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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축할 돈이 없다
뉴스종합| 2014-10-28 09:13
[헤럴드경제=조동석 기자] ‘24.7% 대(對) 4.5%’

1988년 3저(저달러ㆍ저유가ㆍ저금리) 호황을 누리던 때와 경기침체로 실질소득이 제자리 걸음을 보이면서 빚에 허덕이던 2013년의 가계순저축률이다.

한 가정의 소득이 300만원이라고 치자. 가만히 있어도 세금과 집세, 사교육비, 노후자금, 국민연금, 건강보험 등 200만원 가량은 어쩔 수 없이 들어간다. 실제 쓸 수 있는 돈은 100만원 뿐이다. 이 돈으로 옷 사고 영화 보고 외식도 한두차례 한 다음 10만원이 남았다고 하자. 이 가정의 가계순저축률은 10만원을 100만원으로 나눈 10%다.

이 비율이 급속한 하강곡선을 그렸다는 것은 가계에 쓰고 남은 돈이 감소했다는 의미다. 저성장 여파에 따른 실질소득 정체와 가계대출 급증이 주요 원인이다. 돈 들어가는 데가 많아졌다는 의미도 된다.

특히 가계부채가 소비를 제약하는 임계수준에 가까이 가고 있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저축은 점점 더 어려워지는 현실이다. 여기에다 저축 권장을 외면하는 은행들과 정부의 태도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제51회 저축의 날을 맞은 우리네 자화상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가계순저축률은 지난해 4.5%다. 1년 전보다 1.1%포인트 높아졌다. 그래도 2001년 이후 5%를 넘은 때는 2004년(8.4%)과 2005년(6.5%) 두 차례 뿐이다. 카드사태 직전인 2002년에는 0.4%까지 곤두박질쳤다.

서울올림픽이 열린 1988년 24.7%로 정점을 찍었던 가계순저축률은 1990년대에 평균 16.1%를 기록했다. 이후 2001년(4.8%)부터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치를 밑돌았다. 2011년 기준 한국의 가계순저축률은 3.4%로 OECD 평균인 5.3%에 훨씬 못 미친다.

사정이 이런데도 정부와 은행은 저축 권장에 관심이 저조하다. 예대금리 차이를 통해 수익의 대부분을 유지하는 국내 은행들은 저금리가 본격화한 후 예ㆍ적금 유치에 적극적이지 않다. 정부는 올해 세법개정에서 세금우대종합저축에 대한 세제혜택을 없애버렸다.

금리 하락은 저축에 대한 유인을 감소시켰다. 올들어 두차례에 걸친 기준금리 인하로 실질금리가 마이너스 수준까지 하락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저축률 하락은 투자 감소를 불러오면서 중장기적으로 성장률을 떨어뜨린다. 가계의 재무구조를 악화시킨다. 모아 둔 돈이 없으니 노후는 불안하다.

김천구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저축률 하락 추세가 지속되면 투자와 경제성장률에 악영향을 미치고 개인의 노후 소득보장 문제도 심각해질 수 있다”며 “저축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가계의 소득기반을 확충하고 경제의 선순환 고리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dsch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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