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반
생명나눔, 자신과 가족을 위한 선택
라이프| 2014-10-28 11:33
“저 또한 간이식을 받고 살아나 덤으로 살고 있습니다. 뇌사시 장기나 조혈모 세포를 기증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분들의 전화를 받으면 ‘또 한 생명이 살았구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생명나눔실천본부 이사장인 조계종 호계원장 일면(67) 스님은 간경화로 이십년 가깝게 고생을 하다 결국 죽음의 문턱에 이르러서야 간이식을 받고 살아날 수 있었다. 2000년 수술을 받고 건강을 회복한 2005년부터 생명나눔실천본부 이사장을 맡았다. 생명나눔실천본부는 보건복지부 지정 장기 이식 희망등록 전문 홍보교육 기관으로 1994년 설립됐으며, 조혈모 세포와 뇌사시 장기 기증, 자살 예방 운동을 벌이고 있는 단체다.

본인 역시 장기 기증의 수혜자로 10년째 단체를 이끌고 있는 일면 스님은 지난 27일 가진 생명나눔실천본부 20주년 기자간담회에서 간이식 체험기와 장기 및 조혈모 세포 기증, 자살예방 운동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했다.

“병세가 최악으로 치달았던 1998∼1999년에는 입원과 퇴원을 16번이나 반복했습니다. 너무 아파서 술이라도 먹고, 마약이라도 해서 고통을 잊고 싶다고 할 정도였죠. 우울증도 심했습니다. 봄이 돼 꽃 피는 것조차 싫었습니다. 죽음을 앞에두고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부처님께 울며 매달렸죠. 그 때 기적처럼 뇌사 장기자가 나타났습니다.”

일면 스님은 “사람이 모이는 곳은 어디든 달려가 생명 나눔 운동을 전한다”고 했다. 뇌사시 장기 기증을 약속하거나 조혈모 세포를 기증한 생명나눔실천본부의 회원은 10년만에 2천여명에서 14만 명으로 늘었다.

일면 스님에 따르면, 장기와 조혈모 세포의 기증에 가장 큰 걸림돌은 우리 사회에 굳은 유교적 사고관이었다. 스님들조차도 ‘신체발부 수지부모’(身體髮膚 受之父母)라는 말에서 벗어나지 못할 정도였다.

그러나 조혈모세포와 뇌사시 장기 기증은 다른 생명을 살리는 일일 뿐 아니라, 자신과 자신의 가족을 위하는 길이다. 더 많은 기증 예약자들이 있어야 수혜자와 신체 조건과 맞을 수 있는 기증자를 찾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누구에게나 불현듯 언제 찾아올 지 모르는 질병과 사고를 위해서는 가장 큰 보험이 서로의 생명 나눔일 터다.

지난 2009년 김수환 추기경의 선종 이후 한때 장기 기증을 언약한 이들이 늘어났으나, 최근엔 다시 줄고 있는 추세라고 한다. 정부와 개신교, 천주교, 불교 등 각 종단, 그리고 다양한 사회단체가 캠페인을 벌이고 있지만, 아직 국내의 장기 기증 서약 수준은 기적을 기다리는 많은 환자들의 소망에 미칠 정도는 아니라고 한다. 일부 국가에서는 한 두달여를 기다리면 받을 수 있는 장기 기증이 국내에서는 기약 없는 기다림인 경우가 많다.

다행히 지금은 사회적 인식이 과거보다는 많이 좋아졌다. 생명나눔실천본부에 따르면 전광렬, 문소리, 박상민, 윤석민 등 스포츠ㆍ연예계 스타들도 ‘홍보대사’로 동참할 정도다.

상생의 시작이자 자신과 가족을 위한 선택, ‘생명 나눔’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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