬라우이 회장은 CNBC에 “일반적으로 백신이 사용 가능하기 전까지 수만 명의 건강한 사람이 아니라면 수천 명의 사람에게서 나온 데이터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에볼라 관련 의약품이 인간에 대한 사용이 승인될때까지 10~30년이 걸렸고 글락소가 말라리아 백신 발견 및 개발까지 30년이 걸렸다고 지적하며 “개발 시간에 맞추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백신을 발표하지는 않을 계획”이라고 전했다.

글락소 외에 중소 회사들도 에볼라 치료제 및 백신개발에 뛰어들었지만 신통치는 않다. 키메릭스는 던컨에게 실험용 에볼라 치료제 브린시도포비르를 제공했다.

또 지맵(ZMapp)은 여러 환자들에게 투여돼 어느 정도 성과를 냈지만 생산까지 수개월이 걸리는데다 현재는 모두 재고가 소진됐다.

이밖에 캐나다 테크미라제약은 치료제인 TKM-에볼라를 개발한 상태고 미국 국립보건원과 캐나다 공중보건원 등도 에볼라 백신을 개발, 일부는 임상실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프리카서 백신 임상실험, 기대해도 될까=미국 국립보건연구원(NIH)이 개발한 백신이 아프리카에서 본격적인 임상실험에 돌입한 것으로 전해져 기대를 모으고 있다.

미 NBC방송은 아프리카 말리에서 NIH 산하 국립알레르기ㆍ전염병연구소가 개발한 백신이 처음으로 임상실험에 들어갔다고 보도했다.

메릴랜드 의과대학이 이번 컨소시엄을 이끌고 있으며 이번에 말리 백신개발센터는 의료진 3명에게 백신을 접종했다. NBC는 말리 외에도 미국 워싱턴DC 외곽지역, 영국 등에서도 임상실험이 진행되고 있으며 감비아에서도 곧 시행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메릴랜드 의과대학의 마이론 레빈 박사는 “이번 임상시험을 통해 백신의 안전성 여부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만약 성공할 경우 에볼라 확산 흐름을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사람을 대상으로 한 백신 임상실험은 이번이 처음으로 NBC는 대개 임상실험까지 윤리적인 문제 등으로 6~11개월이 걸리지만 이번 백신은 2개월만에 시작해 빠른 진전을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ygm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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