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일반
국회ㆍ기재부 ‘5조원’ 예산 짬짜미 논란
뉴스종합| 2014-11-25 11:00

[헤럴드경제=홍석희 기자] 국회의 예산안 증액 심사 착수((26일)를 하루 앞두고 ‘기획재정부가 국회의원들 몫으로 5조원을 제시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파문이 예상된다. 감액 권한을 가진 국회와 증액 권한(동의권)을 가진 기재부가 심사도 하기전에 ‘한도’부터 정해놓고 국민 세금으로 ‘돈놀이’를 해왔다는 것이다. ‘5조원짜리 주머니’를 찬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핵심관계자들의 ‘돈잔치’는 그러나 철저한 비공개로 진행된다.

국회 예결위 핵심관계자는 25일 헤럴드경제 기자와 만나 “기재부가 여야 의원들에게 약속한 증액 액수가 5조원에 이른다”며 “올해는 기재부가 국가 재정상태 등을 이유로 처음엔 3조원을 제시했으나 여야 의원들이 반발한 탓에 결국 예년대로 5조원으로 책정됐다”고 말했다.

지난 2012년 예결위 관계자도 “계수조정소위(현 예산안조정소위) 위원들 주머니엔 ‘5조원씩 들어있다’는 얘기가 공공연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예결특위 소속이었던 한 의원은 “재정상황이 있는데 5조원까지야 되겠느냐”고 첨언했다. 기재부와 국회의 ‘예산 짬짜미’가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란 추론이 가능한 대목이다.

‘5조원’ 규모의 예산 마련은 기재부의 능수능란한 예산안 작성 덕에 가능하다는 것이 복수 국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정부측에선 기재부 차관, 예산실장 및 기획조정실장이 협상 파트너로 나서고, 국회 측에선 예결위 여야 간사 등이 협상 접점으로 전해진다. 특히 기재부는 예산안 기안 단계에서부터 쉽게 감액할 수 있는 예산을 마련하고 감액이 된 액수만큼을 ‘의원 몫’으로 정한다는 설명이다.

예컨대 기재부는 국채 이자상환자금의 기준금리를 높게 잡았다가 이를 감액해 자금을 마련하는 방법이나 기금관련 예산, 비 핵심사업예산 등을 활용해 ‘의원 몫’으로 할당한다는 설명이다.

감액 심사에서도 기재부 예산실장은 예결위 예산안조정소위 회의장에서 야당 의원들의 ‘감액 요구’에 대해 일일이 쪽지를 적어가면서 방어 논리를 여당 측에 전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올해는 예산실장의 방어 논리를 받아드는 여당 접점 역할을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이 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예결위 관계자는 “야당 의원이 감액을 요구하고, 예산실장이 방어논리를 쪽지에 써서 제공하면 김 의원이 이를 읽는 양태가 회의장에서 반복돼왔다”고 설명했다. 결국 이를 통해 기재부는 감액이 되서는 안되는 예산에 대해선 방어하면서, 감액 요구 ‘포화’를 감액이 돼도 무방한 예산쪽으로 몰아간다는 설명이다. 기재부 예산실장의 입김이 회의장에서 강한 이유를 의원들의 전문성 부족 때문이라 보는 시각도 있다. 이에 대해 김진태 의원측은 “기재부 예산실장 바로 옆자리에 위치했던 김 의원이 현안에 대해 질문하면 수치 등을 종이에 적어줬을 수는 있지만, 기재부로부터 무슨 방어 논리를 받아 그대로 읽었다는 주장은 사실무근”이라고 해명했다.

이같은 ‘예산 짬짜미’가 관행적으로 반복돼 온 것은 국회와 기재부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국회의원들은 지역구 관리를 위한 예산 따내기에 기재부의 도움이 필요하고, 기재부는 최초 예산안을 가능한 초안대로 관철시키기 위해 ‘의원 몫’을 배정해 정치적 뒷거래를 한다는 설명이다.

기재부 출신 의원들이 예결위에 전진배치되는 것도 기재부 인사들과의 인맥과 예산 전문성 등을 앞세워 손쉽게 감액 포인트를 짚어 낼 수 있다는 점과도 무관치 않다.

예산안조정소위 위원들의 역할도 적지 않다. 여야는 위원장1명과 여야 의원 각 7명씩 모두 15명으로 구성된 예산안조정소위 위원들을 정했다. 각 위원들은 지역을 대표해 소위에 참석하게 되는데 5조원의 배분을 위해 맡은 지역 의원들의 ‘민원’을 청취해 이를 반영하는 일종의 ‘게이트 키핑’ 역할을 담당한다. 예결특위 위원들이 예산안조정소위에 포함되기 위해 치열하게 물밑 작업을 펴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수문장 역할을 맡으면서 권한을 행사할 수 있고, 자기 몫도 챙길 수 있는 입지가 마련되는 것이다.

국회와 정부의 뒷거래가 가능한 것은 26일부터 시작되는 ‘증액 심사’가 완전 비공개로 진행되기 때문인 것도 한 원인이다. 예결특위 예산소위는 크게 감액과 증액 두 구간으로 이뤄지는데, 감액은 부분공개로 증액은 전면 비공개로 진행된다. 감액에 참여할 수 있는 기자는 단 1명에 불과하고, 증액은 아예 한명의 기자도 회의장에 들어갈 수 없다. 올해도 2명 이상의 기자가 감액 회의장에 들어갔다가 적발돼 논란이 빚어지기도 했다. 특히 증액 심사는 비공개로 진행돼 어느 의원이 어떤 예산을 증액 요구했는지, 이것이 어떻게 반영되거나 폐기됐는지를 알수가 없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선 예산 심의도 공개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지만 관행처럼 유지돼 왔던 ‘짬짜미’ 탓에 공개로의 전환은 쉽지 않다는 시각이 여전히 많다.

짬짜미 규모 ‘5조원’의 액수에 대한 이견도 있다. 아직 감액 심사가 끝나지 않아 얼마가 의원 몫으로 떨어질지 알 수 없다는 설명이다. 한 예결위 핵심관계자는 아예 자당 예산안소위 위원들에게 ‘감액시키는 액수만큼 해당 의원에게 주겠다’는 취지의 말도 한 것으로 전해진다. 감액이 쉽지 않다는 의미와 함께 감액이 ‘타당성 부족’보다는 증액을 염두에 둔 제 몫 챙기기 목적하에 이뤄지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올해 예결위 핵심관계자들은 그러나 국회와 정부의 ‘예산 짬짜미’ 논란에 대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잘라 말했다. 홍문표 예결위원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감액 얘기만 된 상황이다. 증액 얘기는 시작도 안됐는데 무슨 얘기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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