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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이 “능력있다”던 정윤회, 권력다툼 중심 부상해 국정발목 잡나
뉴스종합| 2014-12-01 09:45
[헤럴드경제=홍성원 기자]분명 ‘뜨거운 남자’다. 지난달 28일 이후 인터넷 포털사이트 검색어 순위에서 줄곧 상위권을 내달리는 이름 정윤회(59)다. ‘박근혜의 남자’, ‘비선(秘線) 실세’ 등 그에게 붙은 수식어는 의뭉스럽기까지하다. 이 이름 석자가 언론에 등장한 건 올해만 어림잡아 세번째다. 그가 박 대통령의 동생 박지만 EG 회장을 미행했다는 보도(3월)가 나온 게 첫째이고, 이후엔 세월호 참사 당일(4월 16일) 박 대통령의 7시간 행적과 관련된 보도에 등장하기도 했다.

이번엔 파장이 메가톤급이다. 세계일보가 청와대 민정수석실 산하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작성한 ‘靑(청) 비서실장 교체설 등 관련 VIP측근(정윤회) 동향’이란 문건을 공개해서다. 청와대 분위기는 벌집쑤셔 놓은 듯하고, 야권은 이미 ‘정윤회 게이트’로 이름 붙여 정치 쟁점화에 나섰다. 청와대와 여권은 이 문건이 어떻게 외부에 유출됐는지에 초점을 맞추고, 1일 본격 시작된 검찰 수사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정 씨 본인도 한 언론 인터뷰에서 유출 경위를 밝히는 게 검찰 수사의 핵심이라고 했다. 당ㆍ청ㆍ정(黨ㆍ靑ㆍ鄭) 3자는 문건 내용의 진위에 대해 사실이 아닌 ‘찌라시(증권가 정보지)’ 수준이라고 일축하고 있다.

그러나 세간의 관심은 이들 3자와 다르다. 문건에 나온대로 정 씨가 청와대 ‘문고리 권력 3인방(이재만 총무비서관, 정호성 제1부속비서관, 안봉근 제2부속비서관)’ 등 전ㆍ현직 청와대 비서관 10명과 국정에 실제로 개입했느냐를 핵심으로 본다. 정윤회라는 이름이 박근혜 대통령과 깊게 연결돼 있어서다.

정 씨는 박 대통령이 정계에 입문한 1998년, 입법보좌관으로 교류를 시작한 걸로 알려져 있다. 정 씨가 고 최태민 목사의 5녀인 최순실 씨와 1995년 결혼을 했고, 이게 박 대통령과 연결되는 끈이었던 걸로 전해진다. 박 대통령은 최 목사와 두터운 친분을 갖고 있었다.

정 씨는 2004년 박 대통령이 한나라당 대표로 취임한 이후 공식석상에서 사라졌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정 씨에 대해 “최태민 목사의 사위인 건 처음부터 알았다. 능력이 있는 분이기에 나중에 당선되면 쓸 수 있다고 본다”고 했다. 박 대통령이 2007년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로 나서 검증청문회 때 한 답변이다. 야인(野人)으로 돌아간 정 씨에 대한 박 대통령의 신임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케하는 대목이다.

청와대 의지, 정윤회 씨의 부인과 상관없이 정 씨와 박지만 회장간 권력다툼도 정설처럼 굳어질 판이다. 경제활성화에 올인하고 있는 박 대통령으로선 복장이 터질 일이다.

그러나 박 대통령의 비밀주의가 이런 사단을 자초한 측면도 있다. 검찰조사와 오는 15일로 예정된 재판(산케이 전 지국장의 박 대통령 명예훼손 혐의)의 증인 출석을 앞둔 ‘그림자’ 정 씨 문제를 매듭짓지 않으면 박 대통령에겐 후환이 될 수 있다.

/hong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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