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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대출 올 연말 35조원까지 급증.. ‘렌트 푸어’ 쏟아진다
뉴스종합| 2014-11-02 08:49
[헤럴드경제]올해 전세대출이 사상 최대 규모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거액의 전세대출금을 받게 되면서 내 집 마련은 커녕 전세대출금 상환에 허덕이는 ‘렌트 푸어(전세 빈곤층)’만 양산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일 금융당국과 은행권에 따르면, 지난 2011년 말 18조2000억원이었던 전세자금대출은 2012년 말 23조4000억원으로 늘어난 데 이어 지난해 말 28조원, 올해 8월 말 32조8000억원으로 급증했다.

올 들어 8개월간 무려 4조8000억원이 늘어난 것. 연간으로는 7조원이 넘게 늘어나 연말께 전세대출이 35조원에 달할 것으로 금융당국은 내다봤다.

한 해 25%나 급증한 전세자금대출은 올 들어 10월까지 아파트 전셋값 평균 상승률인 3.65%에 비해서도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당초 전세보증금을 마련할 때 저축 등을 통해 스스로 마련한 자금으로 충당했지만, 절대적인 전세가격이 너무 올라 지금은 은행대출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예를 들어 전셋값이 1억5000만원일때는 10% 오르면 1500만원만 마련하면 되지만, 3억원일때 10%가 오르면 3000만원의 부담이 생긴다.

또 올해 아파트 전셋값 상승률이 3.65%지만 2년 만기 후 재계약을 하는 세입자는 지난해 전세가격 상승률까지 더해 7.

15%를 올려줘야 한다. 2년 만기가 돼 재계약하는 기존 세입자나, 새 전셋집을 구하는 신혼부부들이 은행대출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올해 크게 급증한 전세 대출은 국민주택기금을 재원으로 하는 저금리 전세대출이 아닌 은행 자체 대출이어서 금리 부담이 훨씬 크다.

실제 올해 국민주택기금 전세대출은 9월까지 1조4000억원 늘어나는데 그쳤다. 연3.3%의 저금리이지만 부부 합산 소득이 5000만원 이하여야 하는 등 조건이 까다롭기 때문이다.

반면 우리·국민·신한·하나·농협·기업·외환은행 등 7개 시중은행의 자체 전세대출은 10월까지 4조원 넘게 늘었다. 농협은행의 전세대출 금리가 연 4.1%에 달하는 등 고금리이지만 조건에 제한이 없어 대출이 급증했다.

은행들로서는 전세대출 대부분이 주택금융공사의 원금 90% 상환 보증을 받기때문에, 주택담보대출에 비해 금리는 높으면서 위험은 더 낮은 수익원을 발굴한 셈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전세대출의 급증이 ‘렌트 푸어’의 양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저금리 전세대출 확대, 시중은행 전세대출의 금리인하 등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거액의 전세대출을 받게되면 내집 마련은 커녕 전세대출금 상환에도 허덕이는 서민들이 늘어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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