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경쟁구도는 이 행장의 연임이 점쳐졌던 시기였기에 초탈한 그의 모습은 오히려 낯설었다. 1년 6개월이란 반토막 임기에도 “나를 따르라”며 우리은행을 진두지휘했던 ‘따거’(형님)의 호기는 느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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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의 뜻은 다름아닌 ‘관’의 뜻이었던 셈이다.
행장후보추천위원회 일부 위원들도 그의 연임을 지지했지만 다른 선택권이 없었다. 정부가 대주주인 은행에는 결국 정부의 뜻이 관철될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는 포기했고 행추위는 누가 ‘들러리’인지는 모르겠지만 2명을 포함해 심층면접 대상자 3명을 차기 은행장으로 선정했다.
실적도 좋았고 민영화를 위한 체질개선 작업이 성과를 내며 대내적으로 평가도 괜찮았다. 지난 37년간 우리은행 맨으로 누구보다 조직을 잘 알고 자신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성과보다는 인맥이 중요한 정부 소유 은행의 우두머리에 불과했다.
행추위원이 누구인지, 평가항목은 무엇인지 어떠한 것도 공개되지 않은 채 내려진 결정이었지만 그는 인정했다. 이 행장은 “조직을 위해 어쩔 수 없는 결정이었다. 연임을 고집했다면 우리 조직은 다 죽었을 것”이라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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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욕심에 37년간 몸담은 조직에 제2의 KB 사태가 일어날까 두려웠다는 말도 덧붙였다. 갑작스런 연임포기 소식은 내부 직원들에겐 적지않은 충격이었다. “당혹스럽고 맥이 빠진다”는 것이 대체적인 내부 분위기다.
이 행장은 “민영화를 정말 완수하고 싶었다”며 큰 아쉬움을 나타냈다. 그는 “민영화가 되면 CEO 인사 때마다 나오는 잡음이 없어질 것으로 생각했다. 인사잡음은 내 대에서 끝내버리려 했다”고 했다. 완수하지 못한 민영화 만큼이나 갖은 잡음에 흔들리는 조직을 보는 것이 그에겐 더 가슴아픈 일이다.
어두운 인상을 고치려 매일 거울을 보며 웃는 모습을 했더니 모든 일이 술술 풀렸다는 이 행장의 성공스토리는 유명하다.
혼란스런 조직을 다독이며 웃는 모습을 볼 날이 이제 30일도 채 남지 않았다.
hhj6386@heraldcorp.com