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분쟁
코바니 혈투 40일…쿠르드 민족주의 부활
뉴스종합| 2014-10-27 10:51
[헤럴드경제=문영규 기자]시리아 쿠르드족과 이슬람 수니파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가 지난 40일 동안 시리아 코바니를 놓고 벌인 전투에서 800명이 넘는 사망자가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미국 등 국제연합전선과 이라크 쿠르드 무장조직인 페쉬메르가 등의 지원을 받아 혈투 끝에 코바니를 사수한 쿠르드족은 이번 전투를 계기로 각지에 흩어진 쿠르드족의 통합과 자치권 확대를 노리고 있다.

▶40일 간 815명 사망자 남긴 코바니 혈투=시리아인권관측소(SOHR)가 IS가 공격을 시작한 지난달 16일부터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이번 코바니 전투로 인한 사망자 수는 815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미국 CNN방송이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는 하루 평균 20명 이상 사망한 것이다.

SOHR은 이들 가운데 절반이 넘는 481명이 IS 대원들이었으며 민간인 피해는 21명이었다고 밝혔다. 민간인 희생자 중에선 2명이 참수를 당한 것으로 보고됐다.

SOHR은 보고서에서 실제 사망자는 이보다 더 많을 수 있으며 2배 이상 늘어날 수도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단체는 “희생자가 비밀로 유지되기도 하고 폭격과 무력 충돌을 목격할 수 있는 상당수 지역에 대한 접근이 어렵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사진=카네기평화연구소, 전쟁연구소]
▶쿠르드 민족주의 부활할까
=이번 코바니 전투는 이라크, 시리아, 이란, 터키 등에 흩어진 3000만 쿠르드족이 단결하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다. 특히 이라크 쿠르드자치정부가 시리아 쿠르드에 아낌없는 지원을 보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도 23일(현지시간) ‘코바니 전투가 쿠르드 민족주의를 부활시킨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코바니는 역사학ㆍ지정학적으로 중요하며 이곳이 쿠르드족의 지역적 영향력 확대와 자치권 요구에 중심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전직 미 국무부 관료였던 헨리 바키는 “쿠르드 민족주의가 다시 불붙고있다”며 “쿠르드족이 국제사회에서 재발견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시리아 쿠르드 주요 정치세력 가운데 하나인 쿠르드민주동맹당(PYD)의 알다르 젤릴은 “쿠르드족은 더 이상 과거의 정치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며 쿠르드족끼리의 상호 관계 개선을 기대했다.

이번 IS의 공격은 쿠르드족을 규합시키는 계기가 됐다. FT는쿠르드 민주동맹당(PYD) 지도자 살리흐 무슬림과 라이벌인 이라크 쿠르드자치정부 수반인 마수드 마르자니가 권력투쟁을 한쪽으로 미루고 동맹을 맺을 수 있을 것이란 희망을 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시리아 쿠르드 정치활동가인 문지르 에흐메드는 “이전 같으면 이들은 함께 같은 방에 앉아 있지도 못했을 것”이라며 “이제는 회의도 나누고 대화도 이어가며 심지어 함께 식사도 하고 웃기도 한다. 코바니가 모든 것을 바꿨다”고 말했다.

지난 22일에는 PYD와 바르자니 수반이 권력배분 및 시리아 쿠르드족 지역 합동군 조직과 관련한 협상을 타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FT는 쿠르드족 지도부가 이같은 협상을 축하했다고 전했다.


▶‘쿠르드는 테러조직’ 터키ㆍ이라크의 견제=이라크 쿠르드 무장세력 페쉬메르가의 코바니 진군은 쿠르드 협력의 첫 시험대가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터키의 견제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최근 미국과 터키, PYD, 쿠르드족 지도자들은 코바니 방어계획과 쿠르드족 통일방안에 대해 논의를 가진 것으로 전해졌다.

익명의 이라크 쿠르드자치정부 관계자는 “쿠르드족이 단일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미국으로서는 특히 중요하다. 이는 강력한 지원 조건이다”라며 “터키는 이에 대해 불편해하고 있고 PYD는 쿠르드노동자당(PKK)이나 IS와 같은 테러단체로 분류하길 원했다”고 밝혔다. PYD는 PKK의 자매단체로 PKK는 수십년 간 미국과 터키정부에 의해 테러단체로 지정된 바 있다.

그러나 최근 터키가 페쉬메르가와 자유시리아군(FSA)의 국경 통과를 허가하면서 다소 긴장이 완화되긴 했으나 여전히 안전지대 설정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쿠르드족은 PYD의 자치정부 수립을 무산시키기 위한 시도라며 반발하고 있다.

ygm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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