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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화되는 종자무역 적자…한국은 아직도 걸음마
뉴스종합| 2014-11-18 07:56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우리네 식탁이 외국산 종자에 점령당하고 있지만 국내 종자산업은 십수년째 여전히 걸음마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특히 최근 ‘나고야 의정서’가 발효되면서 다른 나라의 생물 자원을 이용할 경우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지불해야 하면서 우리네 식탁에 빨간불이 켜지고 있다.

세계종자협회(ISF)에 따르면 2011년 기준 세계 상업용 종자시장 규모는 450억 달러다. 이 중에 우리나라가 차지하는 비중은 4억달러로 1%도 채 되지 않는다. 우리나라 전체 종자시장의 규모도 2011년 7억달러 정도 수준으로 수년째 변함이 없다. 산업 규모가 작다보니 종자 점유율, 로열티 지급액 등 관련 통계마저 정비돼 있지 않아 추정치에 불과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 뉴질랜드 등과 잇따라 FTA(자유무역협정)를 체결하면서 식량 주권 애기가 그 어느 때보다 많이 나오지만 정작 식량 주권과 직결되는 종자산업은 여전히 국내에서 찬 밥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며 “종자와 관련된 통계마저 제대로 정비가 돼 있지 않을 정도로 한국은 아직도 걸음마 수준에서 한 발 자국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종자 산업은 최근들어 천연물 의약품, 고부가가치 산업 소재, 대체에너지 등 신성장동력의 기본 소재로도 부각되고 있을 정도로 미래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평가받고 있지만 국내 사정은 열악하기만 하다. 외국의 경우 교배 육종을 통한 신품종 개발이라는 단순한 접근에서 벗어나 의약 및 소재산업 등과 융합해 발전해나가고 있지만 한국만은 예외라는 것이다.

실제 국립종자원에 따르면 지난해 종자 수입액은 2012년의 1억2428만 달러에서 6% 증가한 1억3195만 달러다. 반면 그 사이 종자 수출액은 4493만 달러에서 4124만 달러로 오히려 8% 줄었다. 이에 따라 종자 무역 수지 역시 해마다 악화되고 있다. 종자 무역 수지 적자액은 2011년 5474만 달러에서 2012년 7934만 달러, 지난해 9017만 달러로 크게 늘었다.

게다가 국내 민간 종자 산업 기반은 열약하기만 하다. 현재 종자산업에 등록된 1368개 업체 가운데 대다수가 10인 이하 고용의 소규모업체로 영세하다. ‘국내 육종업체의 기술 및 규모효율성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업체의 75%가 적정 규모인 규모수익체증 상태에 이르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나마 농우바이오, 동부팜한농 등 대기업을 제외하면 자체 연구개발 및 품질관리 시스템을 갖춘 회사는 손에 꼽을 정도다. 다국적기업에 맞서기에는 품종개발에 오랜 시간이 걸리고, 투자비용을 부담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정부는 2020년 한해 2억 달러 종자 수출을 목표로 하는 ‘골든시드 프로젝트’를 위해 지난 2012년부터 향후 10년 동안 총 예산 4911억원을 투입할 계획을 세우고 있지만, 이는 세계 1위 종자업체 미국 몬산토 사의 1년치 연구개발비보다 작은 금액이다. 정부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수출 목표가 비현실적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농촌진흥청 관계자는 이와관련 “종자 하나를 개발하는 데는 10년이 넘는 시간이 걸린다”며 “늦은 감이 있지만 정부 지원이 이제 첫 발을 뗀 만큼 종자기업들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지속적인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paq@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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