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경제
위기의 구찌…‘명품 대중화 전략’ 역풍에 매출↓
뉴스종합| 2014-10-27 10:52
[헤럴드경제=문영규 기자]명품의 대명사 구찌가 올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중국 명품 성장 시장 둔화와 세계 경기 침체에 따른 수요 위축을 돌파하기 위해 제품군과 가격대를 다양화하며 명품의 ‘대중화’를 시도했지만, 매출은 오히려 더 떨어졌다. 이 때문에 브랜드 가치만 약화시켰다는 비난도 나오고 있다.

2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구찌의 올해 3분기 매출은 전년도 같은기간에 비해 1.6% 하락했다.

15년 전만 해도 호화스런 매장과 값비싼 명품들이 브랜드의 성장을 견인했지만 지금은 현 수준의 매출을 유지하는 것도 어려운 처지에 놓였다.

구찌가 직면한 장애물 가운데 하나는 시장의 트렌드 변화다. WSJ은 명품 구매 고객들의 저변이 넓어지고 유행에 더욱 민감해지면서 이같은 트렌드를 따라가기 위해 제품군을 확대하고 가격대를 넓히는 시도를 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같은 두 가지 노력이 고급스러움을 잃게 만들어 브랜드 가치를 떨어뜨리는 결과를 낳게됐다고 분석하고 있다.

프랑스 기업 컨설팅업체 피에르 프랑수아 르 로에의 넬리 로디 회장은 “구찌는 지금 다른 명품 브랜드와 비교해 가격대가 너무 넓고 지나치게 많은 제품과 대형매장을 갖고 있다”며 “구찌 제품들은 이전보다 독특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사진=구찌 홈페이지]

구찌는 1000달러대의 중저가 상품을 개발하고 2001년 이탈리아 밀라노에 7700만유로를 들여 대형 매장을 열면서 1990년대~2000년대 초반까지 급속한 성장을 이뤘다. 하지만 모기업인 케링이 회사의 매출 성장을 위해 자사의 신규 브랜드들을 전략적으로 키우면서 이것이 구찌에게 역으로 작용했다.

파트리치오 디마르코가 2008년 케링 최고경영자(CEO)로 부임할 당시엔 구찌 제품이 넘쳐날 정도로 많이 유통됐고 500유로대 제품도 나왔다.

동시에 생 로랑, 발렌시아가, 보테가 베네타 등 자사가 매입한 브랜드들을 키워나가면서 오히려 구찌와 경쟁체제를 이루는 형국이 됐다. 여기에 델보나 LVMH의 셀린느 등이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경쟁이 더욱 어려운 처지에 놓였다.

디마르코 CEO는 “구찌가 이들 신규브랜드들을 무시하는 큰 실수를 저질렀다”며 “자신의 강점에 대해 지나치게 과신하고 이같은 현상을 저평가하면 상대방이 더 나은 위치에 있기 때문에 실질적인 시장 점유율이나 신규고객 싸움에서 지게 된다”고 말했다.

생 로랑의 3분기 매출은 28%, 보테가 베네타는 10% 상승했다고 케링 측은 밝혔다.

중국 명품시장의 성장세 둔화와 러시아에 대한 유럽연합(EU)의 경제제재 등 외부적인 환경변화도 올해 매출하락에 한 몫 했다.

구찌는 이미 지난해부터 매출 하락세로 접어들었지만 올 들어 매출 하락폭이 더 커졌다. 올 상반기 매출은 전년동기 대비 4.5% 하락했고 지난해 매출도 2012년에 비해 1% 줄어들은 35억6000만유로(약 4조7650억원)에 그쳤다. 2010년 연 17% 성장을 이룬 것에 비하면 초라한 성적이다.

물론 경쟁사인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의 대표 브랜드 루이비통도 지난해 10% 성장을 이룬 이후 올 상반기 매출이 2% 하락했고, 프라다그룹의 프라다도 지난해 1월 기준 연매출 32% 성장을 보였지만 올 상반기엔 0.9% 하락했다.

/ygmoon@heraldcorp.com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