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패션
두 디자이너의 강아지들, 어떻게 2030 마음을 훔쳤나
라이프| 2014-10-28 11:50
두 디자이너의 강아지들이 2030 패션 피플(Fachion Peopleㆍ이하 패피)들의 마음을 훔쳤다. 박승건(39) 디자이너가 이끄는 브랜드 ‘푸시버튼(Pushbutton)’의 강아지 ‘푸시’와 ‘버튼’, 그리고 고태용(33) 디자이너가 이끄는 브랜드 ‘비욘드클로젯(Beyond Closet)’의 강아지 ‘체크’가 바로 그것. 이들의 브랜드는 지난 17일부터 22일까지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개최됐던 2015 봄ㆍ여름(S/S) 서울패션위크에서 또 한번 그 인기를 입증했다. 이들은 무채색 위주의 다소 보수적인 디자이너 컬렉션 사이에서 톡톡 튀는 컬러와 디자인은 물론 자신들만의 개성과 위트로 런웨이 무대를 사로잡았다. 두 디자이너는 닮은 점이 많다. 그들은 명망있는 패션스쿨에서 엘리트 코스를 밟지 않았다. 똑같이 푸들을 키우면서 그 푸들에서 영감을 받은 강아지 패턴을 만들어 히트시켰다. 음악 애호가이기도 하지만 각자 타고난(?) 음악적 재능을 바탕으로 나름의 무대에서 음악 활동을 펼친 전적도 똑같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런웨이 모델들이 입은 옷을 바로 리얼웨이 룩으로 입어도 손색없을 만큼 실용적인 디자인의 옷을 만든다는 점이 가장 닮았다. 자신만의 방식으로 패션 철학과 소신을 확립한 두 디자이너를 이태원 푸시버튼 쇼룸과 신사동 비욘드클로젯 쇼룸에서 각각 만나봤다. 

디자이너 박승건. 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

▶푸시버튼의 박승건 “내게 이태원은 소울 그 자체다”=패션을 아는 사람들 사이에서 푸시버튼하면 떠올리는 몇가지 핫한 아이템들이 있다. 러닝셔츠 같은 노란색 드레스와, 노란색 바탕에 기하학적 지그재그 패턴의 포 퍼(Faux furㆍ가짜 모피), 그리고 호피무늬다.

2011년 말 한 방송사 시상식에서 배우 공효진은 허리 부분에 슬릿(Slitㆍ절개)이 들어간 노란색 드레스를 입고 등장했다. 화려한 주얼리와 클러치를 한 여배우들 사이에서 디테일 없이 밋밋한 드레스 주머니에 손을 꽂은 채 예의 ‘무심한 듯 시크한’ 레드카펫을 선보였던 공효진은 단연 돋보였다. .

공효진 패션을 검색하면 푸시버튼이 연관 검색어로 뜰 정도로, 그녀가 입고 나온 푸시버튼의 옷들은 매번 화제가 됐다. 특히 푸시버튼이 2014 가을ㆍ겨울(F/W) 메인 패턴으로 처음 선보였던 ‘도기스 플레잉 레오파드(Doggie’s playing Leopard)’ 패턴, 일명 녹색 호피무늬의 옥스퍼드 셔츠는 공효진이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에서 입고 나오면서 완판을 시키기도 했다. 박승건 실장이 키우는 강아지 토이 푸들에서 영감을 얻은 바로 그 패턴이다. 

푸시버튼의 2015 S/S서울컬렉션 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

푸시버튼을 세상에 알린 또 하나의 아이템은 2012년 F/W 서울컬렉션에서 첫 선을 보였던 포 퍼였다. “퍼는 끝났다(Fur is over)”를 캐치프레이즈로 내걸고 아름다우면서도 품질이 좋은 인조모피를 만들고자 했던 디자이너 박승건의 집요함이 이룬 역작이었다.

“저를 어렸을 때부터 보아 온 지인들은 ‘날라리’ 같던 제가 디자이너 일을 한 두해 하다가 말겠지라고 생각했답니다. 하지만 저는 무언가 꽂히는 게 있으면 무섭게 파고 드는 습성이 있습니다. 매 시즌마다 새로운 주제를 파고 드는 패션 일이 제게 딱이었던 거죠.”

박승건 실장은 사실 20대에 1집 음반을 낸 전직 가수다. 종로의 시대복장학원을 다니며 일본 유학을 준비하다 우연히 캐스팅 돼 음반을 냈다. 연예계에 입문한 것을 계기로 처음 패션에 눈 뜨게 된 것이다. 이후 스타일리스트로 전향해 패션 프로모션에 대해서도 배우게 됐고 서른살이 되던 해 전 재산을 몽땅 털어넣다시피 해 푸시버튼을 시작했다.

“패션은 청담동이라고 하잖아요. 그래서 사무실을 청담동으로 옮긴 적이 있었어요. 하지만 저의 감성과는 전혀 맞지 않았죠. 2년동안 숍에 간 횟수가 한달도 안 될 정도였어요. 결국 다시 이태원(한남동)으로 사무실과 쇼룸을 옮기게 됐죠,”

그의 패션에는 ‘이태원 감성’이 녹아 있다. 나만의 개성과 자유로움, 그 안에서도 실용성을 놓치지 않는 것이 푸시버튼 디자인의 핵심이다.

‘이태원 날라리’라는 별명이 의외일 정도로 차분한 성격과 조용한 말투의 디자이너는 자신의 패션 철학과 소신에 대해서 얘기할 때만큼은 단호한 눈빛으로 돌변했다.

“실용적인 것이 가장 중요하죠. 선, 절개, 장식…. 넣을 데 안 넣을 데 구분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특히 주머니가 없는 옷은 너무 불편해요. 그래서 드레스에도 주머니를 꼭 만들죠. 기본에 충실한 옷, 불필요한 디테일이 없는 옷에 퀄리티를 높이는 것이 제가 추구하는 디자인입니다.”

이번 시즌 서울컬렉션에서 그는 지난 시즌 대히트를 쳤던 레오파드 패턴의 또 다른 버전을 선보였다. 레트로 빈티지(Retro Vintage) 풍의 디자인에 편안한 실루엣, 그 속에 푸시버튼만의 개성 넘치는 패턴이 참석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세계적인 패션잡지 마리끌레르의 디렉터이자 패션 파워블로거인 카일 앤더슨(Kyle Anderson)은 서울컬렉션 이후 푸시버튼의 쇼를 최고로 꼽기도 했다.

그에게 이태원과 패션은 뭘까.

“이태원은 소울이 풍부한 곳입니다. 미군 부대들을 끼고 클럽문화가 일찍 발달했고요. 겟유즈드, 마리떼프랑소와저보 같은 브랜드들의 ‘짝퉁’이 널렸던 곳이기도 하죠. 저에게는 난생 처음 치즈라면의 추억이 있는 곳이기도 하고요. 가로수길보다도, 청담동보다도 패션의 진한 소울이 있는 곳이 바로 이태원입니다.”

디자이너 고태용. 윤병찬 기자/yoon4698@heraldcorp.com

▶비욘드클로젯의 고태용 “패션은 스트리트(Street)에서 배운다”=최근 2030 커플들 사이에서는 가슴에 강아지 그림이 크게 박힌 비욘드클로젯의 맨투맨 셔츠를 커플룩으로 입는 것이 트렌드다.

‘융’이라고 불리우는 플란넬(flannel) 원단 위에 다양한 강아지 그림이 프린트 된 이 셔츠는 비욘드클로젯의 상징이다.

비욘드클로젯은 지난 2015 S/S 서울패션위크에서 스트리트 무드와 결합한 스쿨룩으로 패피들을 또 한번 열광케 했다. 지난 시즌 ‘라스트 밀리터리(Last military)’를 주제로 휴가 나온 말년 병장의 흐트러진 룩을 선보였던 비욘드클로젯은 이번 시즌 거칠고 반항기 넘치는 스쿨룩을 통해 정형화된 ‘프레피룩(Preppy lookㆍ아이비스쿨룩 스타일)에 반기를 들었다.

학교 교실을 배경으로 강한 비트의 힙합 음악이 흐르는 가운데 그룹 위너의 강승윤과 송민호가 불량스러운 모습으로 등장하며 ‘스쿨 갱(School Gang)’을 연출한 무대는 서울패션위크의 가장 큰 볼거리 중 하나였다. 특히 자수 패턴을 새긴 실크 소재의 블루종 점퍼는 이번 시즌 비욘드클로젯의 핫 아이템이었다. 쇼가 끝난 이후 프랑스 파리의 대형 편집매장인 ‘레끌레어(L’eclaireur)’에서 단독 입점 콜이 들어오기도 했다. 

비욘드클로젯 윤병찬 기자/yoon4698@heraldcorp.com

고태용 실장은 카톨릭대학교에서 사회복지학과를 다니다 3학년 때 의상학과로 편입했다. 이유는 없었다. 단지 “삶의 목표가 뚜렷하지 않았는데 패션을 하면 학교생활을 재미있게 있을 것 같아서”였다.

그는 다른 패션디자이너 지망생들과는 다른 길을 선택했다. “패션을 책으로만 공부하고 싶지 않아서” 2년만에 모든 ‘이론 수업’을 끝냈다. 그리고 바로 현장으로 뛰어들었다. 스물일곱살이 되던 해 패션 디자이너 등용문이었던 서울패션위크 2008년 F/W 무대에서 데뷔전을 갖자마자 패션 관계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사실 디자이너 고태용을 대중적으로 알린 것은 드라마 ‘꽃보다 남자’였다. 이민호, 김현중 등 꽃미남 주연배우 ‘F4’가 입었던 교복들을 초기 5회분까지 그가 제작했다. 당시 주연 배우들의 인지도가 약한 탓에 별다른 스폰서가 없던 드라마는 곧바로 ‘대박’을 터뜨렸다. 이후 그가 선보였던 스쿨룩은 프레피룩의 상징이 됐다.

아직도 노는 걸 좋아한다는 디자이너는 금요일이 되면 어김없이 신사동 클럽에 ‘출몰’한다. 그리고 주일에는 무조건 교회에 간다. 남다른 ‘성대’의 소유자이기도 한 그는 교회 성가대에서 20년째 ‘베이스’ 파트를 맡고 있다.

클럽과 교회를 오가는 30대 초반의 싱글남, 남미 화가 페르난도 보테로와 아트토이 ‘베어브릭(Be@rbrick)’에 빠져 있는 젊은 디자이너에게 패션은 뭘까.

“패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대중과의 소통입니다. 제게 패션은 아트(Art)가 아닌 엔터테인먼트(Entertainment)죠. 대중이 원하는 것을 브랜드 아이덴티티에 녹여내는 것이 비욘드클로젯이 추구하는 패션입니다.”

김아미 기자/amig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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